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애플리케이션으로 찾아보니 약속시각에 7분 정도 늦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마음이 초조해진다. 친구에게 미리 연락을 해둘까? 아니, 친구도 늦을지 모르니까 미리 말하지 말자. 이런저런 가능성을 재보고 있는데 자꾸만 뭔가가 머리를 친다. 뒤돌아보니 누군가가 커다란 가방을 휘두르고 있다.

 

승객이 내리기도 전에 타려하는 사람, 새치기하는 사람, 큰 소리로 전화통화를 하거나 음식을 섭취하는 사람에 대해서 우리는 그에 합당한 비난의 눈길을 가해 왔다. 은근한 요청의 눈길 뿐만 아니라 그들을 ‘비매너’라고 칭하며 자제를 촉구하는 것도 가능하며 주변 사람들의 공감도 쉽게 받아낼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우리는 서로에게 야기했을지도 모르는 감정 소모를 조금이나마 줄여나가고 있다.

 

그런데도 지하철 에티켓 중에서는 여전히 사회적 합의가 정립되지 않은 영역이 존재한다. 누군가는 고통 받고 있으나 아직 의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아 합의의 장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경우다. 대표적으로 큰 가방을 메고 지하철을 누비는 지하철 백팩족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자신의 점유공간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깨닫지 못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하철 백팩족, 홍보가 부족하다

 

백팩족에 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빠르게 올라오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백팩족은 다른 지하철 민폐족들에 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반론이 가능할 것이다. 일례로 쩍벌남은 습관 혹은 자신의 편의를 위해서 다리를 벌렸던 것이지만 백팩족이 백팩을 메고 지하철에 타는 것은 부득이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팩족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가방을 인지하지 못하고 주변의 통행에 지장을 준다는 점이다. 쩍벌남 중 몇몇은 자신의 다리가 벌려진 것을 인지했다면 오므렸을지도 모를 것처럼, 백팩족도 자신의 가방을 인지했다면 앞으로 메거나 내려놓는 방식으로 타협을 찾아낼 수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백팩족에 관한 사회적 합의에 대해서 지하철 정책 제시가 선행되지 못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 현재 지하철 에티켓은 승객의 감정 소모를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미 지나간 사안들로만 채워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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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트로/대부분 이미 지키는 것들로만 채워진 지하철 에티켓

백팩족에 관한 논의는 서울도시철도에서 14년 5월부터 ‘백팩을 메셨다면’이라는 30초짜리 캠페인 영상을 틀고 스티커를 배부하고 있으며 서울메트로에서도 관련된 안내방송을 내보내고 있다고 하지만 홍보효과가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서울로 대학을 다니고 있는 권은미(24)씨는 “통학하면서 한 번도 백팩과 관련된 방송을 보거나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승객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는 것을 인정한다면, 지하철 에티켓 의제 설정의 몫도 당연히 들어있을 것이다. 하지만 백팩족에 대한 의식 변화는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는 중이다.

 

 

공허한 제도 시행, 두줄서기

 

반대로 서울도시철도, 서울메트로는 두줄서기 운동에 대해선 열심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한 편에 그치고 있다. 서울도시철도는 2007년 9월 5일부터 안전상의 문제로 기존 한줄서기에서 두줄서기 문화를 권장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나 2015년인 지금까지 변화하는 모습이 보이진 않고 있다.

 

여전히 두줄서기 문화가 정착하지 않는 모습에서 시민의식이 부족하다든지, 빨리 빨리 문화가 만연해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한줄서기 제도가 먼저 정착해있던 상황에서, 두줄서기를 지키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이목을 끌면서까지 새로운 제도를 지킬만한 유인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게다가 두줄서기 캠페인 자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빨리 이동하고자 하는 사람을 막아버리는 행위가 되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캠페인은 ‘빨리 가고자 하면 계단을 이용하라’고 하지만 지하철 환승 구간에는 계단은 없고 에스컬레이터만 있는 곳도 많다.

 

서울도시철도는 2007년부터 두줄서기를 권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홍보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2013년 7월 18일 있었던 야탑역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건 이후부터다. 이후 서울도시철도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며 두줄서기 문화의 정착을 주도하고자 했다. 에스컬레이터 사고 직후 에스컬레이터 점검 강화가 아닌 시민들의 두줄서기 미시행이 부각되어 불편하게 여겨진다.

 

지하철 에티켓은 변화 없이 책임 모면적인 측면에 맞추어져 있다. 승객의 감정, 불편함보다는 책임 모면 방식으로 변화해가고 있는 중인 것으로 보인다. 두줄서기와 한줄서기의 논란, 제도적으로 지켜지기 어려운 두줄서기의 역사를 차치하더라도 지하철 에티켓은 승객이 현재 고통받고 있는 지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지하철 공사는 공허한 두줄서기 캠페인에 조금만 눈을 돌려 어떤 부분에서 지하철 탑승객들이 정말 불편해하는지를 보는 것이 시급하다.

 

글. 농구선수(lovedarktem@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