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LJOY. 흥을 깨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여성혐오와 반성평등적 컨텐츠는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그 흥을 깨지 않으면 계속해서 번식할 것이다. 페미니즘은 KILLJOY여야 한다. 우리 모두가 단 한 번도 성평등한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이템은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킬-조이] 연재를 통해 마음껏 고함20이 느낀 불편함을 말하고 설치며 흥을 깰 예정이다.

 

1 KILL :: [미리 보는 헬추석] 그의 젠더 감수성은 바닥 수준이었다 

모 대학 커뮤니티에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여자친구와 다투었는데, 자신이 생각하기엔 그렇게 큰 잘못이 아닌 것 같다며 다른 학우들의 의견을 묻고 있었다. 그 커플의 사연은 다음과 같다. 

 

# 여자친구가 추석 때 집에 혼자 남게 되었다길래 “그럼 우리집에 와서 우리 엄마랑 같이 음식해서 먹자”고 말했습니다. 그런 데 여자친구가 “며느리도 아니고 엄연히 네 여자친구인 내가 왜 거기에 가서 음식을 해야 되냐”며 화를 내는 겁니다. 그냥 농담이었는데. 여자친구는 저한테 가부장적인 사고관이 깔려있다며 실망이라고 난리입니다. 제가 그렇게 잘못한 건가요? 

 

마초는 떡잎부터 알아볼 수 있다. 2n년 간 가부장제의 한국 사회에서 살며 습득한 남성중심적 사고관은 자연스럽게 말과 행동에서 배어 나온다. 그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를 ‘그냥 농담’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너무나 찝찝하고 불편하다.    

연휴 때 집에 혼자 있다는 여자친구에게 “그럼 우리 데이트하자”도 아니고 “‘나’랑 같이 음식해서 먹자”도 아니고 바로 “ ‘우리 엄마’랑 같이 음식하라”는 말이 바로 나오다니, 끔찍하다. 그는 아빠 집안의 차례를 지내기 위해 ‘우리 엄마’만 요리를 하는 모습에 문제의식을 느낀 적도, 엄마와 함께 명절 음식 준비를 해본 적도 없었던 게 분명하다.  

이와 비슷한 사연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 종종 올라온다. 특히 명절 즈음에(추석 3주 남았다ㅎ), 커플의 나잇대가 높거나 연애 기간이 오래된 경우가 많다. 여자친구가 엄마와 함께 우리집 남성들을 위한 음식을 하는 것을 ‘화목함’이라고 여기는 것, 우리집에 인사 온 여자친구가 “어머니, 과일은 제가 깎을게요”,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라고 말하는 걸 ‘센스 있다’고 여기는 것. 그 기저에는 여성이 가사노동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바람직하다는, 가부장적인 가치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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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이번 추석에 우리집 와서 음식하고(이건 니가) 그거 먹고(이건 같이) 놀자”는 여자친구의 말을 듣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누가 기꺼이 1일 명절음식 도우미(게다가 무급)가 되어줄까? 애인은 사랑하는 사람이지, 소유물이 아니잖아? 애인의 집에 인사를 갈 때, 우리는 ‘손님’의 입장으로 가는 것이지 집안일을 도우러 가는 게 아니다. 그러니 그 마초근성의 떡잎을 알아본 여자친구에게 예민하다고 하지 말고, 남들이 잘못이라고 말해줘야 인정하지 말고, 스스로 좀 받아들이길. 

 

2 KILL :: 군인에게 중요한 것은 외모?

MBC [진짜사나이]에서 후보생들의 신체조건이 공개됐다. 신체검사는 입소 전 꼭 필요한 절차이지만, 그것이 방송을 탄다면 어떨까? [진짜사나이]는 여성 출연자들의 신체 사이즈를 크게 확대해서 강조하고, 검사 결과와 일일이 비교했다. 프로필상에 기재된 키나 몸무게에서 얼마나 플러스 마이너스 되었는지까지 친절하게 일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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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사나이 예고 갈무리

 

이 과정에서 출연자 중 한명인 김현숙은 ‘우량 후보생’이 됐다. 그는 입담 등 다른 개그 코드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몸 그 자체로 웃음거리가 됐다. 그는 방송 중 인터뷰에서 “내 몸을 사랑하지만 그것을 알려야 하는 것은 강박”으로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급기야 체중 기록에 착오가 생겨 수정하게 되는 에피소드까지 나왔다. 여기서 김현숙 스스로 “그건 대학교 때 봤던 몸무게”라고 신체조건을 우스갯소리로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짜사나이의 신체사이즈 공개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이번 여군특집에서는 벌써 많은 여성들이 대상화되는 중이다. ‘자녀 셋을 둔 38세 후보생 – 과연 그 결과는?’과 같은 자막으로 출산한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재확인하고 검사한다. 실제 군인에게 ‘예쁜 외모에 숨겨진 초절정 깐깐함’과 같은 자막을 붙이기도 한다. ‘슈퍼모델 뺨치는 신체사이즈’, ‘여배우들도 긴장하게 만드는 특급 보디라인’,’몸매 종결자’와 같은 설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진짜 사나이]와 [진짜 사나이-여군특집]의 기획의도는 다른 것 아닐까?

때맞춰(?) 포털 뉴스 탭에는 중국 ‘미녀 군단’의 소식으로 가득했다. 전승절 열병식에 참여한 여성들의 외모를 언론(방송과 인터넷을 가리지 않고)이 입을 모아 칭찬한 것이다. 외모에 대한 그들의 예민한 관점은 놀라울 정도인데, 얼굴과 몸매와 더불어 이 여성들이 열병식을 위해 눈을 감지 않는 훈련을 하고 가슴라인을 맞췄다는 것까지 다룬다. 열병식의 ‘칼같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열병식은 이미 ‘아오안’이다. 명품 광고를 했던 여성들이 열병식에서 미모를 뽐내며 등장했다는 사실만이 언론에게는 중요하다. 여성 출연자들의 신체사이즈와 몸매가 군대 환경 적응보다 중요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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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푸는 주관식 퀴즈*

1. 상황설명 : 지난 8일, <한국일보>에서 ‘두 정거장 차인데 패션은 극과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행했다. 고려대학교 자연대 캠퍼스 여학생과 동덕여대 학생들의 패션을 비교하여 평가한 기사였다. 이후, 기사에 사용된 수십 명의 전신샷이 ‘사전에 동의 없이’ 촬영되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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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페이스북에 올라온 동덕여대 학생의 문제 제기에 대한 기자의 답변이다. 답변 속 “유감”에 담긴 필자의 의도를 서술하고, 기자가 말하는 “공익적인 가치”의 타당성을 논하시오.

2. 지난 8일, TV조선은 ‘북한 된장녀’에 대해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의 일부이다.

[앵커] 북한 여성들 일상에도 자본주의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른바 전지현 화장법이 유행이고, 소비에 앞장서는 북한판 된장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음 중 ‘북한판 된장녀’에 해당하는 것은?
1. 진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여자
2. 누드톤 립스틱을 바르는 여자
3.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사마시는 여자
4. <별그대>에 나온 전지현 화장법을 하는 여자
5. ?????????? (뭐라는 거야)

 

글. 달래(sunmin5320@naver.com). 블루프린트(41halftim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