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4일부터 8월 18일까지 [고함20]은 아마추어 저널리즘에 관한 프로그램 <마이 리틀 저널리즘(마리저)>을 진행합니다. <마리저>는 강의와 세미나를 통해 아마추어 저널리즘의 경계선을 긋는 것부터, 아마추어 저널리즘이 할 수 있는 일과 해야만 하는 일에 대해서 알아보려 합니다.

 

지난 8월 4일 진행되었던 마이 리틀 저널리즘 4주차 프로그램에서는 블럭 기자가 생각하는 ‘디지털 저널리즘’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의 발달로 저널리즘 환경도 변화하면서 ‘디지털 저널리즘’이 탄생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저널리즘은 동시에 저널리즘의 위기를 낳고 있습니다. 아래는 블럭 기자가 ‘디지털 저널리즘: 우주의 얕은 짜깁기를 넘어서’라는 제목으로 진행했던 세미나의 정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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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은 ‘진정한’ 저널리즘인가?

 

음악을 만드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스튜디오나 홀에서 연주를 녹음할 수도 있고 집에서 랩탑 하나만으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또 기존의 곡에서 일부를 떼어와 재구성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왜 음악 얘기를 하냐고요? 지금의 음악 산업과 저널리즘은 비슷한 고민과 문제점을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저널리즘을 만드는 플랫폼은 다양해졌습니다. 스튜디오나 홀에서 연주를 녹음하는 것이 기존의 신문 혹은 방송 저널리즘이라면, 기존의 곡에서 일부를 떼어와 재구성하는 것은 ‘피키캐스트’ ‘몬캐스트’와 같은 웹 큐레이션에 해당합니다.

 

‘피키캐스트’는 현재 많은 접속자(독자)를 보유하고 있고 그로 인한 광고 효과로 쏠쏠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피키캐스트는 ‘모바일 플랫폼’에 최적화된 사업이라는 장점을 가지고 다양하고 흥미로운 컨텐츠를 보유하고 있죠. 하지만 컨텐츠 저널리즘이라도 컨텐츠라는 명목하에 저널리즘 윤리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원작자나 출처를 표기하지 않고 외부에서 만들어진 컨텐츠를 그대로 붙여넣는다는 것입니다. 저작권개념을 무시하면서 양식장과 같이 컨텐츠 가두리를 만드는 방식이죠. 피키캐스트는 과거 저작권 문제로 페이지를 폐쇄당한 후 최소한의 출처를 표기하고 있지만 직접 만든 컨텐츠에 사용하는 이미지나 컨텐츠에 대해서는 여전히 출처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 인사이트와 위키트리와 같은 사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허핑턴 포스트 코리아는 ‘뉴스 큐레이션’, 인사이트는 ‘이슈 큐레이션’, 위키트리는 ‘SNS 큐레이션’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자체 컨텐츠를 거의 제작하지 않습니다. 많은 컨텐츠들을 원작 계정의 동의 없이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계정에 올라온 내용을 토대로 무단 도용하기도 합니다.

 

반면 몬캐스트는 큐레이션과 함께 자체 컨텐츠를 생산하기도 합니다. 몬캐스트도 피키캐스트를 겨냥했으나 직접 영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들은 직접 사진을 찍고 스낵 비디오도 만들었습니다. 정해진 플랫폼이나 본진 없이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하는 몬캐스트는 한국 페이스북 이용자의 3분의 1수준인 500만 명의 ‘좋아요’수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이들을 저널리즘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널리즘은 ‘아카이브’의 기능을 수행해야 합니다. 아카이브는 특정한 기준을 가지고 컨텐츠를 정리하고 보관하는 저장소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몬캐스트의 경우 모든 컨텐츠가 분류 없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저널리즘의 아카이브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재가공’ 매체들에게 중요한 것은 뚜렷한 ‘취향’입니다. 큐레이터는 자신만의 취향이 있어야 좋은 가이드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뉴스나 콘텐츠를 재가공하더라도 나름의 취향과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그것이 ‘저널리즘’의 한 종류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대다수의 매체들은 방향만 있을 뿐 ‘철학’이 부족합니다.

 

저널리즘의 개념이 희미해진 콘텐츠는 저널리즘 주체의 의미를 퇴색시킵니다. 아젠다(agenda)를 제시하고 독창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대신 눈에 쉽게 뜨일 수 있는 가벼운 콘텐츠에 집중하게 되죠. 대표적으로 ‘잠이 안 올 때 먹으면 좋은 음식 여덟 가지’라는 제목을 가진 리스티클 기사(list + article)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기사들은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짧은 글 혹은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기사가 구성됩니다. 좀 더 단순한, 흥미 위주의 현재 큐레이션 경향성은 위기론을 낳고 있지만 타개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긍정적 복제는 가능할까?

 

우리는 CD, LP보다는 파일, 스트리밍 등 온라인/디지털 방식으로 음악을 접하고 있죠. 저널리즘도 점차 온라인의 흐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환경의 변화에 따라 뉴스를 선보이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죠.

 

조선일보와 한국일보는 SNS용 영상 컨텐츠를 생산하는가 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인터랙티브 기사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 중 스브스뉴스는 최초의 컨텐츠 생산자입니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포맷을 만들고 사진, 지도, 비디오 등 멀티미디어를 결합시키는 등 기존의 뉴스를 재가공하여 새로운 컨텐츠를 탄생시킨 것이죠.

 

우리는 앞에서 ‘단순 복제’로 이루어지는 큐레이션 저널의 문제점을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긍정적 복제’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습니다. 여러 뉴스를 매체만의 색으로 가공하거나 이슈와 관련한 뉴스를 시간 순으로 재배치하는 방식이 이러한 ‘긍정적 복제’에 해당하죠. 실제로 2012년 뉴욕타임스의 ‘snow fall’ 기사는 멀티미디어의 사용으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줄글이 아닌 이러한 방식이 모두 보는 이의 몰입과 수익을 가져다주지는 않습니다.

 

다음이 선보인 ‘이슈잇슈’ 서비스를 아시나요? 타임라인 형식으로 여러 기사를 한 곳에 끌어와서 시간 순으로 배치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긍정적 복제’의 포맷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죠. 경향, 한겨레, 조선일보 등 언론의 인터랙티브 기사도 비슷한 문제점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의 경우 독자의 연령대와 성향을 고려할 때 복잡한 기사는 읽히지 않습니다.

 

동영상 뉴스는 3분이 넘어서는 안 되고 카드 뉴스는 20장이 넘으면 많다고 합니다. 미디어의 입장에서는 기사의 유통이 중요하므로 이러한 방법을 계속 구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가공은 뉴스의 본질을 흐릴 수 있습니다. 뉴스는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하는데 포맷에 쫓기다 보면 이 목표가 달성되기 어렵다는 것이죠.

 

거대 플랫폼이 만든 뉴스는?

 

지금까지 피키캐스트, 몬캐스트 등의 매체와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저널리즘과 컨텐츠 개념 등을 이야기하며 이들의 문제점을 짚어 보았어요. 또한 인터랙티브 기사와 SNS 포맷에 맞춘 뉴미디어 포맷을 다루었죠. 이들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대한 플랫폼에 대해서 얘기해보려 합니다. 그 중 가장 영향력을 발휘하는 두 가지 플랫폼은 페이스북과 네이버입니다.

 

수많은 SNS 중에서도 뉴스 서비스가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역시 페이스북입니다. 페이스북은 실제로 인스턴트 아티클이라는 뉴스 서비스를 런칭하는가 하면, 뉴스 큐레이션 기능도 페이스북 내에서 확대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언론사들도 페이스북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미국에 페이스북이 있다면 한국에는 네이버가 있습니다. 한국 포털 점유율 70%를 차지하죠. 이렇듯 네이버와 페이스북이 뉴스 서비스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합니다.

 

그렇다면 페이스북 페이지 그 자체를 저널리즘, 매체로 볼 수 있을까요? 페이스북 페이지만으로 굴러가는 언론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앞에서 언급한 ‘아카이빙’이 되지 않습니다. 페이스북 글은 타임라인에 따라 흘러가고 이내 묻힙니다. 또한 페이지에 쓰는 글이 기존 저널리즘의 덕목이라고 생각하는 글의 형태를 따라간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글의 형태는 가지각색이지만 글이 올라가는 타임라인은 카테고리화 되지 않으며 기록으로 남지도 않습니다.

 

네이버는 어떨까요? 네이버라는 플랫폼은 계속 판을 깔고 있습니다. 새로운 창작자들이 이를 이용해서 좋은 기회를 얻기도 하죠. 플랫폼은 저널리즘에 뛰어드는 개인에게 있어서 큰 장점이자 단점이 됩니다.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플랫폼 덕에 활동할 수 있는 아이러니를 가지게 되는 거죠. 플랫폼 ‘의존’의 단적인 예가 ‘어뷰징’입니다. 네이버는 뉴스스탠드 서비스 개편 이후 검색 어뷰징으로 뉴스 생태계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거대 언론사들은 SNS팀을 만들어 어뷰징 기사를 양산해냅니다. 그리고 어뷰징이 걸리면 바로 삭제하죠. 이는 페이스북의 타임라인과 다를 바 없습니다. 기사는 의미 없이 흘러가고, 이내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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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리틀 저널리즘> 4강

우리의 저널리즘이 살아남는 방식

 

저는 뉴미디어 사업을 지켜본 적이 있고 현재는 여러 대안 미디어에서 글을 쓰고 있어요. 한국은 이러한 뉴미디어 사업이 살아남기 힘든 환경입니다. 대안 언론의 문제점도 있죠. 하지만 저는 플랫폼에 쫓기기보다 ‘좋은 글’을 쓰고 싶어요.

 

네이버 연예 섹션에서 음악 산업 종사자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보통 A4 5~7장 분량의 기사를 올렸는데 다른 기사에 비해 굉장히 길었죠. 하지만 몇 기사는 ‘제일 많이 본 기사’의 순위권에 올랐습니다.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데 성공한 것이죠. ‘힙합엘이’라는 온라인 매거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래퍼 딥플로우와의 인터뷰는 A4 70장 분량이었는데도 조회 수는 2만이 넘었습니다. 긴 줄글이라는 형식을 유지해도 소재와 기사의 내용,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고함20은 대안언론입니다. 우리는 기사를 많이 확산시키는 방법 또는 수익을 올리는 방법에 전혀 무관심할 필요는 없지만 그것을 중심에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우리가 6년 동안 살아있는 이유는 기본적인 원칙들을 지키는 저널리즘을 실천하려고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널리즘의 주체로서 ‘정체성’을 가지는 것은 중요합니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과 저널리즘 포맷을 외면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수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되 거기에 혹하거나 기죽지 말자는 겁니다. 어디에 들어가든 혹은 어떤 글을 쓰든 내가 서 있는 곳을 헷갈리지 않고 ‘좋은 글’을 쓰는 것. 그것이 우리의 ‘생존 방식’입니다.

 

녹취. 사미음(blue9346@naver.com)

정리. 베르다드(qwerty925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