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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비밀, 섭식장애

“음식을 먹을 때, 맛있게 먹어야겠다는 생각보다 실컷 먹고 토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고치고 싶은데 너무 힘들어요.”

-섭식장애 토크 콘서트 <오! 나의 폭식님> 질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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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직원신문

 

섭식장애란 식이 행동에서 나타나는 장애를 말하며 대표적으로 거식증과 폭식증이 있다. 거식증은 음식 섭취를 거부하는 질병으로 체중이 늘어나는 것을 우려하는 심리상태에서 많이 발생한다. 폭식증은 충동적으로 식욕을 느껴 많은 양의 음식을 짧은 시간 안에 섭취하는 것을 말한다. 폭식 이후 그 죄책감으로 의도적인 설사와 구토를 유도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섭식장애, 정신질환 중 사망률 높은 편에 속해

 

섭식장애는 정신질환 중 하나다. 섭식장애환자들은 자신감과 자존감이 낮아 자신에 대한 평가에 지나치게 인색하다. 따라서 자신의 신체가 정상적임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체중을 줄이려고 한다. 이런 심리와 함께 과도하게 마른 몸을 선호하는 사회문화적인 영향까지 받게 되면 그 증상은 악화된다. 이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우울증이 올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자살로 이어진다. 근육무력증이나 심장마비 등의 신체적인 문제도 나타나 정신질환 중에서 사망률이 높은 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섭식장애환자 수는 2010년 6,074명, 2012년 7,051명, 2014년 7,392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자신이 섭식장애인지 모르는 사람의 수와 그 병을 숨기고자 하는 사람의 수를 합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드러내기 힘들어

 

하지만 섭식장애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 자신이 섭식장애에 걸렸는지 인식하지 못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섭식장애가 심각한 병이 아니며 개인의 의지 부족에서 오는 질병이라고 생각한다.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주변에 알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치료를 시작하기 어렵다. 또한, 치료한다고 해도 일상생활로 이어지지 않아 더 나은 효과가 나타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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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식장애에 대한 시각을 바꾸고자 하는 움직임

 

10월 7일 수요일, 합정역 근처의 한 카페에서 섭식장애치료 페이스북 ‘나는니편’이 주최하는 <오! 나의 폭식님>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당신은 지금 이대로도 아름다워요>와 <가면 뒷:담화>에 이어 열린 3번째 섭식장애 토크 콘서트였다. 토크 콘서트의 제목은 귀신이 사람에게 빙의한 내용을 담은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를 패러디했다. 누군가에겐 폭식이 빙의된 귀신과 같은 존재라는 의미였다.

 

토크 콘서트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1부에는 섭식장애 클리닉 ‘마음과 마음’의 김준기 원장의 강연으로 진행되었다. 섭식장애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20년 동안의 섭식장애 치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강연 후에는 질의응답시간을 가졌다. 섭식장애의 근본적인 해결방법부터 ‘정상인의 식단이 무엇인지도 잊었다’는 고민까지 다양한 질문이 나왔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규칙적, 기계적으로 식사하는 것이라고 김준기 원장은 답했다. “섭식장애환자들은 뇌에서 배고픔을 받아들이는 기능이 고장 났기 때문에 배고픈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한다”며 “허기지지 않아도 시간에 맞춰서 식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2부는 토크 콘서트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대화하는 시간이었다. 토크 콘서트에 참여한 사람은 약 10명에 불과했지만, 그 열기는 뜨거웠다. 처음 보는 사이였음에도 ‘섭식장애’라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이 만난 만큼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자신이 겪고 있는 섭식장애의 증상부터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지 못했던 속사정까지 말할 수 있어 좋았다는 의견이었다.

 

대화 후에는 자신의 식단일지를 작성하면서 마무리했다. 오늘 하루 동안 몇 시에, 어디에서, 무엇을 먹었는지 작성했다. 이 식단일지의 특별한 점은 음식을 먹었을 때 느꼈던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적는 것이었다. “섭식장애는 감정이 섭식 행동으로 표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과 음식의 연결고리가 중요하다”며 “식단일지 작성을 통해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낄 때 어떻게 음식을 먹게 되는지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섭식장애에 대해 알리고 공론화시켜야

 

페이스북 ‘나는니편’의 관리자는 섭식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토크 콘서트를 열고 있다고 밝혔다. 섭식장애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자신의 병을 숨기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안타까워했다. “식이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지만, 사회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이곳에 참석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감정에 북받치는 분도 있다”고 했다.

 

단순히 대화하는 것을 넘어서 섭식장애를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키려는 방안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섭식장애에 걸린 개인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사회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나는니편’의 생각이다.

 

현재 ‘나는니편’에서는 정기적으로 섭식장애 토크 콘서트를 열고 있다. 또한, 섭식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식단 다이어리 ‘달빛아래걸음’ 제작과 온라인 상담을 할 수 있는 ‘대나무숲’ 활동을 진행 중이다.

 

<오! 나의 폭식님> 토크 콘서트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마무리되었다. 대화 형식으로 진행된 2부의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토크 콘서트가 만족스러웠고 이런 자리가 계속되었으면 한다”며 다음 일정을 묻는 참여자도 있었다. 이렇듯 섭식장애에 대한 공론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섭식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병을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할 때이다.

 

글. 이켠켠(gikite93@gmail.com)

1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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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제프

    2015년 10월 21일 09:30

    아싸 1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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