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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인사이드’, 변화가 말하는 한결같음

* 이 글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다분히 담겨있습니다.

 

 

 

 

123인 1역 캐스팅이라는 소식은 <뷰티 인사이드>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단역부터 유명 배우까지, 심지어 외국 유명 배우(우에노 주리)까지 하나의 인물을 연기한 이유가 있다. 영화의 내용이 모습이 매일 바뀌는 남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판타지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적이다. 관객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판타지에서 찾은 현실 세계

 

영화 속 대사는 꾸밈없이 사실적이다. 한 번 이상의 연애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말해본 적이 있을 법한 말과 느껴본 적 있을 법한 감정을 말한다. 그래서 관객 개인은 자신의 경우와 똑 닮았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잘 모르는 낯선 사람을 알아가면서 느끼는 호감을 ‘코드가 잘 맞다’고 말하곤 한다. “나랑 좀 비슷한 것 같아서요. 되게 신기해. 언제 만났다고 오래 본 사람처럼 편해.” 그러다가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자꾸만 갈등이 생기고 싸우는 일이 많아진다. “너는 왜 니 생각만 해?” 

 

대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설정이 여느 연인들의 감정을 대변한다. 영화에서 이수를 위해 맞춤 제작한 의자가 우진과 이별하고 난 뒤 이수 집에 배달되는 장면이 있다. 이수의 언니가 의자에 앉아보고 불편하다며 이수에게 말한다. “이거 너무 네 사이즈다.” 이제 와서 떠나기에는 ‘너무 네 사이즈’가 되어버린 인연이었다. 이수는 다시 그에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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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영화 ‘뷰티인사이드’ 스틸컷

 

뷰티 ‘인사이드’

 

이야기의 발단이 되는 ‘바뀐다’는 설정은 이수와 우진이 겪는 갈등의 원인이다. 모습이 바뀌는 병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특별한 일 같지만 우리는 모두 비슷한 ‘병’을 갖고 있다. 병은 우진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특성이다. 이건 사람들이 저마다 가진 본연의 성격과 같다. 여러 사람들이 이 때문에 연인과 갈등을 일으키는데, 이수와 우진의 이야기도 그렇다. 이수와 우진은 둘 다 틀리지 않았고 잘못한 것이 없다. 그렇게 태어나서 늘 한결같이 살아왔을 뿐이었다. 그리고 영화는 그 ‘한결같음’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영화에서 찾은 ‘뷰티 인사이드’의 의미는 ‘변하지 않는 것’이다. 겉습이 매일 변하는 우진이 변화를 겪지 않는 것은 인사이드inside의 영역에 있는 정체성이다.  매일 거울 속에 나타나는 낯선 자신의 모습에서도 이수와 계속 만날 수 있었건, 정체성 덕이었다. 이수가 그를 되찾아 갔을 때에도 그가 어떤 모습일지 모르고 갔을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인의 모습일지라도, ‘김우진’이라는 고유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음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하지 않는 내면이 아니라 바뀌는 모습에 집중한 사람들도 있었던 것 같다. 누군가는 ‘뷰티 인사이드’가 아닌 ‘뷰티 아웃사이드’라고 실망감을 표출했다. 주요 이야기 전개가, 우진이 외모가 출중한 남자 배우로 등장할 때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였다. 이수 앞에 처음 나설 때는 박서준, 이수의 직장 동료들이 저마다 입을 댔다는 파티에서는 이진욱, 청혼할 때는 유연석. 특히, 이진욱이 우진 역으로 등장했을 때는 영화관 내의 여성들이 탄성을 내질렀다는 후문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또는 잘생기지 않은 평범한 아저씨의 모습일 때, 우진은 스스로의 외모에 대해 “오늘 좀 불편하게 생겼지?”라고 농담삼아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뷰티 인사이드’가 무엇을 뜻하는지 헤아려 본다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다. 아마도 영화 <뷰티 인사이드>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라고 말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야기의 주체는 여자(이수)가 아닌 남자(우진)다. 어떤 겉모습도 상관하지 않고 사랑한 여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모습이라도 같은 마음으로 사랑한 남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외모와 상관없이 그 사람의 내면inside을 사랑하라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한결같이 지켰던 우진을 보여주고자 했을 것이다. 우진이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이 이수는 어떻게 그에게 늘 한결같이 대할 수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있다.

 

영화 속 ‘변화’라는 설정은 사랑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거의 모든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너 왜 이렇게 변했니?” 사람들은 관계가 틀어져 버린 연인에게 원망 섞인 말을 뱉어내기도 한다. 극 중 이수의 대사 중에 “어쩌면 변한 건 니가 아니라, 내가 아니었을까?”라는 구절이 있다. 사람들은 자기가 변해버린 것은 보지 못하고 상대의 변화만 나무라기도 한다. 그렇지만 누구에게나 우진과 같이 저마다의 변하지 않는 인사이드 —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 — 가 있지 않을까? <뷰티 인사이드>는 매일 모습이 변하는 남자를 통해 변하지 않는 것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글. 이설(yaliyalaj@gmail.com)

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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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1. Kyun Huh

    2015년 11월 24일 01:56

    마지막 문구가 진짜 아름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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