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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Julian을 덕질하는 방식, 밴드 ‘SKOOL’ 팬카페 운영자를 만나다

원히트원더를 기억한다는 것은 다시 말해 노래를 기억한다는 것이다. ‘여름아 부탁해’를 들으면 “아, 나 이 노래 알아!”라고는 쉽게 말하지만 그 곡을 부른 사람에 대해서 말하긴 어렵다. ‘여름아 부탁해’를 부른 사람이 인디고라는 사실을 기억하더라도 인디고에 대해서 평하기는 더더욱 어려워진다.

 

마찬가지로 ‘Julian’을 노래방에서 부르는 비음 한껏 섞인 노래라는 사실을 기억하더라도, 그 노래를 부른 스쿨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 스쿨에 대해서 반짝 밴드, 교태어린 보컬을 가진 밴드 외에는 설명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2001년, ‘Julian’이 포함된 앨범 하나만을 내고 사라진 밴드 스쿨을 붙잡고 사는 사람이 있다. <2001년 혜성같이 나타났다 사라진 명곡 Julian을 부른 SKOOL을 위한 기념 팬카페>를 운영하는 이00 씨다.

 

자기소개 부탁한다.

30대 초반이고 지방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 헤비메탈과 일본 아이돌을 좋아한다. 스쿨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듣고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이후 계속 좋아하는 중이다. 질리지 않는다. 스쿨 덕에 지금 일본 아이돌을 좋아하는 데 발판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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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위해 일부러 입고 왔다는 덕력이 느껴지는 조끼

 

스쿨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 처음 빠지게 된 밴드인 건지?

처음 스쿨을 TV에서 본 것은 고등학교 1학년 3월로 기억한다. 목소리가 독특하고 노래하는 여자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계속 노래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인기 많은 그룹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피시방, 길거리에서도 자주 들려왔었다.

 

사실 메탈을 먼저 좋아했었다. 메탈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돌을 싫어하는데 나만 예외다(웃음). cradle of filth, 디어사이드 등등. 스쿨은 (메탈 위주이던) 내 플레이리스트에서 예외였다. 그래서 스쿨을 좋아하는 과정은 내가 왜 좋아하는지를 찾는 과정이었다.

 

스쿨을 통해 가치관이 변화한 부분이 있나? 원래 취향과 상반될 것 같은데.

노래를 처음 들은 이후 가치관이 송두리째 바뀌는 것은 기만이다. 오히려 영향력은 스쿨을 좋아한 지 십 년 이상 지난 지금 있는 듯하다. 스쿨을 좋아하는 것은 일본 아이돌을 좋아하는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초석이 되었다. 

 

일본과 스쿨이 관련 있나?

그렇다. 일단 데뷔할 때부터 제이 팝의 아류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쥬디 앤 마리’라는 일본밴드의 카피 밴드라는 이야기를 특히 많이. 하지만 이 말은 반만 맞는 말이다. 분명 스쿨이 영향을 받기는 했을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스쿨의 앨범 트랙 중에 ‘Julian’과 ‘하하하’가 있는데 이 곡들은 분명 ‘쥬디 앤 마리’와 ‘히스테릭 블루’의 영향이 느껴진다. 하지만 나머지 곡들은 그렇지 않다. 이근상이라는 이승철의 ‘말리꽃’을 작곡한 사람이 스쿨 앨범을 작곡했는데 특히 ‘은하수 별’, ‘졸업’이라는 발라드 곡은 이근상의 스타일이 확실히 묻어난다. 

 

당시 사람들이 스쿨을 제이 팝의 아류라고 했던 또 다른 이유는 낭랑한 창법 때문이다. 창법에서 ‘쥬디 앤 마리’를 따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그 창법은 애초에 ‘쥬디 앤 마리’의 것이 아니다. 그 이전에도 자주 쓰이던 창법인데도 일부만 보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논란들이 더 스쿨에 애착이 가게 만들었을 것 같다. 그래도 2001년에 한 앨범만 내고 사라진 밴드에 대한 애정을 지금까지 유지하긴 어려움이 많을 듯하다. 애정의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사실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 아무래도 음악이 좋아서 그런 듯하다. 얼굴로는 오래 기억되지 않는다. 이렇게 팬카페까지 만들게 되는 데에는 스쿨을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나 말고도 많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팬 활동을 하면서 미약하지만 보람이 있었던 적이 있다. 스쿨 앨범 작곡가인 이근상 씨와 컨택이 되었던 것이다. 2012년도 당시 카페 만든지 얼마 안 되서 이근상 씨가 카페에 글을 남겼다. 스쿨 2기가 나올 예정이라고 했는데 아직 아무 소식 없는 것을 보면 엎어진 듯하다(웃음). 어쨌든 팬카페를 만든 것은 어느 날 문득 스쿨이 생각나 찾아보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 물론 내가 선구자가 되는 느낌으로 하는 것도 있다.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이니까. 

 

역시 덕질은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에 기반을 둔 것 같다(웃음). 팬카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팬카페 명이 독특한데, 카페처럼 스쿨의 julian만을 사랑하나? 카페 만든 게 언제인지?

원래 스쿨 팬카페가 지금까지 총 3개 있었다. 처음엔 보컬 윤소현 팬카페, 2004년에 생긴 후속 스쿨 팬카페 그리고 내가 만든 팬카페. 가장 처음 것은 비공개 처리가 되었고. 3번째 것도 2012년에 폐쇄되었다.

 

후속 팬카페가 문을 닫은 이후에 문득 ‘좋아했었던 밴드인데 정보가 올라오지 않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핑클이나 SES는 자료가 많은데 스쿨은 없다. 음악은 널리 퍼졌는데도 밴드는 누군지 모르는 게 아쉬웠다. 기억하고 싶고 더 알고 싶어서 만들게 되었다.

 

사실 이 카페는 커뮤니티라기보다는 아카이브의 형식이다. 후속 팬카페에서 활동하면서 2010년부터 자료들을 저장하고 있었는데 2012년에 완전히 폐쇄되면서 내 식대로 다시 만들게 된 것이 이 카페다. 

 

왜 스쿨은 새 앨범이 나오지 않았던 건가?

간단하다. 대중적으로 성공을 못 했으니까. Julian이라는 음악은 많이 퍼졌는데 대중적으로 성공을 못했다는 것이 문제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1년 1만 1000장 팔린 듯하다. 당시에 1만 1000장은 실패라고 봐야 한다. 노래는 떴는데 팬덤이 없었다. 당시 음원 유통방식인 소리바다도 일정 부분 기여했을 것이다. 음원은 다운받아서 많이 듣는데 실제로 수익이 생기지 않으니 성공할 수 없었다.

 

자료 모으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항상 혼자였다. 스쿨이 방송에 나왔던 것을 DVD로 방송사에 제작해달라고 해서 받고 그랬다. 하나에 5만 원정도 하는 것을 한 달에 몇 개씩 사다보니 빠듯했는데 그 사이에 SBS에서 DVD 제작을 끊어버렸다. 그래서 방송 자료를 모두 모으진 못해 아쉽다.

 

국립 도서관과 국립 청소년 어린이 도서관에 가면 2001년도 당시 음악잡지가 있는데 그 시기의 음악잡지를 다 조사해봤다. 잡지들이 거기 다 보관되어 있다. <주니어>, <뮤직 라이프> 이런 것들. 잡지 중에 5~6종을 추린 뒤, 스쿨이 활동한 1월에서 7월 말 보여달라고 해서 찾아냈다. 많진 않았지만 5개 정도 스쿨을 다룬 잡지를 찾아냈다. 그중 하나는 중점적 인터뷰가 있었다. 표지모델까지 했더라. 성과가 좋았다. 두들기면 된다.

 

자료 조사를 다른 밴드들도 이렇게 많이 하나?

아니다. 스쿨에 사명감이 있다. 밝혀진 바가 많지 않아서일 것이다. 스쿨은 특별한 부분이 있다.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까 사명감이 생기는 것도 있고. 간헐적으로라도 이 음악 알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밴드들은 이렇게까지 열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베이비메탈이라는 아이돌 팬카페도 운영 중인데 이 정도는 아니다. 공연 보러 일본 3번 다녀올 정도로 열정은 있는데 자료 조사는 하고 있지 않다.

 

얼마 전 토토가가 열풍이었다. 토토가는 추억을 회귀시킨다는 점에서 현재와는 단절감이 있다. 근데 이 팬카페는 계속 이어진 느낌을 받게 되었다. 어쨌든 쭉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토토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음악 방송에서 <가요무대>나 <콘서트7080>와 같이 예전 노래를 부르는 프로그램은 늘 있어왔다. 토토가는 그런 점에서 잊고 있던 (90년대 대중음악이라고 하는)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기분이 들게 했다. SES를 보면서 나도 사실 뭉클해지긴 했다. 하지만 토토가 열풍과 관련한 반응 중에는 “90년대 문화가 좋았다”라고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건 동의하지 못하겠다. 90년대는 일본 문화에 굉장히 젖어있었던 부분들이 있었다. 다양한 지금이 좋다.

 

분명 반가운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열풍이 지속하지는 않을 것이다. 토토가와 관련해서 90년대 추억을 테마로 한 콘서트인 <back to the 90’s>는 아직도 표가 남아돈다. 관객 운집이 안 된다. 에이핑크는 5분 만에 날아가 버리는 데 말이다. 열풍이라 보기에는 힘든 점이 있는 듯하다. 할로윈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지나면 할로윈 분장하는 사람이 있나? 그런 나도 반갑긴 했지만, 그래도 90년대보단 지금이 다양하고 좋다고 생각한다. 90년대는 유명 작곡가 몇 명이 음악계를 주물렀단 생각도 들고.  

 

카페 추후 향방은 어떻게 되나?

폐쇄조치가 일어나지 않으면 계속할 것이다. 좋은 추억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계속 할 것이다. 스쿨 2기 이야기를 했었는데 그때 관련해서 2기를 위한 팬가페 전환할 생각도 있다. 영 소식이 없어서 아쉽다.

 

* 인터뷰는 2015년 2월에 진행되었습니다.

 

글/사진. 농구선수(lovedarktem@nate.com)

 
농구선수
농구선수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수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꽃은 피고

1 Comment
  1. Avatar
    ㅇㅇ

    2020년 7월 12일 13:33

    카페 주인장님!! 카페도 가끔 다시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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