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지방청년 빼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연재가 끝이 났다. 지역 거주 청년을 주제로 한 연재의 8화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 문화 커뮤니티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러나, 모든 이야기를 풀어낼 순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속편 [지역X청년단체]를 준비했다. [지역X청년단체]는 전국 곳곳에서 고함20이 보고, 듣고, 느낀 청년 커뮤니티에 대한 기록이다. 문화불모지에서 저마다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청년 단체들을 만나보자.

 

지방의 청년단체를 만나기 위해 5일간의 여정을 떠났다. 서울에 돌아오는 날, 마지막 코스인 천안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만난 [호두와트 마법학교]는 스스로를 “우리가 사는 마을에서 주어진 자원으로 다양하고 재미난 실험을 해보는 마법학교”라고 소개했다.

 

호그와트처럼 마법이 이루어진다는 [호두와트 마법학교]에선 생각한 것이 현실이 된다. 거창한 축제의 장이나 자금이 없어도 가능하다. 되는대로 모으고 있는 대로 써먹으면 그만이다. “그냥 우리끼리 재밌자고 하는 거”라며 저들만의 문화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호두와트의 청년들을 만났다.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그들의 유쾌한 매력에 빠지는 느낌이었다. 마치 마법에 홀린 것처럼 말이다.

 

고함 : [호두와트]를 꾸리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나?

소산 : 우리 지역(천안)에 놀 거리가 별로 없다. 그냥 술 먹고 영화 보는 정도? 서울에는 그래도 놀이하는 판이나 커뮤니티, 연극 등 즐길 것들이 다양한데 우리는 술만 먹으니까(웃음) 우리도 다른 놀 거리를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럼 우리가 놀고 싶은 건 어떤 건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한빛 : [호두와트]는 거창한 문화콘텐츠를 기획하는 데가 아니다. 그냥 소수의 인원이 모여서 우리끼리 의미를 부여하고, 우리끼리 복작대면서 논다.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우리끼리 재밌어서 하는 거니까. 그러다가 누군가 관심을 보이고 “거기 뭐하는 데에요?”라고 물으면 오라고 해서 같이 놀고. 이런 식으로 우리는 단순히 “놀고 싶다!”에서 시작한 일에 사람이 모이고,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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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호두와트

‘섬잔치’는 호두와트 주관으로 단대 호수에서 봄과 가을에 열리는 행사로,

플리마켓과 공연 등이 진행된다.

 

고함 : [호두와트]는 재밌는 일을 참 많이 했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무엇인가?

소산 : 첫 번째 ‘섬잔치’를 진짜 돈이 하나도 없이 했다. SNS에서 50만 원을 구걸하고, 부족한 건 우리가 돈을 모았다. 행사를 다 끝내고 주차장 바닥에 드러누웠는데, 그 순간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 같이 몸 써서 일하는 게 동료가 되는 씨앗인 것 같다. 그리고 음. 요즘도 정말 좋다. 지금은 딱히 무언가를 열심히 하진 않는데, 모여서 꾸준히 술을 먹고 밥을 먹는다. 동네 친구들처럼. 그러다가 “우리끼리 은행을 만들어서 소액 대출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호두금고’를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가 계속 무언가를 찾고 실제로 해 나가는 그 에너지가 느껴져서 좋다.

주찬 : 나도 소산이 말한 ‘섬잔치’가 기억이 난다. 내가 처음 [호두와트]와 함께하게 된 행사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을 같이했다.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지금까지는 그냥 짜진 판에서 시키는 걸 시킨 만큼만 했으니까. 급식업체에서 트럭 빌리고, 사진 찍어 올려서 행사자금을 구걸하고. ‘이게 말이 될까?’ 싶은 일들이었는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두둥)

한빛 : [호두와트]라는 이름을 잘 지었다.(웃음) 정말 마법처럼 생각한 대로 이루어진다. 내가 그냥 “나 베이킹 하고 싶다”고 했는데, 사람들이 “그럼 해! 워크샵 하자!”고 해서 다음 주에 베이킹 워크샵을 진행하게 되는 거다. 뭔가 복잡한 과정이 있으면 다들 자기 일이 있으니까 못할 텐데 가벼운 마음이니까. 내가 포스터를 만들고 네가 재료를 사 오고, 간단하게 일이 진행된다. 여러 활동 중에서 기억에 남는 일을 꼽는 게 힘들다. 유기적으로 활동들이 연결되어 있고 그냥 해보자고 해서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라.(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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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호두와트

‘섬섬옥수’는 소규모 인원으로 진행되는 재능기부 워크샵이다.

 

고함 : “한 번 해볼까?”란 가벼운 마음으로 행사를 기획하는 게 신기하다. 잘 안될까 봐 두려운 적은 없는가?

주찬 : 100%의 확신을 갖고 하면 실패했을 때 무너진다더라. 그런데 70%의 확신만 갖고 하면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마인드로 한다.

소산 : 아닌데? 나는 10%만 기대하면서 하는데? 우리는 진짜 실험하듯이 한다. 이게 될까? 그러다 잘 되면 좋은 거고.

 

고함 : 지금까지 좋은 얘기만 했다. 반대로 [호두와트]를 하면서 힘들었던 적이 있다면?

주찬 : 호두와트를 하면서 힘든 건 없다. 삶이 힘드니까.

소산 : 술을 먹어서 힘들다. 몸이 힘들다.(웃음) 장난이고, 늘 힘든 것 같기도 하다. 하다 보면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니까. 우리 지역에서 (청년 문화 기획을) 하는 친구들이 몇 더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모습을 보면 부럽다. 근데 뭐, 역량이 안 되는 걸 어떡해.(웃음) 우리는 베짱이처럼 여기서 같이 놀면서 서로의 삶이 힘들지 않게 위로해주는 거다.

 

고함 : 이번에 [호두와트]가 문화재단에서 지원을 받는다고 들었다.

소산 : 청년문화단체를 지원하는 사업이 있는데, 거기에 선정돼서 천만 원 정도 받았다. 그걸로 ‘섬잔치’를 또 열고, ‘섬섬옥수’의 다른 워크샵도 기획할 할 수 있다. 11월쯤에는 지역잡지도 발간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웃음) 기획서는 있는데, 좀 더 열어놓고 우리 말고도 같이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으면 초대해서 할 거다. 지역과 청년과 동네 이야기를 담은 잡지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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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호두와트 

지난달 30일, 트렁크백 수납함 만들기 ‘섬섬옥수’ 워크샵이 진행됐다.

 

고함 : 천안 지역의 청년 문화정책은 어떤가?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소산 : 음,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지역에서도 청년문화를 진흥하려고 이제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근데 아직은 산발적이고 홍보가 미흡하다. 그나마 우리가 활동을 오래 하다 보니까 연락이 오는 거지, 다른 친구들은 잘 모른다.

한빛 : 지역마다 특색이 있는 건데, 천안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서울의 잘 된 케이스를 무작정 가져다 베끼니까 청년들도 잘 안 모이는 것 같다. 좀 안타깝다.

 

고함 : 지방청년 문화 형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

주찬 :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냥 자기 공간에만, 아는 사람하고만 있으려고 하는 걸 벗어나야 한다. 나도 아직 그게 잘 안 돼서 문제다.(웃음)

한빛 : 그 이유가 뭐냐면, 천안에 청년들이 많은데 다들 대학 때문에 온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버스 타고 학교 왔다가 끝나면 다시 가는 거다. 그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천안은 대학가 빼면 놀 거리가 없다는 인식이 많다. 그걸 깨기 위해 우리 같은 커뮤니티가 홍보를 많이 해야 한다. 또, 청년들이 이런 공동체를 만들었을 때 그걸 지원해주는 체계가 더 잘 구축되어야 한다. 돈을 그냥 던져주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어떻게 하는지 잡아주고 봐주는 게 필요하다.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문화 산업을 지원하는 걸 보면, 지원해주고 결과를 빨리 얻길 원하는 게 답답하다. 그런 거 때문에 실패가 두려워서 아예 안 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니까.

 

고함 : 서울시에는 ‘청년 허브’라는 게 있다. 커뮤니티들을 모아서 네트워킹 해주고, 그들끼리 교류할 수 있게 해주는 장이다. 이런 게 청년 커뮤니티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소산 : 나도 허브에 자주 다녀온다. 청년허브는 정말 역사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허브가 생기면서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커뮤니티를 하고, 거기서 다른 일자리가 창출되기도 한다. 허브가 지역마다 다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지역의 커뮤니티들이 발굴되고, 주거나 일자리 문제도 그 커뮤니티에서 확장될 수 있으니까. 이런 허브의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한빛 :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원래는 서울시 청년허브를 되게 좋게 보고 있었고 그게 우리 지역에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달라졌다. 지역에 있는 커뮤니티는 아주 소수다. 특히 자기 색을 명확히 띤 커뮤니티가 많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청년허브처럼 만나서 교류하게 되면, 모든 커뮤니티가 동질화될 위험이 있다. 이번에 천안에서 플리마켓이 터졌는데, 재단에서 지원을 해주고 그 사람들이 모여서 아이디어를 공유하게 하니까 정말 모든 플리마켓이 똑같아지더라. 아직은 커뮤니티끼리 좀 더 거리를 두고 자기만의 색을 찾아가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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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호두와트의 한빛, 소산(위) 주찬, 경진(아래) 

 

고함 : [호두와트]는 활동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자기 색이 명확하게 있는 커뮤니티 같다. 기성세대들은 지금의 청년들을 두고 “문화가 없다”는 말을 하더라. 청년 커뮤니티가 청년문화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소산 : 당연하지.(웃음) 우리는 문화를 대하는 방식이 다르다. 나한테는 우리끼리 하는 작은 놀이도 문화다. 호두와트 회의를 할 때 항상 시작시를 읽는데, 그 시를 읽는 것도 문화인 셈이다. 사람 셋이 모이면 문화가 생긴다. 좀 더 쪼개지고 작아지고 재밌는 문화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주찬 : ‘문화’의 영역을 정해놓은 주체가 기성세대다. 뭔가 엄청 큰 것, 그들이 인정하는 플랫폼 안에 들어가는 것만이 문화라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지어놓은 문화의 틀을 우리에게 강요하지 않았으면. 사실 청년이 있으면 청년의 문화는 어디에나 있다. 함께 모여 즐기면 어디든 문화가 된다.

 

고함 : “청년의 문화는 어디에나 있다.” 멋진 말이다. 그럼 마지막으로,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공동체 [호두와트]의 목표와 앞으로의 비전이 궁금하다.(비전이란 말에 다들 빵 터졌다.)

소산 : 요즘은 공간을 준비 중이다. 이것저것 해볼 수 있는 실험 공간을 만들고, 판을 만들고 싶다. 사실 [호두와트]는 속도가 느린 편이다. (활동원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쌓으려면 이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친해졌으니까, 서로가 하고 싶은 걸 알았으니까, 활동을 늘려나갈 수 있는 공간이 되는 판을 마련하는 게 내 목표다.

주찬 : 음, 내 생각에 우리의 목표는 같이 잘살자?(웃음) 지금처럼 싸우지 않고 잘 살고 싶다.

한빛 : 지금 우리 커뮤니티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앞으로도 재미라는 요소를 잃어버리지 말고, 서로한테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끝까지 재밌게 놀고 싶다.

소산 :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위로의 공동체가 되고 싶다. 요새 우리 다 힘드니까.

한빛 : 팍팍한 세상에서 우리가 고독하게 살아가는데, 그러지 말고 서로 슬픔을 나누고 고독이 혼자만의 아픔이 아닐 수 있게. 서로 잘 돌보며 위로해주길.

소산 : 병들지 않는 게 최선이야. 아프지 말고 자살하지 말고 죽지 말고 잘 삽시다!(웃음)

 

기획. 라켈(glory0812@nate.com). 달래(sunmin5320@naver.com)

글. 달래(sunmin532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