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20대’에 대한 인상비평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청년이슈팀의 [청년연구소]는 청년과 20대를 주제로 한 다양한 분야의 학술 텍스트를 소개하려합니다. 공부합시다!




우리는 매일 새터민의 이야기를 듣는다. 종합편성채널에서 새터민의 이야기는 장르를 넘나든다. 4~50대 새터민은 토크쇼에 패널로 나와 자신의 북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30대 새터민은 가상결혼 프로그램에서 남한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20대 새터민의 이야기는 없다. 학교 수업은 따라갈 만한지,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지, 그들의 고충과 어려움은 다뤄지지 않는다.







ⓒ 채널A : 이제 만나러 갑니다






통일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작년 10월을 기준으로 입국한 새터민 수는 2만 7천명이 넘는다. 이 중에서 10~20대는 전체의 45%를 차지한다. 새터민 중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10~20대지만, 우리가 방송에서 듣는 것은 30~50대 새터민의 이야기다. 이번 청년 연구소에서는 20대 새터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교우관계를 통한 탈북대학생의 대학생활 적응에 관한 연구 논문을 참고해 보았다.




우리도 대학교 ‘졸업’장을 원한다




청년 새터민들은 한국에 입국하면 대학교 졸업을 희망한다. 북한에서 다 하지 못한 학업에 대해 아쉬움을 달래려는 목적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사회가 학력 중심이라는 걸 그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 청년 새터민들의 69%는 대학교 졸업장을 원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그들이 원하는 게 ‘입학’이 아닌 ‘졸업’이라는 점이다. 4년 동안 한국 대학을 다니는 것은 그들에게 큰 도전이다. 학자금 대출이나 취업 때문은 아니다. 그들이 남한에 적응하는 최초의 공간이 대학교이기 때문이다. 보통 20대 새터민들은 탈북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안학교에 입학했다가 검정고시를 치른 뒤 한국 대학교에 진학한다. 그들은 남한 대학교의 문화나 사고방식에 대해 경험해 보지 못했다. 당연히 교우관계 형성에서 갈등이 커서, 중도에 쉽게 포기하고 있다. 이는 새터민 대학생들의 중도 탈락률이 28.4%로 대학교 평균 중도 탈락률에 6.3배에 이르며, 휴학률도 43.65% 수준으로 대학교 평균 휴학률의 2.9배라는 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수강신청이란 게 있다니




20대 새터민들은 남한대학교의 ‘수강신청’ 제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대학에서도 정해진 과목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수강 신청뿐 아니라 교육 시스템 자체에도 차이점이 있다. 남한에서는 19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한다면 북한에서는 17살에 고급중학교(북한의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이에 따라 20대 새터민들은 2년이라는 교육이수 연도의 차이가 생긴다. 북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배움의 양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 ‘교우관계를 통한 탈북대학생의 대학생활 적응에 관한 연구 






배움의 양뿐만 아니라 에서도 차이가 있다. 북한 교육이 지향하는 가치는 사회주의 체제 유지를 위한 주체사상을 주입교육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회와 역사 경제 과목은 내용이 다르며, 남한의 교육보다 자율성이 훨씬 떨어진다. 북한에서 집단주의 속에 주체사상 이념을 전파하는 교육환경에서 자란 20대 새터민들은 남한 대학교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힘들다.




그들에게 친구는 엄마와 같다




시스템과 분위기가 사뭇 다른 사회로 진입하는 청년 새터민에게 손을 잡아주는 존재누구일까. 그들은 남한에 대부분 혼자 온다.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가족이 주변에 없다. 오히려 북에 남은 가족은 그리움의 대상으로, 심리적 트라우마에 가깝다.




그들에게 가족은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이다. 입학해서 만난 대학 동기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면서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고, 동아리나 MT 등 각종 활동을 통해 첫 사회적 관계를 확립한다. 서로 속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저한테서 교우관계는 첫걸음마를 가르쳐 주는 엄마 같아요. 걸음마를 떼기 시작하는 아기들이 자빠질까 봐 두려워서 자빠지지 않으려고 옆에 있는 엄마를 붙잡으려고 노력하잖아요. 그런 것으로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여기서 산 지 몇 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알면 얼마만큼 알겠어요? 친구들하고 친하게 지내면서 많은 걸 배우고 깨닫게 되는 거 같아요.”




또한 그들에게 친구는 사회 진출을 돕는 존재이다. 단순히 인맥으로서 사회 진출 기회를 열어준다는 뜻이 아니다. 첫 사회화의 공간에서 성공적인 교우관계는 긍정적인 경험으로 남아, 향후 사회생활에 자양분이 된다. 따라서 이들에게 대학교에서 학생들 간의 사회적 관계 성공 여부는 학업 성취요인만큼 중요한 의미로 쓰이게 된다.




우리는 지금 만날 수 있을까


 



ⓒ 이문세 뮤직비디오 / 편집 고함20


 


“강의실 찾는 것도 힘들고 겨우 찾아 들어갔는데 모르는 학생들이 쫙 앉아 있어서 너무 당황하고 불안하고 두렵고 그랬어요. 과연 따라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죠.”


 


인민학교 출신으로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한 한 새터민은 위와 같이 말했다. 단적인 예이지만, 남한대학생들과의 첫 만남의 공간조차 어디인지 찾기가 힘들었다는 말이다. 이렇게 지금의 새터민 중 20대는 배제되고 있다. 방송에서는 3~50대 새터민 이미지만 소비되고, 그저 배고픈 북한사람의 이미지에만 그치고 있다. 정작 20대 새터민들은 외로워하고 있다. 앞으로 많은 남한생활을 앞둔 20대 새터민들에게 필요한 사회적 관계를 고려할 필요있다.




글/사진. 종자기(kpj6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