주변을 살펴보면 정치혐오의 차원에서 “국회의원이 왜 수백 명이나 있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들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다. 이런 의견들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국민이 보기엔 그들의 특권, 무능, 부패 등이 어울려서 “쓸데없는 국회의원이 많다”라는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이 국회의원을 더 늘리고 의회의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의 정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국회의원의 증원 문제는 현재 논의 중인 정치관계법 개정안과 함께 깊게 논의되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국회의원이 많아져야 한다? 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치관계법 개정안은 1인 1표의 가치와 인구 대표성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선거구 개편과 비례대표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동시에 일각에서는 전체 의석수 자체를 늘리면서 비례대표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마디로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국회의원 숫자를 400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국회의원이 360명 정도가 적당하다”고 했다. 한국사회의 정서상 욕먹기 충분한 발언일 것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국회의원 증원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건, 인구 비례적으로 볼 때 국회의원 한 명당 대표하는 국민의 숫자가 너무 커서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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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관계법 개정으로 지역구는 줄고 비례대표는 늘어나게 된다 ⓒ 연합뉴스

 

OECD 국가와 비교한 한국의 국회의원 수, 과다대표 경향 짙어

 

한국의 적절한 의원 숫자는 어느 정도일까? “의원수는 인구의 세제곱근에 비례한다” 타게페라와 슈가트가 만든 이 공식은 의석수를 산정하는데 가장 잘 알려진 식이다. 이 공식에 따르면, 한국에 적당한 의원수는 약 369명. 현재보다 69명 늘어난 수치다. 실제로 김도종(명지대), 김형준(국민대) 교수는 ‘국회의원 정수산출을 위한 경험연구‘에서 OECD 국가들의 인구와 GDP 규모, 정부 예산, 공무원수 등을 비교해한국의 적절한 의원 수는 360명 정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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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34개국 선거제도와 의원정수(2015년 3월 27일 기준) 

ⓒ국회의장 직속 선거제도개혁 국민자문위원회

 

위 표를 보면 한국은 인구대비 의원 수가 매우 적은 편이라는 게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현재 한국의 국회의원 숫자는 300명으로 의원 한 명당 대표하는 인구수가 167,400명이다. 이는 OECD 국가 평균인 99.469명을 훨씬 웃도는 숫자이며 미국, 일본, 멕시코에 이어서 4위에 속한다. 

 

단순하게 인구수 만으로 봤을 때 한국의 의원 수를 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맞추려면 514명(한국 전체인구수/OECD 평균 의원 1인당 인구수)이 되어야 한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국회의원 숫자가 상·하원 합쳐 1,000여 명에 달하는 유럽 선진국들의 의원의 1인당 인구수와 비교하면 한국의 적절한 의원 수는 오히려 900명에 달한다. 위에서 언급한 의원 수를 산출하는 공식을 훨씬 넘어서는 숫자이다.

 

한국 정치, 

 

진입 장벽은 높고 대표성은 낮다. 정치혐오는 날로 커진다

 

단순히 숫자로만 보면 다른 OECD 국가보다 한국은 의회정치의 대표성이 낮고 엘리트주의의 모습을 띤다. 이는 의회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뜻이다. 의원 숫자뿐 아니라 제도적으로도 그렇다. 한국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보수 양당체제와 소선거구제도는 돈 없는 일반 시민들과 소수정당들이 정치활동을 펼치기 어렵게 만든다. 의회의 진입 장벽이 높으면 사회 각계각층의 대의를 실현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단순한 논리로 인구의 절반은 여성인데 19대 국회의원의 여성 비율은 15.7%에 불과한 점. 전체 유권자 4,000만 명중 2만 명도 안 되는 법조인들이 의석의 14.3%를 차지하는 현상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정치의 엘리트주의가 심화되고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 정치는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의 패권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한국사회는 그러한 모습을 띠고 있으며 그로 인해 국민들의 정치혐오는 날로 커진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 의석수를 늘리자는 주장은 국민들이 거부감을 느끼기 충분하다. 의회의 대표성과 정치의 당사자성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투자비용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특권계층의 증가와 그에 대한 비용의 문제로 바라볼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매체에서 다루는 국회의원의 특권에 대한 이야기는 그런 여론을 더욱 부추긴다.

 

국회의원 모범 사례라는 스웨덴, 단순 비교는 무리

 

사실 한국의 국회의원이 공식적으로 가진 권한들이 지나치게 특권적인지도 따져볼 문제이다. 국회의원의 특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자주 거론되는 것이 북유럽 국가 국회의원의 모습인데 스웨덴의 국회의원은 한국과 비교하면 명예직의 모습을 띤다. 그들은 4년 임기 동안 1인당 평균 104개의 법안을 발의하고 평균 주당 80시간 이상씩 일한다. 특권적인 모습도 없다. 관용 자동차와 개인 보좌관도 지원되지 않으며 식사도 국회 식당에서 환경미화원들과 함께한다. 월급도 한국 물가로 600만 원 수준이다. 한국의 국회의원이 연봉 1억이 넘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모습을 단순히 한국에 적용하고자 한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근면 성실하고 탈권위주의적인 모습은 본받을만하다. 하지만 스웨덴 의원 1인이 대표하는 인구는 평균 27,276명으로 한국의 시·구의원 수준이다. 한국의 국회의원은 스웨덴의 국회의원보다 6배가 넘는 인구를 대표하기 때문에 의원 1인당 갖는 책임과 업무량이 스웨덴의 국회의원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특권을 누린다고 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국회의원의 수가 적어서 권력이 편중되기때문에 생기는 비리와 부패가 문제인 것이다. 국회의원의 모습이 스웨덴과 같아야 한다면 의원 수를 늘리고 권력을 나눠야한다. 그리고 특권으로 여겨지는 것들에 대한 1인당 파이를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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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숫자가 늘어나면 특권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시사저널

 

국회의원 숫자를 늘릴 경우?

 

특권과 관련한 것만이 아니라 다른 차원으로 접근할 수 있다. 국회의원이 늘어나면 입법부의 감시기능이 높아지고 의회가 더욱 잘 작동될 것이다. 그만큼 의정활동 본연의 역할로써 국가 행정을 감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업무의 분담 효과로 전문성이 향상될 것이다. 이런 효과는 오히려 의원 1인당 들어가는 예산보다 더 많은 예산을 절약할 수 있게 해준다. 수많은 국책사업 비리들이 수천억, 몇조 단위로 문제가 생기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부패도 줄어들 것이다. 그만큼 감시자들도 많고 개별 의원들의 영향력은 적어지기 때문이다. 뇌물을 공급하는 입장에서도 제공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이와 함께 현실 정치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대의를 잘 실현할 수 있다. 물론 이점은 올바른 선거제도 개편 등과 함께 이뤄져야 할 문제다. 

 

기존 선거제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출발한 정치관계법 개정안이 현재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 정치시스템의 재편은 이미 시작되었다. 의회가 갖는 국민의 대표성과 기능을 높이기 위해 적절한 국회의원의 숫자는 몇 명일지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