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S.F.A.는 Sookmyung Feminists Association의 약자다. 읽을 때는 스파라고 읽는다. 스파의 소개에 따르면, “여성학/젠더정치학을 공부하며 일상 속에서 여성주의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며 “자신이 누구인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주체적인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함께 공부와 실천을 병행해가는 둥지가 되고자” 한다.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가는 곳이지만, 스파는 오랜 시간 활동해온 만큼 고민도 많고 책임감도 많았다. 스파 동아리방을 직접 찾아가서 인터뷰를 했다.

스파에 대한 간단한 소개 먼저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포스터에 가장 잘 나와 있는 것 같아요. (포스터를 꺼낸다) 이게 올해 초에 홍보하면서 만든 포스터예요. 포스터 하나 드릴까요? (페이스북에서 봤어요.) 아, 그래요? (전원 웃음) 이대로거든요. 이미 보셨으면 설명이 쉽겠네요. 여기 쓰여있는 대로에요.

소개 문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저 카피는 제가(전 회장) 쓴 거에요. (웃음) 당시 스파 들어오게 된 이유가, 선배들이 만든 작은 홍보지 덕분에 오게 되었어요. ‘여자의 적은 여자야’, ‘여자는 꽃이지’, ‘숙대 갔으면 시집은 잘 가겠네’ (반어법) 이런 문구를 보고 들어왔던 거에요. 세미나를 하다 보니까 내가 세상에서 사람 취급을 받는 게 아니라, ‘여자’라는 존재로 취급을 받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나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그래서 썼던 카피였습니다.

내부 행사는 어떤 것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내부 행사로는 지금 같이 세미나를 주 1회씩 하고 있습니다. 인원이 조금 많아져서 지금은 요일을 시간이 되는 사람들끼리 나눠서 하고 있어요. 월요일 발제팀, 화요일 발제팀 이렇게 나눠서 하고 있고요. 1학기 발제 책, 여름 방학, 2학기 발제 책, 겨울방학 이렇게 세미나가 진행됩니다.

 

1학기 때는 신입생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편한 책을 골라요. “페미니즘의 도전”,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이런 책을 읽었고요. 올 여름방학 때는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를 통해 페미니즘사를 같이 보기도 했어요. 이번 2학기 때는 “성의 변증법”이라는 책을 해요. 발제문을 이렇게 모아두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가끔 잊고서 꽂아놓는 걸 깜박하는 경우도 있어서, 저희 카페에 발제문과 서기록을 함께 올리고 있어요. 카페 같은 경우에는 올해부터 정리하려는 편이고, 그 이전에는 자료가 카페에 많지는 않아요. 파일화되어서 캐비닛에 정리해놓고 있어요.

학내에는 총학생회 내부 기구 같은 것이 없나요?

여성위원회 같은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전혀 없어요. (웃음) 조금 열악한 편이에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여대임에도 불구하고. 여성학과는 있었는데 2011년에 폐지되었죠. (관련 기사) 그때 폐지 이유가 아마 수강생이 없고, 효율성을 되게 많이 따져서 폐지했죠. 지금 열리는 여성학 강의들도 수강생이 미달이 되어서 폐강이 된다든지 하는 경우가 잦은 편이에요. 여성학 강의가 생기기는 하는데 폐강도 잘 되고, 사회심리학과 쪽에서 여성학 관련 강의를 열고 있기는 해요. (최근에도 계속 폐강이 되고 있나요?) 지난 학기에도 폐강되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과목을 못 듣는 친구들이 생기기도 해요.

2011년에 여성신문과 인터뷰한 것이 있는데(링크), 2007년에 한 차례 위기가 있었다고만 적혀있더라고요. 그래서 인원 재생산의 위기였는지 궁금해요.

입학하기 전이어서 선배들에게 들어서만 알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대학 내 여성주의 학회나 동아리 같은 게 축소되는 분위기였다고 해요. 있던 학회가 없어지는 경우가 다른 학교에서 있었고, 스파도 정말 쪼들리면서 운영했었대요. 신입 회원이 안 들어오고, 기존 회원들이 계속 졸업을 하고 그러다 보니. 그때 좀 위기가 있었다고는 들었는데, 그 뒤로는 어떻게든 회원이 들어오더라고요. 한, 두 학기 하고 나서 졸업하기도 했지만. (웃음) 그래서 끊이지는 않는데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경우였어요. 이번에 충원된 게 놀라운 정도에요. 지난 한, 두 학기에 회원들이 굉장히 많이 들어와서요.

작년에는 몇 명이었는지 알 수 있나요?

작년에는 7명인가 그랬어요. 임원진이 세 명이고, 새로 온 사람이 두 명 있었고, 기존 회원이 세 명이었는데 그래서 기존 회원 세 명이 회장, 부회장, 총무를 맡게 되었어요. (그전에는 훨씬 적었겠죠.) 그래서 지금 회장 전에는 회장을 2년 했죠. (웃음) 전에는 2년 반인가 했거든요. 동아리가 고학번들이 주로 많이 들어와요. 그래서 1, 2년 정도까지 활동하고 계속 졸업을 하고. 그러다 보니 회원들 개개인에게는 활동의 연속성이 덜 느껴지는 그런 상황이었어요.

 

회장을 하려면 장기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고 기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하는데 다들 그렇게 빨리 나가다 보니 잘 안 되는 거에요. 그래서 회장 일을 길게 하게 되고, 부담을 많이 느끼고 그랬어요. 그래서 회장을 맡기면서 ‘회장 하는 동안 스파가 없어지더라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지금 총인원은 어떻게 되나요?

열다섯 명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근데 활동 안 하시는데 카톡방에 계시는 분들도 있어요. 등록되어 있는 사람은 열아홉 명 정도이고요. 두 반으로 갈라서 세미나를 할 정도니까요. 올해는 어떻게든 동아리 유지를 해야 하는 게 목표였어요. 그래서 동아리 홍보, 해오름제나 축제 때 부스를 내는 등 홍보를 적극적으로 했거든요.

 

사진 자료를 보여드리면 좋겠다. (부스럭) 축제 때는 콘돔 전시라는 주제로 했던 거에요. 동아리 축제 때 홍보도 하고, 콘돔 사용 설명도 하는 식이었죠. 콘돔 설명하고, 간단한 퀴즈를 맞히면 추첨을 통해 콘돔이나 간식거리 같은 걸 제공하고 홍보를 같이하는 부스였어요. 해오름제 때는 플래카드도 만들고, 퀴즈를 맞히면 추첨을 통해서 콘돔이랑 전단을 같이 나눠주는 행사를 했어요. 3월 초에 했어요. 그때 모집된 인원을 가지고 축제 때 부스를 만들어 행사하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인원이 지금 인원입니다. 이 정도 되면 내년에는 조금 더 활동할 수 있겠죠.

인원이 적었을 때는 저렇게 하지 못했나요?

아니요. 인원이 적어서 했던 거에요. 안 그러면 진짜 망하게 생겨서. (웃음) 98년에 생겼고 10년이 넘어간, 이제 20년을 바라보는 동아리인데. 그래도 여길 거쳐 간 선배들이 학계로 가거나 NGO 단체로 가는 등 열심히 활동하고 계셔서 나름대로 자부심도 있어요. 그래서 동아리가 없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우리를 갈아 넣더라도 계속 재생산을 해야 하니까 어떻게든 이름을 알려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진짜 열심히 했죠. 오픈 세미나도 많이 하고, 학기 초에 수업 들어갈 때 교수님께 양해 구해서 포스터 들고 홍보하고 그랬죠.

숙대 여성주간 강연회, 즉 몸에 대한 수다회는 되게 크게 했던 거로 기억해요.

몸에 대한 수다회를 했을 때는 아름다운 재단에서 후원을 받고 한국여성민우회에서 ‘물, 길(스물, 여성주의로 길을 잇다)’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한 것이었어요. 당시에는 다른 여성주의 연대체와 함께 이야기도 하고 프로젝트를 만들기도 했어요. 학교 성평등상담소와 연계해서 크게 했어요. 첫 번째 편의 경우에는 교수님 몇 분께서 수업 대신 듣고 오면 수업증명을 해주는 식으로 수업과도 연계를 많이 했어요.

축제 기간 노출 규정을 만들어서 이슈가 된 적도 있었어요.

축제 노출 가지고 규정을 만들었던 적이 있어요. 2014년에 저희가 인터뷰한 기사가 있어요. (관련 기사) 축제 복장 규정 논란이 있을 때 동아리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했던 내용이에요. 이때 저희 논지는, 축제 때 복장 규정을 하는 이유가 나름대로 있었던 거에요. 축제 때 남학생들이 많이 오고, 남학생들이 우리를 보는 눈은 성적 대상화를 해서 보는 시각이었어요. 그래서 학생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규정을 만들었고, 우리 스스로는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무 문제 없었는데 외부에서 오히려 우리를 비난하는 것이 조금 웃기게 들렸어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축제의 주인이 우리가 아니었다는 것이었어요. 숙대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상화가 생기고, 계속 남학생들이 축제에 와서 우리를 사게 되는 거잖아요. 숙대생들이 진짜 즐길 수 있는, 우리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축제 문화를 재구성하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에요. 사실 이 문제는 모든 대학의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주점을 하는 문화에 대해 회의적이잖아요. 이런 방식으로도 의견 표명을 하고 있고요.

최근 페미니즘 이슈가 많은데요, 숙명여대라는 사회도 그런 분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스파를 열심히 홍보했다고는 했지만, 거기에 대해 응답이 온 건 사람들이 보다 이슈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학교를 계속 다니고 있는데, 입학할 때보다는 나아요. 많이 나아진 느낌이에요. 학교 커뮤니티 반응을 보더라도 그래요. 예전에는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이 있으면 ‘네 잘못도 있는 거 알지?’라는 식의 댓글이 하나씩 있었는데, 그런 댓글도 안 보이는 추세에요. 적극적으로 ‘나는 페미니스트야’라고 나오는 친구는 없는 것 같더라도 전체적인 관심이 많이 높아졌다는 느낌은 받아요. 사회 분위기와도 맞아떨어지고 있죠. 여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장이 생기다 보니까 학내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스파도 거기에 맞춰서 가고 있고요.

 

이번에 대학원 남녀공학 관련해서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저는 솔직히 학교 게시판에 ‘이제 여대 없어져도 되는데 왜 반대하냐’라는 식의 글이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다들 존재 이유에 대해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고, 아직 필요하다는 주장을 함께해서 좋았어요. 몰카 관련해서도 총학생회 측에서 보안팀에 의뢰해서 전체 탐지를 부탁한 일이 있었고. (기사)

스파의 가장 큰 고민이 있다면.

저학년 회원이 필요해요. (웃음) 저희는 회원 모집 때마다 어쨌든 동아리를 굴릴 수 있을 정도로는 회원이 들어오는데, 다 고학번이거나 대학원생이에요. 언제 졸업할지 모르는 사람들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1, 2학년들은 일단 여성학이 뭔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니 동아리가 있다는 것도 잘 모르더라고요. 관심이 없으니 안 들어오다가 수업에서 좀 다루고 그러면서 관심이 시작되더라고요. 아무래도 저학년 회원이 없다 보니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고, 불안하죠. (회원이) 끊길 수도 있잖아요.

 

지적 재생산도 잘 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는 점도 고민이에요. 신입 회원이 들어올 때마다 기본적인 내용을 세미나에서 다루는데, 워낙 들어오고 나가는 속도가 빨라서 계속 기초만 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끝으로, 스파가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면?

학내 여성주의를 하는 단위가 동아리가 저희밖에 없어요. 여대임에도 불구하고. 학내 여성주의 단위로는 유일해서 동아리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역할은 학우들을 여성주의로 부드럽게 유입을 시키는 관문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거든요. 실제로 스파를 통해서 여성주의에 입문하는 사람이 많고, 다른 단위에서 조금 더 페미니즘 공부를 한다든지, 대학원을 갈 준비를 한다든지 활동가로 나간다든지 하는 친구들이 많이 있었던 거로 알아요.

 

저희는 부드러운 유입을 목표로 하는 동아리입니다. 최대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장, 내가 힘들었던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알고 더 공부할 수 있는,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글. 블럭(blucsha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