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지만 정말 그럴 줄은 몰랐다. 시대착오적인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가 ‘설마’ 가능하리라 싶었지만, 박근혜 정부는 상식을 뛰어넘고 있다. 지난 12일 교육부는 국정 교과서를 확정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2017년부터 ‘올바른 역사교과서’가 발행될 것이라 했다. 대학가는 어떤 사회적 이슈보다 거센 움직임을 보였다.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는 SNS를 통해 유통되었고, 수많은 ‘좋아요’를 받았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00대 모임’ 과 같은 페이지도 눈에 띄었다. [국정화 릴레이 인터뷰]에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서울대인 모임’의 김현우 씨와 조인보 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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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김현우씨 오른쪽 조인보씨

 

 

우선 자기소개를 해달라.

 

인보, “서울대 모임을 최초 제안했고, 국사학과를 지망하는 인문학부생이다.”

 

현우, “인보 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같이 시작했다. 페이스북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서울대 모임’ 페이지의 관리자다.”

 

 

어떻게 모임을 만들게 되었나.

 

현우, “그 날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2주 전 화요일이었다. 우리 둘은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이였는데, 같은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인보 씨랑 술을 마시고 있던 형을 알고 있던 사이라 합석하게 됐다. 그 날이 국정화가 발행될 거라고 발표 나고 당일이었나, 하루 뒤였다. 인보 씨가 굉장히 비분강개하며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소리쳤다. 그래서 내가 ‘하시죠!’ 해서 하게 됐다. 충동적으로 벌인 일이다.”

 

인보, “강의 중에 뉴스를 봤는데,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그래서 뭔가를 하고 싶다는 의욕도 생긴 거고. 수업이 끝나고 과방에 들어갈 때 뭐라고 말을 해야겠는데 말이 안 나와서 그냥 비속어를 내뱉었다. 욕을 하면서, 지금 시험을 걱정할 때냐.”

 

 

하필 시험 기간이었다.

 

현우, “4.19도 시험 기간… (웃음) 나의 경우 87년 이후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후퇴하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믿기 어려웠다. 어쨌든 이뤄진 건 이뤄진 거고, 어떻게 싸울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인보 씨랑 술을 마시게 된 거다.”

 

 

그 이후 진행 과정은 어땠나

 

인보, “사람들을 모으고, 대자보 릴레이로 시작했다. 이후 서울대 총학생회를 주축으로 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에 들어가서 같이 활동하고 있다.”

 

현우, “네트워크에는 우리뿐만 아니라 단대 학생회, 학내 정치 단체 등의 구성원도 있다.”

 

 

규모가 커 보인다. 운영은 어떤 방식으로 되나.

 

현우, “상위단체인 네트워크는 세 팀으로 나누어져 있다. 서명을 받는 일 같은 일상 사업을 진행하는 부서, 카드뉴스나 포스터를 제작하는 이미지 홍보 부서, 그리고 학내 집회 등을 기획하는 집중사업 부서가 있다. 네트워크와 별개로 서울대 모임의 집행부도 따로 있다.”

 

인보, “네트워크와는 조금 다르게 서울대 모임 집행부에는 학술부서가 있다. 기사나 발언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분석해서 자료화하고 있다. 이를 가공해서 카드뉴스 식으로 국정화가 왜 잘못되었는지 홍보하고, 프로젝트 사업을 기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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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국정화에 반대해서 모였지만, 그 안에서 세부적인 의견이 갈리기도 하지 않나. 각자 국정 교과서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우, “사실 우리 둘도 매일 싸운다. (웃음) 우리는 국정화 교과서를 반대한다는 걸 제외하면 이유도 다르고, 활동을 추구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나의 경우 국정화 자체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화에 반대하는 거다.

지금 나오는 담론들은 학문의 자율화, 역사의 다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여기서 놓치고 있는 것은 과연 공교육과 중등교육 체계에서 애초에 그런 것들이 가능하냐는 질문이다. 수능이 존재하는 이상, 아무리 자유발행제여도 실천적으로 학문의 자유는 억압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의 담론들은 마치 검인정 교과서가 대단한 학문의 자유를 인정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그런 것들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수능부터 없애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말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그럼 무엇을 말해야 하나.

 

현우, “다양성과 자율화가 이루어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슈에 매몰되는 것은 피하고 싶다. 다양성이라는 것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정교과서에서 나아가, 대한민국이라는 체제의 모순, 국민교육의 한계들을 얘기해야 한다. 지금 여기서 최악의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역사관이다. 그 역사관 안에 있는 내용에 관해서 싸워야 한다.”

 

인보, “물론 현우 씨가 지적하는 정부의 역사관은 잘못되었다고 본다. 하지만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올바름은 무엇인가, 객관은 누가 규정하는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여기서 다양성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 말하는 사관이 무조건 참과 올바름인가. 당연히 아니다.

역사는 인간 활동을 탐구하는 학문인데,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사고에 있어 언제나 한계가 있고, 사실 관계의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 한계를 덮으면서 특정한 사관이 올바르다고 밝히고, 너희도 이걸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제하는 건 분명 잘못됐다.”

 

 

그렇다면 현우 씨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기 때문에국정화에 반대하는 것인가.

 

현우, “그렇다. 국정화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 한국사 교과서는 그것이 과연 어떠한 내용이 될 것인가의 문제로 봐야 한다.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 역사를 만들 것인가. 나아가 교과서가 사회에서 기능하는 시민을 만드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과연 한국 시민에게 요구되는 교육 체제가 무엇인지 논의해야 한다.

비유하자면 이거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인정 교과서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화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설사보다 (평범한) 똥이 낫다는 수준이다. 우리는 계속해서 국민교육과 입시체제의 한계를 지적해야 한다. 말뿐인 다양성 자체가 아니라, 올바른 정치와 올바른 역사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 내용의 올바름을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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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 씨는 생각이 달라 보인다.

 

인보, “올바른 정치와 역사가 존재하기보다는, 잘못된 점이 있더라도 자율성을 보장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국민이 자신의 교육을 무엇으로 받을지에 대해 선택할 여지를 줘야 하는 거다. 국정화는 그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래서 국정화를 누가 하느냐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국정화 자체에 반대한다. 국정화 교과서는 일종의 절대 권력이다. 정부가 하나의 교과서를 자기들 입맛에 맞도록 정해서, 그것으로 전체 국민을 가르친다는 거니까.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이 있듯이, 애초에 그런 여지를 남겨놓지 말자는 거다.”

 

 

그러니까 정부의 올바른 교과서를 얘기할 때, 현우 씨는 올바르지 않다는 것이고, 인보 씨는 올바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현우, “우리는 하늘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 땅을 디디고 사는 인간들이다. 따라서 사람이 올바름을 어떻게 규정하는가는, 항상 어딘가에 서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 결국 올바름이란 건 우리가 누구의 편을 들 것인가, 전두환 노태우의 편에 들 것인가, 아니면 그들에 맞서 싸운 사람들의 편을 들것인가를 기준으로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편향적이라고 말하는 역사관이 올바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보, “인간은 절대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은 맞다. 과연 내가 전지적 입장에서 바라보냐고 물으면 그렇지 않다. 물론 나도 어딘가의 정치적 소속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걸 안다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정치적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무언가 하나를 올바르다고 규정할 수 없다고 인정해야 한다. 어떤 특정한 입장을 편향적이라고 몰기보다는, 다양한 입장들 사이의 선택권을 줘야 한다.”

 

현우, “정치적 편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학문에 있어 정치적 편향성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착각, 다양성을 위한 다양성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다양한 시각이 있을 수도 있어’라고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광주도 폭동일 수도 있지’라는 주장도 교과서에 실어야 하는가? 과연 그게 올바른 건가? 그건 기계적 중립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지형은 기울어져 있다. 기울어진 아래에서 ‘그래 너 말도 옳구나, 내 말도 옳구나’ 하는 순간 이길 수가 없다.”

 

인보,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자신이 받을 교육을 분별해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미숙한 형태라고 해서 누가 올바른 길로 계몽하기 위해 일시적으로나마 국정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기만이다.

헛된 다양성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메뉴판을 주는 거다. 여러 개의 선택지가 있는데, 이건 어떤 근거에 의한 것이며, 어떤 한계가 있다고 밝히는 거다. 어떻게 보면 백과사전식 서술이라 비판받을 수 있지만, 여러 선택지 중에 판단하는 능력을 중고등학생 때부터 함양하는 게 중요하다.”

 

현우, “그런 사료 해석 능력이나 전문성은 학자들 간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등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이런저런 해석이 있어’라고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긍정적이지 않다. 중등교육에서 그런 다양성은 과도한 학업 부담을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학문의 순수함을 믿는 것은 나이브 한 태도다. 애초에 사학은 정치가 개입될 수밖에 없는 굉장히 정치적인 학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 저거 정치적이야”라고 하며 뒤로 한걸음 물러서기보다, 누구를 위한 정치성인가, 누구의 편에서 역사를 쓸 것인가를 이야기해야 한다.”

 

 

정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정부가 말하는 좌편향의 실체는 무엇이라 보는가.

 

현우, “대한민국이 우편향 국가이기 때문에 그런 말이 사용되는 것 같다. 예컨대 노무현을 ‘종북이다 좌익이다’ 하는데, 거기는 노동탄압도 많이 하고, 가장 많은 노동 열사가 나온 정권이었다. 나는 오히려 탈권위주의적 신자유주의적 정권이라고 평가한다. 그런데 그런 정권조차 좌익이라고 모는 것을 보면, 지금의 이명박근혜 정권이 얼마나 수구적인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인보, “좌편향 우편향은 일종의 정치 프레임이라고 본다. 애초에 좌편향의 사례라고 서술한 것들을 보면 90프로 이상은 학계에서 이미 ‘사실’로 판명 난 것들이다. 예를 들어 “이승만은 친일파에 우호적”같은 문구를 좌편향이라고 하는 건 어폐다. 친일파를 비호했다는 것은 역사적 사료를 통해 결론이 났는데, 그걸 다시 문제시하는 이유는 의도적인 정치 프레임이라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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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이는데, 어떤 과정을 통해 합의점을 마련하나.

 

인보, “일단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걸 알기 때문에, 문구 하나에 대해서도 예민하게 심사숙고 한다. 총회에서 토론의 과정을 통해 결정한다.”

 

현우,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면 끝이 안 난다. 어제도 30분 동안 이런 얘기를 하다가 안 끝날 것 같아서, ‘여러분 우리 실무부터 이야기 합시다’는 말이 나왔다. ‘언제 범국민 대회를 가자’와 같은 논의는 합의가 가능하다. 공동행동이니까 결정은 함께한다.”

 

 

서울대인 모임에서 합의된 정체성은 어디까지라고 정의하나.

 

현우, “박근혜 정부의 교과서에 반대한다는 말밖에 말하지 못한다. 애초에 서울대인 모임의 목적은 ‘뭐든 해야 할 것 같은데, 뭐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거다. 처음 제안서에도 이런 식으로 썼다. ‘우리의 목소리는 서로 다르지만, 그 목소리들이 묻히지 않고 함께 하고 싶다.’”

 

 

국정화 사태는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 것이라 보는가.

 

인보, “역사를 배우다 보면 특히 현대사에는 정부에 의한 학살이나 탄압 따위의 트라우마가 많다. 그렇지만 항쟁이나 민주화 운동에서 보다시피, 역사적 평가는 굉장히 냉혹할 것이다. 국정교과서 사태는 없던 일로 치부하기에 이미 커진 문제라 생각하고, 국정교과서에는 설령 안 실려도 완벽하게 숨길 수는 없을 것이다.”

 

현우, “만약에 진다고 해도, 누군가 국정교과서를 반대하고 포기하지 않고 싸웠다는 게 역사에 남을 거다.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현재의 집권 수구 세력이 권력이 흔들리는 걸 굉장히 불안해했다는 증거로 기록될 것이다. 자신들의 권력 정통성이 불안하다는 걸 알고, 그래서 역사 교육을 수정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정통성을 믿어줄 시민을 양산하려는 의도다. 그래서 철저하게 권력투쟁의 문제라고 규정한다. 이거 꼭 써 달라. 권력투쟁! (웃음) 국정화 사태의 본질이다.”

 

 

박근혜 정부가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은 굉장한 자신감 아닌가. 정권이 바뀌면 바뀐 사람들이 국정화 교과서를 발행 체계를 맡게 되는 건데.

 

현우, “박근혜를 비롯한 새누리당 계열 세력은 어느 정도 콘크리트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다. 자본과 조중동을 끼고 있으니까. 그깟 교과서 바꾸지 않아도 아쉬울 게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역사까지 잡으려 드냐고 질문하면, 이미 자신들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아는 거다. 그러니까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거다.”

 

인보, “비슷한 의견인데 여기서 하나만 추가하면, 자신들의 지지 세력이 더 이상 젊은 층에서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인 것 같다. 젊은 새누리당 지지층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렇지, 왜 억지를 부리고 있는지 모르겠다.”

 

현우, “효심을 정치로 환원하면 이해가 안 간다. (웃음)”

 

 

앞으로 서울대 모임의 활동 방향은 무엇인가.

 

현우, “굉장히 많은 반대 여론이 올라옴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수용은커녕 대화도 잘 안 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정말 솔직한 ‘날 것’의 생각으로는, 국정화를 막으려면 기승전, 대 정부 투쟁이 될 수밖에 없는가 하는 고민이 든다.”

 

인보, “행동으로 나서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나는 학문적 숭고함과 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정치적 상황에서 흐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이런 점에서 또 차이가 난다.”

 

현우, “정리를 하면 나는 부산까지 가자는 거고, 이 친구는 대전까지 가자는 거다. 나는 계속 장기적인 이야기를 강조한다. 국민 교육체제나 공교육이나. 그런데 지금 당장 부산까지 갈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지금 부산에 가자고 할 생각도 없다. 의견이 다를지언정 이 친구와 함께 대전까지 갈 수 있다. 다들 다르지만, 어쨌든 박근혜 정부의 국정화 하나는 같이 막아보자. 나머지는 대전역에 도착하고 나서 이야기할 수 있는 거다. 우선 지금 여기서의 승리를 하고 싶다.”

 

글. 아호(9208kjh@hanmail.net)
사진. 김연희(injournaly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