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강대에는 큰 사건이 하나 있었다. 경영대학 신입생 OT에서 성희롱 문구를 붙여서 논란이 되었다. 해당 학생회는 사과했고, 이후 후속조치를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실제로 그 약속이 지켜졌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서강대학교 내에서의 여성주의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여성주의 학회 틀깸 박효진 학회장을 만났다.

틀깸에 관한 소개 먼저 부탁해요.

서강대학교 여성학과 안에 있는 여성주의 학회입니다. 예전에는 일반 학회였는데, 소속을 분명히 하기 위해 올해부터 여성학과의 승인을 받아 학과 학회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강대 여성학과는 학부에서는 연계전공으로 되어 있고, 대학원에는 협동과정으로 있습니다.

여성학과 소속이 아닌 일반 학회였다는 점은 어떤 상황을 이야기하는 건가요?

그전에는 사회과학대에 속해 있었어요. 서강대는 사회과학대 내부를 섹션(반)으로 나누었는데, 그 중 B섹션에 속하는 학회였어요. 섹션을 기반으로 학생들 활동이 이뤄지고요. 처음 학회장이었던 분이 B섹션에 속해 있어서 그렇게 출발했습니다. 진행하면서 따로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받고 그렇게 했어요. 이후 여름방학 때 오픈 세미나를 했어요. 다른 과 학생들도 다 오라고 해서 신문방송학과, 컴퓨터공학과 등 다른 과 학생들도 오고 이화여대에서도 왔어요. 그런 분들은 정말 관심이 있어서 오신 분들이잖아요. 한 학기가 지나고 나니까, B섹션 사람들은 없고 (웃음) 나머지 분들만 남은 거에요. 그래서 B섹션 학회로 진행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서강대 전체 학회로 돌렸어요. 그렇게 1년을 진행하다가 서강대 전체 학회로 하기에는 소속이 아예 없고, 소모임도 아니고 정식 동아리도 아닌 상태가 된 거죠. 그때 이야기가 나온 것이 학과 학회였어요. 학과 학회로 하면 지원도 받을 수 있고 교수님 조언도 받을 수 있고, 여성학과는 신입생도 더 받을 수 있고 좋겠다는 생각에 학회를 만들었어요.

 

11062365_757939457646957_5813729022031269585_n틀깸의 로고

틀깸이라는 이름은 처음에 어떻게 짓게 되었는지.

저희가 지은 건 아니에요. 90년대에 한참 여성주의 활동이 활발할 때 있었던 여성주의 학회의 이름이었는데 2000년대 초반부터 활동이 없었어요. 거기서 이름만 따온 거죠. 그분들과 직접 연락이 되지는 못했는데 여성주의 학회 이름이니까 살려서 간 거에요. 그런데 제가 여성의 전화 인턴을 할 때 거기 계신 선생님 한 분께서 틀깸 활동을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틀깸이라고 소개하니까 ‘나도 그랬다. 같은 거냐’고 여쭤보시더라고요. 되게 좋아하셨어요. (아쉽게도) 예전 틀깸의 자료는 보관된 것이 없어요.

틀깸의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합니다. 1학기 때는 일주일에 한 번씩 다양한 주제를 한 번 훑고, 2학기 때는 그러한 주제 중에서 회원들이 깊게 들어가고 싶다는 걸 선택해서 세미나를 합니다. 한 가지 주제로 깊게 공부를 한 다음 학술제를 합니다. 지난해에는 반성폭력 운동을 주제로 잡아 학술제를 열었습니다. 그때는 연합학술제의 형태로 서강대 퀴어모임&퀴어자치연대인 ‘춤추는Q(춤Q)’, 청소노동자 연대 본부인 함께 사는 세상 ‘맑음’, 학내 자치공간 운동을 하는 생활도서관인 일단은 비빌자리 ‘단비’, 여성학과 그리고 저희 틀깸까지 다섯 개 단체가 함께 학술제를 열었습니다.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발표를 하는 식이었습니다. 그 외에는 각각의 단체가 하는 캠페인에 부스로 참여하거나, 저희 외에도 문과대 여성주의 학회 ‘이음’과 같이 일을 하기도 합니다. 공동세미나를 열기도 합니다. 주로 하는 건 세미나입니다. 영화 상영회를 하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단체들과는 함께 활동하는 경우가 많나요?

서강대 여성주의자 연대 모임(이하 서여연)이 있어요. 거창한 건 아니지만, 학내에서 사안이 생길 때마다 이야기할 공간이 필요하니까 2012년에 만들었어요. 만들어진 이유가 성폭력 관련하여 서강대 자치규약 회칙을 만드는 이슈로 모였는데, 그 이후로도 클라우드 계정을 같이 쓰면서 자료도 아카이빙을 하고, 서로의 활동을 공유하는 등의 움직임은 잘 이어지고 있어요.

올해 서강대는 경영대 OT 사건이 외부로도 크게 알려졌습니다.

경영대 OT 사건 이후 총학생회에서 학칙을 개정하자, 자치규약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이후 여성주의 단위들과 같이 모여 자문을 하자고 했는데 몇 개월째 연락이 오지 않는 거에요. 그래서 먼저 연락을 했더니 벌써 초안을 만들었대요. 그래서 왜 연락을 안주냐고 하면서 받았는데, 굉장히 형식적으로 되어 있었던 거죠. 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만드는데 각 대학 장이 참여한다고 되어 있더라고요. 사회과학대학 대표, 공대 대표, 이렇게. 그게 열 명 넘는 사람이 되는데 비밀보장이 안 된 채로 각 단체장이 와서 구경하는 형태가 되잖아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다 같이 모여서 피드백을 하고 그런 실질적인 역할을 올해 할 수 있게 되었고, 그것 때문에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안에서 도움이 되는 역할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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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깸 학회 소개 ⓒ 틀깸 페이스북

다른 여성주의 학회 페이지도 그렇지만, 틀깸 페이스북 페이지 같은 경우에도 외부 소식을 많이 올리고 있어요.

거칠게 말하면 사람들이 멀찍이서 간을 볼 수 있도록? 활동에서 겁을 먹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여기에 관심이 있어도 이곳의 관심사는 무엇인지, 어떤 걸 하는 곳인지 알아보고 나서 연락이 오니까요. 그래서 그런 걸 보여주지 않으면 바로 찾아오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요. 직접 문의를 할 정도로 열의가 있는 사람이면 바로 오겠죠. 그렇지 않은 경우를 생각했어요. 중간에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이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다른 이유로는, 저희끼리 세미나를 하면 그 결과가 내부에서만 공유되잖아요. 학회 결과 같은 건 그래서 공개하고 있어요. 꼭 학회 활동을 같이하지 않더라도 학내에서 여성주의를 이야기하는 곳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고, 가볍게라도 사람들이 접하고 오해를 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서운 단체가 아니에요. (웃음)

학회장님의 경우 지난해 한국 여성의 전화에서 열렸던 ‘대학 내 성폭력 근절 및 피해자 지원 방안을 위한 집담회’에 패널로 참여하셨어요. 참가하시게 된 계기, 그리고 거기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알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때 한국 여성의 전화 인턴을 했어요. 거기서 하는 ‘데이트 공작단’이라는 사업을 계속 참여하고 있기도 했고요. 가까이서 연락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패널로 초대를 해주셨고요. 그래서 가게 되었죠. 제가 했던 이야기는 실무적인 것보다는 학생의 관점에서 학내 반성폭력 운동, 학생은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관해 이야기를 했어요. 주요 내용은 네 가지 정도였어요. 첫째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개인화시키는 경향, 둘째는 그 안에서 담론이 형성되어 공동체 안에서 이야기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상담소로 넘겨버리고 제도적 지원만 하려는 점, 셋째는 그게 아니면 가십거리로 돌아다니면서 가해자의 신상을 털어 낙인을 찍는 것, 그러니까 흥미로 보거나 처리는 알아서 하라는 식의 태도. 마지막 하나는 아예 이야기조차 되지 않고 피해가 인정되지 않는 사례, 술을 먹고 그랬다는 말이나 ‘그건 성폭력이 아니지 않으냐’는 식의 반응이죠. 그런 문제점이 있다고 이야기했고 그때 엄청난 대안은 아니지만, 학내에서도 성폭력에 대해 담론이 형성되고 공동체 안에서 이것이 당사자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라는 인식, 원인이나 권력구조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이야기했어요. 그걸 여성주의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같이 담론을 형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데이트 공작단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sgtg1틀깸이 올해 5월 1일 교내에서 했던 캠페인 ⓒ 틀깸 페이스북

서강대에는 총여학생회가 있나요? 총학생회 내부 기구도 없나요?

없어요. 동력이 없죠. 그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운영할 동력이 없다는 점. 총학생회 내부 기구도 없었는데, 경영대 OT 사건 이후로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요. 준비 기구가 하나 있는데, 확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니고요.

성평등상담실이 있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교류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상담실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어요. (웃음) 그거 외에는 학회와 직접 연계된 건 없어요. 오히려 저희가 그런 건 있었죠. 서여연에서 회칙을 만들려고 할 때도 그랬고 상담실로부터 조언을 구하는 일은 많이 있었는데, 상담실에서 학회 쪽으로 같이 뭔가를 하자고 요청한 건 한 번 시도가 있었어요. 근데 잘 안 되었어요.

학내에서 여성주의 활동을 하면서 들었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무관심하잖아요. (웃음) ‘항상 그렇지 뭐’ 정도였는데, 요새는 학내 움직임이라기보다는 미디어에서도 그렇고 외부에서 여성주의 이슈가 많이 나오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좋아진 것 같아요. 외부의 영향으로 학내에서 인지도가 생겼고, 페이스북으로 활동하면서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된 것도 있어요. 학내에서 대자보를 아무리 붙여도 일주일이면 떨어지고, 사람들이 주의 깊게 읽지 않더라고요. 근데 페이스북은 사람들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방학 때 세미나를 안 하고 있는데도, 몇 가지 소식을 공유만 하고 있는데도 새로운 페이지 좋아요가 늘어나고 그러더라고요. 또 틀깸은 고령화되어 있고 (웃음) 이음은 1, 2학년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고 있어요. 저도 대학원생이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학생들이 4, 5학년이다 보니, 방학 중에는 동력이 적어서 틀깸은 방학 중에는 세미나를 쉬고 있어요. 들어오는 사람들도 계속 취준생, 대학원생이더라고요. (웃음)

끝으로 틀깸이 가진 목표나 가까운 시일 내에 활동할 것이 있다면.

지난해에도 그랬지만 올해는 심각한 학회가 되지 말자는 것이 목표예요. 기본적인 이야기들도 누군가는 당연한 이야기를 계속하느냐고 할 수 있지만, 그걸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잖아요. 접근성을 높여서 많은 사람이 발을 디딜 수 있게, 처음이 될 수 있게 이야기하는 역할을 많이 하고 싶어요. 그게 목표에요. 노동절 때도 맑음, 알바연대와 함께 부스를 차렸어요. 그때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주제를 선택했어요. 여성노동에 관한 이슈를 일상에 닿는 이야기들로 구성했고, 읽어보면 ‘아, 그렇구나’ 할 수 있는 내용으로 썼어요. 결과보고를 페이스북과 학교 커뮤니티에 공유하고요. 좀 더 가벼운 활동을 많이 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어요.

 

글. 블럭(blucsha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