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20대’에 대한 인상비평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청년이슈팀의 [청년연구소]는 청년과 20대를 주제로 한 다양한 분야의 학술 텍스트를 소개하려 합니다. 공부합시다!

 

‘삼포세대’ 청년 세대를 지칭하는 수많은 담론 중 가장 우울한 담론이다. 이전 시대에도 모두가 연애하고 결혼하고 출산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를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못했다. 그 이유는 주로 ‘돈이 없어서’ 또는 ‘결혼할 여유가 없어서’라고 한다. 삼포 세대를 접한 기성세대는 “인류 역사상 이보다 불쌍한 청년들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이번 청년연구소는 『대학생의 연애,결혼에 대한 의식과 문화 연구』(한금윤)을 통해 ‘삼포 세대’라는 청년 세대 담론에 의문을 던져보고 지난 청년연구소 ‘가족을 위해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들‘을 보완해보고자 한다. 정말 모든 청년들은 돈도 여유도 없어서 사랑도 결혼도 포기했을까.

 

 

우리는 ‘돈’ 때문에 연애를 포기했나

 

언론들은 청년들이 ‘삼포 세대’가 된 이유로 청년 세대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해 왔다. 청년들은 대학 등록금을 내지 못해 학자금을 대출한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의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겨우 20대의 나이에 ‘빚쟁이’로 전락한다. 결국 빈곤은 자연스레 대물림된다. 이처럼 청년들은 ‘절망의 시대’에 살고 있다. 내 한 몸 건사하기 힘든데 연애가 무슨 소용이며 결혼은 어떻게 하나. 그래,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삼포세대’ 담론을 적극적으로 재생산하는 사람들은 다분히 의도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경제로 모든 것을 환원하려는.

 

사실 청년들이 ‘삼포 세대’가 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이들은 정부여야 한다. 국가가 경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젊은 노동 인구가 많아야 하는데 청년들이 연애도 안 하고 결혼도 안 하고 아이도 낳지 않는다고 한다. 이건 말 그대로 한국의 ‘대위기’이다. 전문가들은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국가가 보장하고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방안으로 고용 증대 등의 경제 구조 개편과 대학 등록금의 지원 등이 제기되었다.

 

이 야심 찬 방안들은 청년들의 경제적 안정을 실현하는 데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게다가 청년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어려움뿐만이 아니다. 거시적으로 바라보면 현대의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품이 연애를 지속시키고 활성화시키는 동력이 되고 있다. 고비용 사회의 소비 중심의 연애, 결혼, 출산 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청년 세대의 현실을 지적하지 않고서 국가나 정부 주도의 단편적인 방안으로 ‘삼포 세대’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는다면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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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규삼 웹툰 ‘정말 포기하면 편한 걸까?’

 

 

삼포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연애나 결혼 또한 상품으로 소비된다. 연애와 결혼의 당사자도 마찬가지이다. 결혼정보회사의 광고만 봐도 알만하지 않은가. 그리고 이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삼포 세대’는 저성장 경제 구조에 진입한 선진 국가에서의 개인화된 청년 세대 문화의 특징 중 하나다. 그 예로 일본에는 ‘초식남녀’라 하여 연애와 결혼을 꺼리는 젊은 사람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생겨났다.

 

논문이 인용한 에바 일루즈 말에 따르면 현대의 결혼은 고도로 개인화되고 차별화된 자아가 다른 자아가 함께 하는 것이다. 때문에 결혼 생활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사람의 감정을 세밀하게 보살피고 조정하는 감정의 배려가 필요하다. 그러나 개인화된 현대의 청년세대들은 다른 자아와 마주할 때 나타나는 이러한 감정적 갈등에 익숙지 못하다. 따라서 청년세대의 연애, 결혼, 출산의 기피는 단순한 경제적인 문제를 넘어서 ‘개인화’된 청년세대의 현실을 통해 바라보아야 한다.

 

‘개인화’는 청년 세대가 자신의 자아실현을 타인과의 관계 형성보다 더 중요시하는 경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논문의 연구자가 자신의 수업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연애 혹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한 학생의 40%가 ‘나를 위해서 결혼을 하지 않겠다’라고 답했다. 학생들은 감정 소비나 시간 낭비, 경제적 손실 등의 이유로 연애나 결혼을 걸림돌로 보고 있었다. 이들은 사회적 성공과 자아실현을 위해 연애나 결혼을 포기하려 한다.(특히 결혼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될 가능성이 큰 한국여성의 경우, 이를 더욱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직업이나 취미를 포기하고 후회하며 살아가는 부모를 보며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한다. 또는 부정적인 과거 연애 경험을 반추하며 ‘오롯이 나만을 위한 삶’을 꿈꾼다. 이것은 단순한 ‘포기’라고 보기 어렵다.

 

 

변한 것은 연애와 결혼에 대한 생각

 

이전 시대에 비해 결혼율과 출산율이 낮아지는 현상이 분명한 것은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청년들이 연애와 결혼을 ‘포기’했다고 단정 짓는 담론은 연애와 결혼에 대한 다양해진 가치관을 묵살한다. 연애와 결혼이 인생의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생각하는 청년들이 많아졌다. 이제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라는 말을 해도 그것을 ‘비정상’적인 삶의 궤도로 간주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삼포세대’는 청년들의 어려운 현실의 ‘대명사’가 되어 각종 매체에도 ‘청년 세대’를 지칭하는 단어로 남용되고 있다. 그러나 그 담론 속에서 실제로 청년들이 연애와 결혼과 대해서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분석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저 청년들의 어두운 현실을 지적하거나 국가와 사회가 이 ‘불쌍한’ 청년들이 연애와 결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논의에서 머무를 뿐이다.

 

물론 취업난과 경제적, 사회적 이유로 ‘난 결혼을 못할 것 같다’며 연애와 결혼을 말 그대로 ‘포기’해버린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삼포 세대’라는 극단적이고 암울한 어휘는 그렇지 않은 청년세대의 삶을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차원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연애, 결혼, 출산을 원하고 언젠가는 할 것이라고 믿는 청년 세대들에게도 ‘삼포세대론’은 공포감을 주거나 무기력하게 체념하는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메인이미지 : ⓒMBC

 

글.베르다드(qwerty925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