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숙회 가져갑니다. 몇 달 동안 먹고 싶었는데 문어숙회 넣으신 분 복 받으실 거에요♡“ 

”로즈마리랑 애플민트 놓고 갑니다“ 

”두부와 콩나물 가져갑니다^^ 된장찌개 해먹어야겠습니다“


이 깜찍한 문구들은 모두 길거리 냉장고 ‘빵빵이’ 방문자들이 남긴 방명록이다.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식재료를 두고 가는 대신 다른 사람이 냉장고에 넣어둔 식재료를 가져간다는 발상에서 시작한 길거리 냉장고 ‘빵빵이’. 오픈컬리지라는 사회적기업 프로그램에서 만난 8명은 이런 사소한 경험에서 남는 식재료를 서로 교환하는 푸드셰어링 ‘빵빵이’ 프로젝트를 생각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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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냉장고 ‘빵빵이’ 이용 후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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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이’ 프로젝트 포스터.

 

 

쿨하게 가져가, 애정있게 놓고가, 꼭꼭 챙겨먹어
 

길거리 냉장고 ‘빵빵이’는 어떻게 탄생 한 건가요?

A. 교사, 공무원, IT, 경제, 디자인 등 제각기 다른 직업을 가진 저희가 뭉칠 수 있던 건 오픈컬리지의 사회적기업과정 프로그램 덕분이었어요. 사회적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프로젝트를 고안해내는 과제였죠. ‘신뢰’가 사라지는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길거리 냉장고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어요. 경희대 신‘s 커피하우스라는 곳에 식재료를 채워 넣은 냉장고를 가져다 놓았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3월 14일부터 29일까지 1차 오픈을 알렸어요.
 
‘신뢰 없는 사회’와 ‘푸드셰어링’이 무슨 연관이 있는 건가요?
 
A. 한국에서 음식을 나눈다는 건 ‘소통’이자 ‘정’을 의미해요. 어렸을 때는 이사 오면 이웃집에 떡 돌리면서 인사도 하곤 했잖아요. 근데 요즘은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졌죠. 극단적인 사례로는 층간 소음 때문에 이웃끼리 원수가 되기도 하고요. 저희는 음식을 공유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감정적인 연결’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요즘 흔히 말하는 ‘공유경제’같이 거창한 목표로 시작한 건 아니고요. (웃음) 냉장고 말고 다른 아이디어도 있었는데 일단 첫 시도로 길거리 냉장고를 하자고 했죠.
 
길거리 냉장고라는 방법은 어떻게 생각해내신 거 에요?
 
A. 방법적인 모티브는 독일의 길거리 냉장고에서 얻었지만, 취지는 조금 달라요. 독일의 경우 ‘음식쓰레기를 줄이자’는 친환경적인 발상에서 시작했다면 저희는 ‘냉장고를 통해 모르는 사람과 관계를 만들어내자’는 의도였어요.  팀원들의 반 이상이 자취 해서 그런지 저희끼리도 ‘냉장고’라는 매개체에 기본적으로 공감대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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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이의 앞모습.

 

Q. 모르는 사람이 가져다 놓은 음식을 교환한다는 걸 조금 꺼림칙해 할 수도 있잖아요?

A. 동감해요. 그래서 저희도 초반에 우리 프로젝트는 “실패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독일과 우리나라의 문화적인 차이가 있잖아요.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과 눈이 마주친다고 인사하진 않잖아요? 그런 와중에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모르는 음식을 사람들이 잘 이용할까 의구심이 있었죠.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생각보다는 반응이 좋았어요. 오히려 두고 가는 분들보다 가져가는 분들이 많았으니까요. (웃음)

 

Q. 냉장고는 어디서 구하신 건가요?
 
A. 저희 사비로 구매했어요, (웃음) 1주일 동안 중고나라를 뒤져서 원하던 가격대와 크기의 냉장고를 우여곡절 끝에 구했어요. 저희가 디자인한 ‘빵빵이’ 캐릭터로 약간의 데코 작업을 좀 거치고 나서 가져다 놓았죠.

Q. 경희대 ‘신’s 커피하우스’에서 진행했는데, 장소 선정은 어떻게 하신 건가요?
 
A. 저희 나름의 장소 선정 기준도 있었어요. 너무 번화가면 사람들이 냉장고 안에 있는 걸 그냥 집어갈 수도 있겠다 싶어서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주택가 위주로 물색했어요.
 
처음엔 20~30대가 많이 사는 연남동 일대가 후보였어요. 이미 여행객들이 음식을 나누는 게 익숙한 게스트 하우스도 많이 자리 잡고 있으니깐 이런 프로젝트를 더 수월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죠. 카페나 상점 위주로 발품을 팔았는데 거절만 여덟 군데 정도 당했어요. 프로젝트 취지에는 공감해주셨지만 아무래도 미관상 보기 불편하실 수도 있고, 냉장고 관리라는 걸 부담스럽게 생각하신 것 같아요. 대학교 동아리회관도 생각해봤는데, 학교 허가 문제 때문에 포기했죠. 결국은 지인을 통해서 경희대 신‘s 커피하우스 사장님을 알게 됐고, 그곳에 최종 설치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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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이 로고.

 

Q. 길거리 냉장고 홍보는 어떻게 하신 건가요?

A. 홍보 포스터랑 팜플렛을 100부 인쇄해서 직접 경희대에 붙였어요. 아무래도 대학생들이 1인 가구가 많으니까. 온라인으로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어서 알렸죠. 카페에 들렀다가 알게 된 분들도 있고요. 카페 사장님 말씀 들어보니깐, 나중에는 카운터가 아니라 바로 냉장고로 향하는 분들도 많았다고 하더라고요. 각자 직업이 있으니까 냉장고 옆에 상주해 있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냉장고 옆에 비치해둔 방명록을 보니깐 오픈 2~3일 째부터 첫 이용자가 있었어요.
 
Q. 길거리 냉장고 ‘빵빵이’, 또 만날 수 있는 건가요?
 
A. 저희가 이미 2차 오픈까지 마친 상태입니다. 이제 앞으로의 방향을 팀원들과 논의 중에 있습니다.

인터뷰/ 라켈(glory0812@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