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빼는 세상’. 이는 지금의 대한민국, 즉 서울 중심 사회를 의미한다. 서울은 정치, 경제, 문화, 교육을 비롯한 모든 분야의 중심지로 기능한다. 수도가 나라를 독점하는 구조에서, 서울 밖의 도시와 그곳의 사람들은 ‘빼’지고 있다.

사실 서울 중심 사회의 문제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조선 시대부터 시작된 ‘한양 중심’에서 이어져 근대화와 현대화 과정을 거치며 수도권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서울과 지방 간 사회 인프라 격차는 벌어질 대로 벌어졌고, 벌어진 격차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한다. 서울이 곧 한국이 된 ‘서울공화국’은 어떻게 가능해진 걸까. 우리들의 삶의 면면에 스며든 서울 중심 사회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오래전부터 지방분권을 통한 지방자치를 역설해 온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만나보았다. “대한민국에는 8기통, 10기통의 다양한 엔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그와 함께 지방 청년과 지방자치의 문제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풀어보겠다.

 

Part1. 서울 수렴의 법칙?

[지방 빼는 세상에서 살아남기]란 기획을 진행하면서 ‘서울 수렴의 법칙’이란 신조어를 사용했다. 경제, 문화, 취업의 기회 등 사회 자본 전반이 서울로 수렴하는 것을 일컫는 용어인데, 이 용어에 대한 안희정 지사의 생각은 어떠한가?

난 충청남도 마산리 농촌 마을 출신이다. 내가 농촌 마을을 살 당시에도 누구나 도시나 서울로 가고 싶어 했다. 많은 사람이 탈농촌을 꿈꿨고 서울로 야반도주하기도 했다. 서울로 가지 못하고 시골에 계속 남아 농사를 지어야 하는 청년은 열패감과 비애를 공유했다.

당시에도 존재하던 서울 중심주의는 지금도 여전하거나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서울에는 모든 것들이 많으며 그 많은 것을 향유하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이 모인다. 그리고 더 많아진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서비스와 아이디어는 계속해서 재창출되고 있다. 서울 중심주의가 과거보다도 심화되는 것이다.

 

Part2. 취업

지방 청년에 관한 문제를 묻겠다. 지방 청년이 겪는 문제 중 가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문제는 아마 취업 문제일 것이다. 지방 청년이 겪고 있는 취업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청년 취업 문제를 다룰 때면 청년인턴제, 청년할당제, 청년배당제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그러한 정책들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시혜하기’ 식의 청년인턴제나 청년할당제 등은 정치인들이 “나 이런 것을 잘하고 있다”라는 정치적 수사에 불과할 때가 많다. 청년고용률 1위? 보여주기 식의 청년 정책? 난 그런 것으로 지방청년을 기만하고 싶지 않다.

 

그럼 어떤 해결 방안이 있나?

내가 가장 핵심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사회적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며칠 전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임금피크제를 비판하며 고용노동부 장관을 질타하는 멋진 연설을 했다. 하지만 상위 1%의 급여와 배당분을 깎는다고 지방 청년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복합처방이 필요하다. 단순히 계층 간의 수입 배분을 놓고 싸우는 게 아니라 다양한 새싹, 다양한 일자리가 돋아날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적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자리 독려와 고용촉진 정책 같은 전통적 일자리 문제 해결방식으로는 인력의 수요와 공급을 지방으로 끌어들일 수 없다. 지방 청년들이 직접 청년 정책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가 필요하다. 지방 청년의 공동체를 복원하고 지방 청년을 위한 공간과 네트워크를 만들어야만 한다. 그런 사회 구조가 형성돼야만 지방 청년들의 피부에 와 닿는 일자리 정책을 만들 수 있다.

 

Part3. 대학

‘지방 청년’이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지방대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 지방대는 서울로의 인재 유출이란 문제를 겪고 있다.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선 In서울이 아니면 루저가 되는 세상을 깨야 한다. 서울이 가진 걸 단순히 나누는 것으로는 지방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지방 자치의 강화를 통해 지방이 스스로 성장해야 한다. 도 차원에서는 지역별 대학 육성을 통해 지역의 명문 대학을 갖춰야만 한다. 그래야만 서울로의 인재 유출을 막을 수 있다.

 

현행 구조조정은 어떠한가? 교육부는 지방 대학에게 불리한 지표를 적용하면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다. 교육부의 구조조정 정책은 전국 전체의 대학을 일렬로 늘어놓고 점수를 매긴 뒤 하위권 대학을 자르는 방식이다. 평가지표 선정에 있어 대학별 설립 취지나 여건 등이 다를 수 있으나 그러한 고려는 전혀 없다. 현행 교육부의 불공정한 평가는 변화되어야 한다. 평가지표에 대해 지역 간 합의가 필요하며 권역별 공정한 평가방법이 도입․적용되어야 한다.

 

Part4. 문화

충청남도에서는 독스빌리지, 영상위원회 출범, 안면도 개발 등 굵직한 문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 사업들은 충남에 거주하는 청년이 즐길 문화와는 거리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지방 청년이 즐길만한, 혹은 대학가 문화권 형성에 도움이 될 만한 문화 사업은 계획이 없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여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 문화다. 하지만 충청남도의 경우 청년들의 주거지가 충남이 아닌 경우가 많아 학교생활이 끝나면 타 지역으로의 유출이 심하다. 청년만의 문화가 형성될만한 환경이 제한적인 것이다. 그래도 충청남도에서는 (재)충청남도청소년진흥원을 통해 충남 소재 동아리와 다양한 프로그램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부족하나마 이 기관을 통해 적극적인 문화 사업을 펼쳐볼 계획이다.

또한 청년 문화 형성에는 청년과 대학가의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그들의 자발적 의지가 선행되어야만 시․도의 청년 문화 지원 사업에 의의가 생길 수 있다. 금년도엔 충남지역 대학생 대표자 협의회를 구성 발족했다. 청년이 직접 참여하고 청년이 직접 만드는 청년 지원 정책에 대한 논의가 다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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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20

 

Part5. 지방분권

‘서울공화국’을 타파하기 위한 행정가로서의 궁극적 역할은 무엇인가?

단언하건대 지방분권이다.

 

안희정 도지사가 꿈꾸는 지방분권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지방이 꼭 서울처럼 성장할 필요는 없다. 충청남도의 입장에서 보자면, 충청남도는 충청남도의 관점에서 나아가야 한다. 높은 빌딩의 개수로 서울과 경쟁하면 안 된다. 충청남도만의,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이 필요하다. 충청남도의 자연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충청남도가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보면, 경제, 행정, 문화 등이 지역별로 전문화 되고 분담되어야 한다. 지금은 서울로 모든 것이 쏠린 1기통 엔진 체제다. 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수도로서의 서울, 행정 수도로서의 세종, 문화 수도로서의 광주 등 각각 시․도별 전문화와 분권화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이 8기통, 10기통 엔진으로 움직인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이 자치분권, 지방분권이다.

 

지방 분권을 통해 지방 청년의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가?

청년들에게 지역사회와 공동체의 의미를 물으면 단순히 학교와 직장이 있는 곳에 불과할 때가 많다. 청년들의 삶의 고민을 함께 공유하고 해결할 수 있는 지역 청년 공동체가 부재한 것이다. 결국 지역사회 문제에서 청년 문제에 대한 고민은 배제되고, 청년 집단에 주어진 문제는 청년 개인 차원으로 전가된다.

이러한 악순환을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이 지방분권 과정에 뛰어들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역사회의 한 축을 구성하는 지역 청년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다. 청년들에게 닥친 문제를 개인 차원에서 해결하려면 어렵지만, 지역 청년 공동체를 만들고 지역사회에 흩어져 있는 사회적 자원을 활용한다면 지방의 청년 문제는 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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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20

 

마지막으로, 지방 청년을 포함한 대힌민국의 모든 청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헬조선’이란 말이 유행이라고 들었다. 헬조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저항과 독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헬!”이라고 외치는 것을 넘어 저항과 독립을 위한 더 큰 움직임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20대는 저항과 독립을 불안해한다. 이것을 청년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청년을 애 취급하고 날지 못하게 한 부모세대의 탓이다. 부모세대는 청년들을 모범생으로, 예쁘게만 성장하라고 했다. 모범생으로만 자라야 했던 청년들은 그들의 저항정신을 거세당할 수밖에 없었다.

청년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다. 스스로 아직은 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말라. 당신들에겐 이미 훌륭한 날개가 있다. 자신이 누구와 싸워야 하는지 그 좌푯값을 잘 설정하고 자신의 날개를 믿고 독립하고 저항하길 바란다.

 

글. 콘파냐(gomgman32@naver.com), 달래, 아나오란, 아호

기획. 콘파냐(gomgman32@naver.com) 달래, 라켈, 아나오란, 아호, 통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