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없다~!” 한국 슬랩스틱 코미디의 대부 심형래를 기억하는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그가 과장된 몸짓으로 넘어지거나 얻어맞으면 관객과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8090년대 시청자들은 그와 그의 개그에 열광했다. 30년이 흐른 2015년 예능 프로그램 역시, 방송인들의 실수를 개그 코드로 생산한다. 그런데 개그맨들이 자의로 꾸며낸 바보스러움에 웃던 과거와 다르다. 오늘의 예능은 리얼리티라는 컨셉으로 방송인들을 리얼리티 바보로 만들고 있다.

  

MBC ‘진짜 사나이’는 8월 말부터 여군특집 3탄에서 제시, 사유리, 한그루 등의 여자 연예인들을 군대 체험 현장으로 보냈다. 시청률 15%라는 인기를 이끌어냈지만 여기에는 시청자들의 웃음만큼 방송 출연자들의 고통이 서려 있다. 특히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하는 출연자들의 고통이 집중적으로 전시되었다.

 

일본인 사유리는 한국어 받침 발음을 어려워해, 긴장한 자리에서 대답을 잘 못하는 장면이 자주 비춰졌다. 방송 편집분에서는 방청객 웃음소리 효과음과 자막이 추가되었다. 혼자 진땀 빼며 진지하게 대답하는 사유리는 웃음거리가 되었다. 방송이 만든 ‘캐릭터’는 사유리에게 고생을 더한다. 바보가 된 사유리의 의견은 진중하게 들리지 않는다. 침투 작전 훈련에서 밧줄을 사용하자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멤버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말았다. “제가 정말 좋은 말 해도 사람들이 안 들어주니까, 정말 섭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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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사유리뿐만 아니라 가수 제시 또한 이슈 메이커가 되고 말았다. 제시는 미국계 한국인이라 한국말과 문화에 서툴러 적응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진심으로 ‘부사관 후보생’을 외우지 못해 몇 번이나 혼나고 얼차려받는 사람을 보고, 우리는 웃지 않았던가? 웃는 것이 당연한 상황에 놓이지 않았던가? 방송은 ‘부사관 후보생’을 ‘부산 후보생’으로 잘못 말한 것을 제시의 별명이 된 양 자막으로 재차 강조했다.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는 연예인 못지않게 주목을 받고 있는 ‘모르모트 PD’가 있다. 각종 방에 비전문가로 초청되는 권해봄 피디의 별명이다. ‘모르모트’란, 실험용 쥐라는 뜻이다. 그런데 시청자들은 마치 실험용 쥐처럼 다뤄지는 사람을 보고 안타깝다고 말하지 않고 웃음을 터뜨린다. 권해봄 PD는 에이핑크 김남주의 연기수업 방송에서 과장된 몸짓과 연기 연습을 지도받았다. 스포츠 댄스 방송에서는 탱고 등 춤을 지도받는데 몸치인 탓에 매번 댄스 교사 박지우에게 혼난다. 방송에서 박지우 댄서는 컨셉 상 매를 자주 들기도 한다. 자막과 웃음 효과음이 더해져, 모르모트 PD가 고생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이 웃어야 하는 부분으로 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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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권해봄 피디는 위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아니고 선배들이 무작정 밀어 넣지만 그 장면이 또 웃기게 풀린다” 라며 방송에 나가는 것을 그만둘 수가 없다고 말했다. ‘모르모트’가 되는 상황을 꼭 싫어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덧붙이긴 했지만,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것이기에 그렇다고 했다. 시청자들이 ‘귀엽다’며 그를 찾을 때 인기도 높아지지만, 그는 또다른 방의 모르모트가 될 준비를 해야 한다. 또 어떤 시청자인 나는, 그가 그렇게까지 해야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예능 방송이 사람들로 하여금 타인의 고통을 간단한 것으로 치부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웃을만한 것으로 웃는 시청자가 되고 싶다.

  

TV는 ‘바보상자’로 불리기도 한다. 보여주는 대로 그저 가만히 컨텐츠를 받아먹다 보면 생각의 필요성을 잊게 된다는 의미를 가진다. 다른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상황마저 웃음 코드가 되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방송 출연자들의 고난으로 웃음을 산다? 그렇게까지 해서 시청자를 웃게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글. 이설(yaliyalaj@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