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 요즘 세상에 시급 4천 원 받는 알바가 있어?
있다. 요즘 세상에.

정말 X같은 일이지 않은가. 최저임금은 “국가가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위해 정한 임금의 최저 수준”을 뜻한다. 말 그대로 ‘최소한’ 이 시급은 주고 부려 먹으라고 법으로 강제하는 거다. 올해 최저임금 시간당 5580원, 작년은 5210원, 재작년은 4860원이었다. 

올여름, 2016년 최저임금이 6030원으로 결정되었다. 노사 모두 이의를 제기했다. 한쪽은 인상률이 너무 높다고, 한쪽은 택도 없다고. 그런데, 대한민국 어딘가에선 이 최저임금마저 무의미한 노동 세상이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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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닌 지역에서 조금 더 흔한, 미친 최저시급

# 경은 씨(18)는 편의점에서 시간당 4천 원을 받고 일했다. 불과 몇 달 전, 광주에서다. 
# 재현 씨(가명. 28)는 알바천국에서 구인공고를 보고 PC방에 찾아갔다. PC방 사장님은 시급 4500원을 제시했다. 사이트에 기재된 조건과 다르다고 따지자 “사이트에는 5580원 이하로는 기재가 안 되잖아! 싫으면 꺼져!”란 답이 돌아왔다. 지난해, 대구에서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미친 임금. 아주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존재한다. 청년 노동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자는 움직임이 강화됐고, 적어도 최저임금은 지키는 세상이 됐다. 그럼에도 이 ‘미친 임금’으로 굴러가는 근로환경이 누군가에게는 흔한 일이다. 특히 ‘어떤 곳’에서는 더 흔하게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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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유니온 / 2010년, 청년유니온은 전국 500여 곳의 편의점을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했다.

2010년 청년유니온이 발표한 전국 편의점 최저임금 실태조사 결과는 위와 같다. 당시 법이 정한 최저임금인 4110원, 이조차 받지 못하는 전국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66%에 달했다. 이때, 서울의 경우 48%가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것과 달리, 광주는 91%, 부산은 96%, 전주와 대전은 조사 인원 전원이 최저임금을 못 받았다. ‘비서울’ 지역에서 최저시급 미준수 문제가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알바천국 채용공고를 분석하여 발표한 ‘2015 상반기 서울시 아르바이트 노동실태’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서울 시내 아르바이트 시급이 평균 6188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시급(5759원)과 비교해 429원이 많은 금액이다. 알바 구인 사이트의 공고에 기반하여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임금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공고’에 명시된 시급조차 지방이 서울보다 훨씬 낮았다. 

원광대 전 학생복지위원장 박상인 씨는 “(위원장을 할 때) 학교 주변 상권에서 최저임금을 안 지키는 문제가 심각했다”며, “수도권에 비하면 근로 감독관 수도 적고 문제에 대한 공론화도 잘 되어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삭발식을 통해 익산 지역의 특정 대학가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최저임금 미준수 실태를 고발했다. 

왜 어떤 지역에서는 노동력이 더 값싼 취급을 받을까?

 

 

[callout title=”” align=”left” link=”” linktarget=”_self” button_text=”Button text here” button_color=”gray” button_position=”right” border_color=”” background_color=”” title_color=”” description_color=”” add_shadow=”no”]임금(wages)은 노동서비스의 제공에 대한 대가로 그 가격을 의미한다. (중략) 지역 별 임금격차가 인적 특성의 차이에 의해서만 발생하는 것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역에 따른 구조적 노동가격 차별이 존재하여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노동자들의 수익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경우 해당지역의 인적자본 축적 의지 자체가 저하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 진수경, “지역별 임금 격차 요인에 관한 연구”(2014) 中[/callout]

 

진수경은 논문 <지역별 임금 격차 요인에 관한 연구>(2014)에서 지역 간에 임금 격차가 나타나는 두 가지 원인을 제시한다. 우선, 지역별 산업이나 기업의 특성에 따라 임금 수준이 달라진다. 노동생산성이 높고 경기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산업을 집중적으로 유치할 수 있고, 대기업이 많이 분포된 지역이 더 높은 임금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한, 도시의 특성과 집적경제의 차이에 의해서도 임금이 달라진다. 이때, 집적경제란 한 지역에 다양한 산업체가 밀집하면서 얻어지는 공간적 집적의 이익을 의미한다. 진수경은 지역의 유리한 입지 조건, 경제활동에 유리한 환경, 공공 및 민간 자본, 지역의 조직 및 기술 등에 따라 간접적으로 노동자의 임금이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다. 

즉,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기에 적절한 조건을 갖춘 셈이다. 서울에서 지방 대도시로 갈수록, 지방 대도시에서 지방 소도시로 갈수록 경제 규모가 작아진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위주로 산업이 분포되어 있고, 지역에서 손꼽히는 몇몇 번화가 일대를 제외하고는 제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자영업자들이 많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인건비’로 돌아간다. 장사가 잘 안되는 가게가 택하는 제1의 대안은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다. 세입자 신분에 마음대로 가게 임대료를 낮출 수도 없는 노릇이고, 원자잿값을 줄이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만만한 게 ‘인건비’다.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미친 임금’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아르바이트 노동자만 죽어난다. 대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재현 씨(가명.28)는 “여기보다 낙후된 경산 쪽에 가면 야간 편의점 알바인데도 4천 원을 주는 데가 있다. 거기는 그냥 노예 시장 같다.”고 말했다. 경은 씨는 반년 동안 편의점에서 시급 4천 원을 받고 일했다. 설 연휴에 일할 수 있냐는 사장의 말에 대목이니 시급을 올려달라고 말한 경은 씨는 ‘영악한 여자애’ 취급을 받았다.

지방의 알바 노동자에게 닥친 더 X같은 현실?  

“이게 부당대우라는 건 알지만, 사장한테 말하기 힘든 게 현실이죠.”
더 큰 문제는 내가 부당한 근로조건에서 일하고 있다는 걸 인식하더라도 고용주에게 정당한 요구를 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 법량 씨(21)는 대학교 1학년 때 신문배급소에서 알바를 시작하기 전까지 부당 대우를 받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 대해 “왜 참고 살지?”라는 의문을 품었다. 그러나 막상 아르바이트를 해보니 신문 배달 배급소 사장님에게 근로계약서를 쓰자는 말조차 하기 힘들었다. 

고용주와 아르바이트 노동자 간에 형성된 권력관계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침묵하게 만든다. ‘을’은 일을 그만두려는 각오를 하고 나서야 ‘갑’에게 제 권리를 이야기할 수 있다. 더군다나 지역의 경우, 수도권보다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부족하다. 알바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에 따르면, 지역별로 구인공고가 올라온 현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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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천국

지역마다 청년 인구수가 다르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지역의 아르바이트 일자리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다. 이는 지방, 특히 저발전 지역으로 갈수록 청년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의 폭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아르바이트 노동자 : “지금 이 일을 그만두면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힘들 것 같아서”
사장 : “너 아니어도 돼. 이 정도 조건에서 일할 애들 많아.”

일부 지역에서 최저임금 이하의 사업장들이 계속 운영이 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알바노조 전남대 분회장 황법량 씨는 “아르바이트를 원하는 청년 수에 비해서 일자리가 적어서”라고 지적한다. 너 아니어도 된다는 인식이 만연해서 근로환경 개선을 이야기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자르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을’들은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

사장에게 고용되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상, 전국 어디에서건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을’이다. ‘을’이 ‘을’의 입장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는 것이다. 그러나 아르바이트 일자리의 선택권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그만두기조차 쉽지 않다. 최저임금만 지켜도 감지덕지한 상황이니 주휴수당이나 야간수당을 챙기는 건 사치고,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은 멀어져 간다. 이렇게 어떤 지역의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더 고달픈 현실을 살아간다.

그럼에도, 지역 알바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하여

# 재현 씨(28)는 대구에 있는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2년간 일했다. 퇴직할 즈음 그동안 제대로 받지 못한 주휴수당과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장에게 미지급 급여와 퇴직금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사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내 니한테 줄 돈 한 푼도 없다!” 결국 재현 씨는 노동청에 진정서를 냈고, 560만 원의 체불임금 확인서를 받았다. 

 

재현 씨가 사장을 고소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함께 카페에서 일했던 다른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도 체불임금과 근로기준법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러나 그들은 “저 돈 벌라고 하는 거 아니에요”라며 사장에게 재현 씨가 보낸 카톡을 보여주었다. 재현 씨는 “(사람들이) 반항할 정신을 제거당한 것 같다. 자신의 권리에 대한 자각이 없다 보니 체불임금이 발생해도 순종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권리를 지키는 게 나쁜 것이 아닌데, 지금의 노동 현실에서는 맞는 이야기를 해도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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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out title=”” align=”left” link=”” linktarget=”_self” button_text=”Button text here” button_color=”yellow” button_position=”right” border_color=”” background_color=”” title_color=”” description_color=”” add_shadow=”no”]※ 알바노조 : 알바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2013년 8월에 출범한 알바들의 노동조합.  고용주와의 교섭을 통해 근로조건을 합의하거나 부당한 근로 실태에 항의하여 단체 행동을 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음[/callout]

 

상황이 이러다 보니, 알바노조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활동하던 알바노조가 올해부터는 지역에 지부를 두기 시작했다. 현재 대구, 부산, 울산 지부와 광주의 전남대 분회가 있다. 전남대 분회장 황법량 씨는 “알바 현실은 전국 어디에서나 비슷할 텐데 수도권에 있으면 전남에도 필요하지 않을까?”란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과 함께 분회를 만들었다.

“노동조합은 작든 크든 곳곳에 있어야 한다. 문턱을 낮추고 가능한 많은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서다.” – 대구 지부장 김영교

지역에서 알바의 권리를 위한 노조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많다. ‘본부’와 같은 역할을 하는 서울의 알바노조에 비해 조합원의 수도 부족하고, 그러다 보니 활동에 제약이 생긴다. 홍보활동이나 이슈 메이킹을 하는 것이 힘들다. 특히, 알바 노동자들조차 알바노조를 잘 알지 못한다. 알바 중에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도움을 구할 곳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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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저널

# 울산 지부장 조신정 : 서울 같은 경우는 주요 타깃을 두고 이슈 메이킹을 할 수 있다. 지금은 세종시에 있지만 예전에는 서울 강남구청 쪽에 최저임금위원회가 있었고, 최저임금 결정 시기에 사용자의 입장에 있는 경총 위치도 서울이다. 그런데 우리는 명확하게 적을 두고 요구할 수 있는 대상이 없으니까, 투쟁의 방법에 한계가 있다.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시위를 할 때도 그냥 대시민을 중심으로 하는 수밖에 없다. 

# 대구 지부장 김영교 : 큰 집회나 이슈 메이킹은 지역에선 하기 힘드니까 매번 서울로 올라갈 때마다 어마어마한 차비를 내는 게 조금 불편하다. 또, 사람들이 노조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많다. 거리에서 캠페인을 할 때 시비를 거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알바가 무슨 노조냐, 노조에서 알바생을 고용해서 그러는 거냐고 욕하고 지나가기도 하고. 노조를 욕하는 것은 어디에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차별발언에 크게 상처 입지는 않는다. 

# 광주 전남대 분회장 황법량 : 사회에 만연한 부당 노동 현실을 바꿔나가려면 개인 혼자서는 대항하기 어렵다. 더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 조직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 조합원 확보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청년들에게 맞는 언어를 못 쓰고 있다. 더 많은 청년들이 함께하려면 어떤 식으로 홍보해야 하는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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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민(좌) ⓒ연합뉴스(우)

 
사실 알바 문제는 전국 어디에나 존재한다. 알바 노동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고용 근로 형태이며, 수많은 알바 노동자가 불안정하고 비정규적인 노동 환경에 처해있다.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고용주나 알바 노동자에게 비인간적으로 대하는 고용주는 서울과 비서울의 경계를 넘어선 문제이다. 서울에서의 알바는 ‘꿀’알바고, 지방에서의 알바는 ‘극한’알바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어떤 곳’에 펼쳐져 있는 좀 더 극한의 현실에 대한 말하는 것이다.

경제 규모가 작아질수록 지방의 청년들은 ‘아르바이트’ 문제에 있어 더 힘겨움을 견디며 살고 있었다.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이 좀 더 많고, 아르바이트 일자리가 적어서 제 권리를 말하는 것이 더 힘들다. 지역 청년 앞에는 서울 청년들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선택권이 놓여 있다. 서울 중심주의가 노동 문제에조차 마수를 뻗치고 있는 세상이다. 

 

 

 

글. 달래(sunmin5320@naver.com)

기획. 콘파냐. 아나오란. 아호. 라켈. 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