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터전에서 사는 사람, 김은하(22·가명) 씨는 북한에서 넘어와 남한이라는 새로운 터전에 사는 새터민이다. 14살에 탈북해 한국생활 8년 차다. 새터민이 10~20대를 겪으면서 느낀 남한의 실상이 궁금했다.

 ⓒ 경북도민일보 

3주간의 관심

은하 씨는 탈북하자마자 그녀와 같은 또래의 새터민과 함께 대안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3년간 적응 교육이 끝나고, 17살에 고등학교 1학년으로 전학을 갔다. 그녀는 각자의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기 전날 또래 새터민들과 기도를 했다. 고등학교에 왕따가 많다던데 서로 살아남자고 말이다.

“어딜 가나 전학은 힘들죠. 단단한 집단에 외부인이 들어가는 일이니까. 그러나 외부인이 특이하다면, 상황은 복잡해져요. 처음에는 특이한 외부인에게 관심을 가져요. 질문도 많죠. 하지만 질문이 끝나면 남는 건 단 한 가지에요. 아 이 사람은 나랑 다르구나. 그때 둘 사이엔 건널 수 없는 강이 생기는 기분이에요.”

처음에는 옆 반 친구들도 와서 그녀를 구경했다. 이것저것 물어보고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딱 3주였다. 3주가 끝나면 같은 반 친구들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도 참고 견뎌야 했다. 남한에서 하는 처음의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 하면, 앞으로 남한 자체에 적응을 못 할 것 같기 때문이었다.

7명 중 5명은 자퇴를 했다…‘너 오늘 한마디는 했니?’

그녀는 3주 뒤 힘든 시간을 견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행히도 그녀는 견뎌냈다. 자신이 잘나서도 선생님이 도와줘서도 아니었다. 전학 오고 나서 한 달 뒤에 새로운 학생이 전학을 왔기 때문이었다. 낯선 집단에서 새로운 전학생과 그녀는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 그녀는 전학생 덕분에 견뎌냈다. 하지만 그녀와 같은 시기에 전학을 간 다른 새터민들은 그러지 못했다.

 ⓒ http://authenticlove789.com / 편집 : 고함20 

“7명 중에 5명은 자퇴를 했어요, 학교생활이 너무나 힘들어서죠. 항상 수다스럽고 유쾌했던 친구는 학교에 갔다 오면 거울 앞에 서서 자신한테 물어봤다고 해요. ‘너 오늘 한마디는 했니?’라고, 항상 답변은 ‘아니’였데요, 그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았죠. 무려 2년 동안 말이에요”

연평도에 포탄이 터지는 날, 간첩이 되었다

5년 전, 은하 씨가 전학 온 지 1년이 채 안 되었던 2010년의 겨울,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했다. 교실 문을 여니 친구들은 텔레비전 연평도 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녀도 북한의 포격 보고 화가 났다. 함께 분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의 눈초리는 그렇지 않았다.

 ⓒ 오마이뉴스 

“애들이 TV를 보다가 저에게 한 말이 ‘너 간첩 아냐? 위대한 수령님한테 가서 고자질할 거지?’였어요. 눈물이 났죠. 내 나라도 아닌데, 목숨 걸고 도망쳤을 뿐인데 왜 간첩이라 하는지 모르겠어요.”

우는 은하 씨를 보고 주변 친구들이 말렸다고 한다. 은하 잘못도 아닌데 그녀를 비난하는 건 옳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점차 악화되었다.

“그나마 친한 친구들이 저를 두둔했어요. 그러자 돌아오는 말은 간첩보다 끔찍했죠. ‘너희들 빨갱이지?’라는 말이죠. 제 편을 들어주던 친구들은 할 말을 잃었어요. 빨갱이가 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국어 선생님은 일부로 북한말을 썼다

아무도 새터민에게 말을 걸지 않고, 혹은 간첩이라 불리는 상황에서 주변 선생님들은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그들의 적응을 도왔을까.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선생님들은 새터민이 있는지도 모르거나, 심지어 놀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국어 선생님은 교과서에 북한말이 나오면 저를 시켰어요. 또는, 자기가 북한말을 해보고 이게 맞는 말이냐고 물어봤죠. 애들은 웃고. 왜 저한테 그러셨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돼요. 그래서 학교만 빨리 졸업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막상 나오니까 이제는 텔레비전에서 새터민을 소비하더라구요.”

미디어는 단지 그들을 소비할 뿐이다

종합 편성 채널에서 새터민은 자주 나온다. 일반인으로 스타들보다 몸값도 싸면서 스토리도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같은 새터민이 보기에는 그들이 단순 소비되고 있는 것 같다고 한다.

“종합 편성 채널을 보면 저도 신기해요. 북한에 저런 사람이 있구나 싶죠. 그들의 이야기는 정말 구구절절해요. 자신의 슬픔을 채널에 파는 것 같아요.”

실제로 은하 씨에게도 섭외요청이 왔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거절했다. 방송에 나가서 알려지는 것도 싫지만, 그보다 새터민이라는 이유로 소비되는 사실이 싫었기 때문이다.

“새터민들은 나오면 거의 눈물을 흘려요. 모두가 나약해서 그런 건 아닐 텐데. 아마 슬픈 얘기를 강요하겠죠. 저도 그 자리에서 울지 않을 자신이 없어요. 만약 울지 않는다면, 웃기게 만들죠. 남한에서 적응 못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웃음을 팔지 않겠어요. 그러기는 싫어요.”

친구들은 다른 사람이라 생각하고, 선생님들마저 손가락질한다. 미디어에서는 눈물샘만 자극한다. 새로운 터전은 낯선 터전에 불과했다. 그들에게 선택지는 별것이 없다고 한다.

“아예 북한 출신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밖에 방법이 없어요. 하지만 그러면 모든 게 거짓말이 되죠, 어디 초등학교 어느 유치원 고향까지, 제 과거는 모두 거짓으로 바뀌죠. 다른 게 아닌 틀린 사람처럼 살거나, 거짓된 인생을 살거나. 우리에게 선택지는 둘 중 하나밖에 없어요”

인터뷰.글/ 종자기 (kpj6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