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평소에 하는 거야!’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머리와 마음과 몸은 떨어져 있다고,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몸으로 행동하는 것은 다르다. 그렇기에 우리는 시험 기간에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내일이 시험이기에 밤을 새운다. 물론 책을 펴놓고 밥을 핑계로 나갔다 오고 돌아와선 핸드폰을 보며 ‘그래도 앉아있긴 하지…’라고 생각한다. 남이 보는 우리는 과연 시험 기간에 어떤 모습일까. 4명의 기자가 각자의 학교에서 시험 기간의 모습을 관찰했다.

 

 

 

18시부터 21시 : 밥부터 먹고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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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수업이 끝난 18시. 보통은 학교가 조용해질 시간이지만 시험 기간의 학교는 달라진다. 열람실은 24시간 개방되고 이를 이용하려는 학생들로 학교 불은 밤새 켜져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 머릿속에 지식을 채우기 전에 학생들은 먼저 저녁을 먹는다. 학교식당은 이미 문을 닫은 시간. 학생들은 정문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거나 그마저도 번거로울 경우 학교 내 편의점을 찾는다. 저녁 먹는 시간도 아까운 학생들의 손에는 몇 장의 종이가 쥐어져 있다. 저녁을 먹으며 친구와 하는 대화 주제는 주로 시험에 대한 이야기이다. 수업 중에 중요하다고 한 부분이 어디인지, 시험 유형이 어떻게 나오는지. 대화 속에서는 걱정과 약간의 체념이 담겨있다, 시험을 보는 대신 수업을 하지 않았던 교양 시험 기간이 이번 학기부터 없어진 탓에 공부할 시간이 줄어들어 시험에 대한 부담은 더 크다.

 

저녁을 먹고 간단한 주전부리를 산 후 열람실로 들어간다. 학교 안에 있는 편의점은 24시간이 아니어서 미리 사 놓아야 한다. 친구와 서로 공부 독려를 하고 각자의 자리로 간다. 본격적인 시험공부가 지금부터 시작된다.

 

 

 

21시부터 24시 : 아직은 발동 걸기 애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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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공식적인 쉬는 시간은 없다. 점심도 먹어버렸고 저녁도 먹어버렸다. 이 시간엔 무기력한 소란스러움이 있다. 도서관엔 빈자리들이 많고 복도엔 사람들이 가득하다. 통학하는 사람들은 집에 가야 할 시간을 재보기도 하고 남아있을 사람들은 밤늦게까지 있을 생각에 미리 힘 빼지 않으려는 듯하다.

 

아직 이 시간에 공부를 안 해두었더라도 뒷 타임이 있어서 막막하진 않다. 완전히 막막해지는 것은 다음 타임에 할 일이다. 이 시간엔 야식을 먹기에 약간 이르고 저녁을 먹은 지도 조금 되어서 활력이 떨어져 갈 뿐이다. 저녁과 야식 사이 따분한 공부 시간.

 

 

 

24시부터 03시 : 내가 공부를 하는지, 공부가 나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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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가을바람이 부는 밤 12시. 학교의 모든 불이 꺼지고 중앙도서관 1층, 4층, 5층만이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다. 학교 앞 용마 편의점에서는 15학번 학생들이 때가 덜 탄 과잠을 입고 “시험 X까!”라며 연신 맥주 캔을 부딪치고 있다. 그 옆에는 낡은 과잠을 입은 고학번 학생이 한 손으로 하이트를 비우고 한 손엔 담배를 태우고 있다.

 

밤 12시 23분의 도서관 4층 열람실, 적막이 흐르는 이곳은 모든 소리가 증폭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펜과 하얀 종이가 만나 내는 소리는 열람실 안에서만큼은 소리가 아니라 소음이다. 열람실의 사람들은 고요고요 열매를 먹은 듯 아무 말이 없다.

 

새벽 1시 47분, 1층 로비는 몰래 먹는 음식 냄새로 진동한다. 음식물 반입금지라는 문구도 이 기간에는 그저 인쇄된 활자에 불과하다.

 

새벽 2시 42분, 조금씩 빈자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만 울린다. 슬리퍼와 츄리닝 차림에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며 화장실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옥상에는 담배 태우는 불빛만이 아른아른 빛나고 있다. 과잠과 슬리퍼를 신은 채 연신 한숨을 쉬며 책을 노려보고 있는 대학생 홍예린 씨는 공부의 의미가 없는 것 같아 슬프다. “과 탑이 되기 위해, 그리고 장학금을 위해 이렇게 공부하고 있네요. 비싼 돈 내고 와서 이렇게 공부하며 어느 순간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참 슬프네요.”

 

어둠이 덮은 학교는 늦은 야식을 실은 빨간 배달용 오토바이의 부다다다- 소리로 가득하다.

 

 

 

03시부터 06시 : 새벽이 밝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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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중앙도서관에 가는 이유는 단순하게도 새벽이 조용하기 때문이다. 보통 23시에서 00시를 기점으로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간다. 막차시간을 지키기 위해서다. 남는 사람들은 주변 사는 사람뿐이다. 이들도 다음날 수업을 위해 한, 두 시쯤 해서 집으로 간다. 그래서 다음날 걱정이 없는 주말에는 아침까지 공부하는 사람이 많다.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새벽 세시, 이때 열람실에는 열다섯 명 정도 남아있었다. 정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사람이 적기도 하고 새벽 특유의 적막감도 있다. 살짝 긴장감이 맴도는 분위기다.

 

시험 기간에 현준(23, 가명) 씨는 보통 작정하고 밤을 새운다. 그는 공부할 때는 기숙사보다는 도서관이 편하다고 한다. 그래서 새벽까지 하다 보면 통금시간 때문에 도서관에 있다가 돌아간다. 그는 새벽에 공부할 때는 많이 피곤하지만 몇 시간 뒤 시험이라고 생각하면 집중은 잘 된다고 한다.

 

다섯 시쯤 되면 사람들이 첫차를 타기 위해 빠져나간다. 근처 사는 사람들도 집으로 돌아간다. 바깥은 아직 어둡다. 학교에는 운동하러 나온 사람 몇 명만 있을 뿐이다. 여섯 시가 되어간다. 도서관 청소를 담당하시는 분은 전날의 흔적을 지운다. 지우개가루, 부러진 샤프심, 과자부스러기 등등. 날이 살짝 밝아오기 시작한다. 전날 공부하던 사람이 빠져나간 자리는 새롭게 공부를 시작하러 온 사람들이 채운다. 도서관은 그렇게 아침을 맞이하고 우리의 시험도 다가온다.

 

 

글/사진. 이켠켠(gikite93@gmail.com), 농구선수(lovedarktem@nate.com), 통감자 (200ysk@naver.com), 사미음(blue934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