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20대’에 대한 인상비평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청년이슈팀의 [청년연구소]는 청년과 20대를 주제로 한 다양한 분야의 학술 텍스트를 소개하려합니다. 공부합시다!

 

“취업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갈수록 많은 대졸자가 인턴십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제 인턴십은 재학 기간뿐 아니라 졸업 후에도 거쳐야 하는 필수 관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행 인턴십 제도의 명백한 결함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많은 대학이 인턴 과정을 졸업을 위한 필수 과정으로 요구하고 있다. (…) 이대로 가다가는 정직한 노동에 적절한 보수가 따르는 건강한 노동 시장은 완전히 붕괴되고 말 것이다”.

 

로스 펄린(Ross Perlin)의 <청춘 착취자들> 서문의 일부다. 이번 [청년연구소]는 <청춘 착취자들>을 바탕으로 인턴십 제도가 당연시된 노동 시장과 인턴십 제도의 이면에 대해 알아본다.

 

 

45720-1

ⓒ yes24

 

 

중요한 스펙이 될 경험 한 줄

 

기본적으로 인턴십은 의사에게 해당하는 단어였다. 전문의가 되기 전 의사 경험을 밟는 1~2년여의 과정을 의미했다. 하지만 인턴은 어느새 의료계가 아니라 노동시장을 지배하는 단어가 되었다. 많은 기업들은 신입 사원을 뽑기 이전에 인턴 사원을 뽑고 있고, 인턴은 어느새 우리에게 익숙해졌다.

 

인턴이 각광받는 이유는 실질적인 직무 경험을 제공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2014년 12월 취업포털 <사람인>이 신입 구직자 7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지원 이유의 67.5%(복수 응답)가 업무경력을 쌓을 수 있어서라고 응답했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구직자의 27.2%가 무급이더라도 지원할 의향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45720-2

ⓒ 사람인

 

취업 시장이 좁아지면서, 많은 청년들은 조금이라도 더 ‘나아 보이는 인재’가 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있다. 인턴도 마찬가지다. ‘내가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며 경력을 쌓고 업무 이해도를 키웠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 인턴에 지원하는 것이다. 문제는 청년들이 인턴을 선호하는 것을 악용해 착취하려고 드는 기업과 단체들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인턴십은 엘리트주의나 인종주의적 발상이 아니다!”라는 거짓말(by 짐 프레더릭, <인턴십, 포로수용소>)

 

최근 유엔에서 노숙자 생활을 하던 인턴의 실정이 밝혀지면서 ‘무급은 싫다’며 많은 인턴들이 반기문 총장에게 편지를 보내는 등 화제가 되었다. 노동부의 ‘청년의 일 경험 참여 실태 및 만족도 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40%는 무급이었다고 밝혔으며, 2015년 6월 24일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의 ‘청년 열정페이 실태조사’에 따르면 53.6%에 해당하는 2799명이 열정페이를 경험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무급인턴이 횡행하는 노동시장의 모습은 다른 곳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정부 해외인턴사업 현황 파악 및 해외취업 연계를 위한 추진방안 연구’에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국외인턴 사업에 참여한 87%가 무급으로 일했다는 점을 발표한 바 있다. 심상정 의원은 해외인턴사업이 정부에서 약 200억 원의 세금을 들여 추진하는 사업임을 함께 밝혔다. 정부에서 세금을 들여서 진행하는 사업 역시 대부분이 ‘무급’이었다는 것이다.

  

올 6월, 국내의 주프랑스 대사관에서 3개월간 무급 인턴을 공고한 것도 비슷한 사정이다. 프랑스 내에서 3개월간 근무를 해야 함에도 무급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며, 항공비와 체류비도 지원 여부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애초에 공고한 대로 ‘프랑스 체류에 결격사유가 없는’ 사람, 정확히 하면 ‘3개월 간 자신 돈으로 프랑스에 와서 체류해도 괜찮은 사람’만 가능한 인턴인 것이다.

 

45720-3

문제가 된 프랑스 대사관 근무조건. 이후 삭제되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45720-4

국회의원 사무실도 있다.

ⓒ페이스북 ‘부당한 무급인턴제를 고발하는 인턴직 블랙리스트’ 갈무리

 

저자는 많은 인턴이 격무에 시달림에도 무급이라는 문제점이 인턴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무급 인턴은 무급으로 일할 수 있는 ‘여유’를 지닌 이들만 인턴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유엔, 국회의원과 같이 ‘스펙’으로 크게 활용 가능한 인턴들이 무급일 경우, 인턴 기간 동안 소득이 없는 것을 버티지 못하는 사람은 인턴 지원을 포기하거나 인턴 활동 도중에 그만두게 된다.

 

로스 펄린이 본문에 소개한 사례들을 확인해보자. 저자가 제시한 정치, 언론, 국제기구처럼 ‘주요한 경력’이 될 인턴직은 무보수가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본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보수 없이 일한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다”고 이야기하거나, “가난 때문에 무보수 인턴십에 지원하지 못했고 경험 부족으로 취업 경쟁에서 부유한 동료들에게 뒤지게 된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에 반해 고위직에서 꾸준히 근무하는 인턴들은 이미 개인 자가용이 있을 정도로 부유한 집안의 자제라는 것이다. 본문에서는 다음과 같은 인터뷰로 나타난다. “(…) 동료 인턴들은 모두 부유층 자제들이었다. 무보수 인턴들이 풀옵션 벤츠나 렉서스를 타고 다닌다면 얘기는 끝난 것 아닌가?”

 

로스펄린은 이처럼 ‘무급으로 인턴을 해도 유지가 가능한 사람’들만 경력을 쌓을 수 있는 현재의 인턴십 제도를 서술하며 <인턴십 장사꾼들>이라는 챕터의 마지막을 ‘인턴십은 특권 계층의 전유물이다!’라는 문장으로 마무리 짓는다. 특권 계층은 ‘연줄로’ 인턴에 참가할 수 있고, ‘무급’으로도 생활에 지장이 없는 이들을 의미한다.

 

 

인턴에게 돈을, 완생으로 나아갈 돌을 주세요

 

저자는 인턴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제공하는 것이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 노동시장을 정상화하는 방법이며 ‘청년 착취’를 끝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시한다. 또한 인턴들을 보호할 법규제도를 완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책에서 인용한 미시간 주립대학 대학생 취업연구센터에서 30년 근무한 필 가드너의 이야기를 재인용하자면, “인턴 경력 없이는 ‘괜찮은’ 직장을 잡을 수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국내에서도 흔히 받아들여진다. 인턴 경력이 스펙의 필수 요건이 된 지금, 인턴에 대한 정당한 보수와 대우가 필요한 것이다.

 

위에서 인용했듯이 현재 많은 청년들은 무급이더라도 인턴십을 할 용의가 있으며 인턴십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을 악용해 무급인턴 제도를 방치한다면 저자의 지적대로 노동시장은 붕괴되며, 무급으로도 활동이 가능한 상위 계층의 청년들만 인기가 많은 몇몇 인턴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이미 가진’ 청년들만이 또다시 좋은 직장을 얻게 될 가능성을 높여줄 뿐, 상대적으로 가지지 못한 청년들이 더 좋은 직장을 얻을 기회를 막는다.

 

드라마화되어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웹툰 <미생>은 비정규직의 애환을 담았다. 그러나 우리가 지나친 부분은, 주인공 역시 ‘인맥’으로 인턴직을 거머쥐었으며 그의 경쟁자들은 부족할 것 없는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미생’에서 ‘완생’으로 나아가기 이전에, 많은 청년들에게 최소한 바둑판에 미생일지라도 ‘돌’을 놓을 기회는 마련해야 한다.

 

45720-5

돈을 받는 미생이라도 될 수 있다면 ⓒ미생

 

글. 감언이설(gchhg20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