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이 삭제되었다는 통지는 종종 받는 일이라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편파적 발언’을 이유로 계정 자체가 비공개될 줄은 몰랐다. 페이스북 페이지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 이야기다. 페이지가 삭제되었다고 해서 운영자들 사이에 ‘그만두자’는 의견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빠르게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 2>가 만들어졌다. 그저 알리고 싶었단다. 여성 혐오와 성차별이 얼마나 만연한지,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이에 싸우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최근에 있었던 일부터 이야기해보자. 페이지의 운영이 막혔다.

 

Facebook 커뮤니티 표준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통보였다. ‘김치녀’ 페이지는 여전히 건재한데, 우리 페이지가 삭제되었다니 화가 나고, 당황스러웠다. 그곳은 여성 혐오뿐 아니라 장애인, 특정 인종, 성 소수자 등에 대한 비하 발언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아무리 신고해도 삭제되는 경우가 없다. 근데 우리는 ‘편파적 발언’을 이유로 존재가 가려졌다.

 

편파적 발언이라고 지목된 게시물은 무엇이었나.

 

“이 정도는 해야 ‘과격하다’는 표현이 나올만하고, 비로소 메갈리아가 하고 있다는 ‘남혐’이 일베를 능가할 ‘사회 문제’가 될 것이다”는 취지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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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 발언’으로 지목된 게시물

 

 

페이스북 코리아에 연락은 해봤나.

 

페이스북 코리아는 공식적인 연락 창구가 따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페이지 삭제에 대해 항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그 시스템은 결정자와 대화할 수 있는 창구가 아니다. 따라서 커뮤니티 표준이 어떠한 기준으로 적용되는지, 정말 공정하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것은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운영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페이지 삭제 처리에 관해 ‘재고 요청’을 보내는 것인데, 이것은 아직 운영진끼리 합의할 내용이 있어서 요청하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이미 여러 차례 페이지가 삭제됐었던 ‘메갈리아4’의 운영진은 ‘재고 요청’을 한다고 하더라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적다고 했다.

 

 

처음에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5월 말 디시인사이드 내 메르스 갤러리에서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는 운동이 시작되고, 관련 게시물이 대거 삭제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차별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 글은 전부 삭제되어 메르스 갤러리는 아무 생각 없이 욕설만 한다는 이미지가 조장됐다. 메르스 갤러리의 게시물을 구글에서 검색하지 못하게 했던 것도 큰 문제였다. 이런 이유들로 유입되는 사람들이 끊기기도 하고, 좋은 글을 보려고 해도 보기가 힘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개념글 중 좋다 싶은 글이 있으면 빠르게 박제할 필요가 있었다.

 

페이스북에도 정제되지 않은 미러링 글과 여성 혐오 현상이 그대로 전시되길 바라는 생각에서 메르스 갤러리의 이름을 딴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 페이지를 만들었다. 페이지를 홍보하거나 확장시키기보다는, 그동안 메르스 갤러리에서 큰 호응을 받았던 글들을 아카이빙 하거나 여성 혐오와 관련된 객관적인 자료 등을 올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요즘에는 메갈리아를 출처로 한 자료 말고도, 다양한 콘텐츠들을 올라오던데.

 

6월 초 폭발적인 호응을 일으킨 메르스 갤러리는 7월 이후 디시의 탄압과 ‘어그로’들의 방해로 인해 발생 초기보다는 화력이 훨씬 줄었다. 8월이 되고 모두가 바라던 녹색의 땅으로 불리는 독립된 사이트 ‘메갈리아’가 생기게 되었고, 메르스 갤러리를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모여들어 시작했다. 메갈리아 초기에는 어떤 식으로 메갈리아가 운영되었으면 좋겠는지 토론하는 내부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또한 이전 메르스 갤러리에 있던 메념글들을 메갈리아에 옮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메르스 갤러리 후기 ~ 메갈리아 초기에는 저장소에 올릴만한 글들을 찾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그 시기에는 페이지의 글이 일시적으로 줄어들게 되었고, 트위터나 뉴스 등을 출처로 하는 글의 비중이 커지게 됐다. 게시글의 성격도 초기의 공격적인 미러링보다, 여성 혐오 범죄와 그러한 사회 현상을 담아내는 복합적인 형태로 바뀌었다.

 

메갈리아에 비교하면 덜 과격하다고 해야 하나, 조금 순화된 느낌이다.

 

페이스북이라는 오픈된 공간에서 더 많은 사람들의 접근과 공감을 사려는 목적도 가지고 있다. 또 여러 계층에서 구독자가 늘어감에 따라 게시물에 대한 다양한 피드백을 받게 되었다. 의도치 않게 사회적 약자에게 상처를 주는 경우도 있었고,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글을 올려 질타를 받은 경우도 있었다. 이후로는 좀 더 주의를 기울여 글을 게시하려고 노력한다.

 

김치녀 페이지 관리자가 피디수첩에서 이런 거 올리니까 잘못했다는 거 깨닫고 용서를 비는 여자들도 많다라는 식의 말을 했다.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의 기능도 비슷하다고 보나.

 

매일 김치녀 페이지, 그룹을 본다. 항상 볼 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다. 애초에 그들은 주장에 대한 지식 기반이 전혀 없으며 토론에 대한 의지도 없다. 게다가 여성이 자신보다 아래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여성을 멸시하는 그들이 과연 여성과 대화를 시도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계몽의 대상으로 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울부짖는다.

 

그들을 미러링 하는 목적은 ‘전형적인 한국 남성’에 대한 계몽이 아니다. ‘코르셋’ (여성들의 자기검열)을 조이고 살아온 여성들이 코르셋을 찢을 수 있게, 이미 코르셋을 찢기 시작한 여성들이 서로 용기를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의 목적도 마찬가지다. 전형적인 한국 남성에 대한 ‘계몽’이 아니라 ‘코르셋’의 각성이다.

 

미러링 이야기가 나왔으니, 페이지에 대한 이야기에서 샛길로 좀 새보자. 메갈리안은 소위 미러링의 방식을 통해서 여성 혐오에 혐오로 맞대응하는 것을 전략으로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해도 괜찮은 일이 아니라면, 내가 하는 것도 괜찮은 일이 아니지 않은가.

 

혐오는 강자가 약자에게 하는 것이다. 백인 혐오, 이성애자 혐오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남성이 차별받는 사회가 오지 않는 이상 메갈리아의 혐오 발화는 불합리한 상황에 대한 약자들의 저항과 고발로 봐야 한다.

 

또한 여성 혐오와 미러링은 발생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가져오는 결과 또한 다르다. 여혐은 가부장제 질서를 공고히 하고, 결국은 그러한 구조적 모순 속에서 남녀를 모두 억압하는 결과를 낳는다. 반면 메갈리아의 미러링 활동은 필연적으로 약자의 권리실현과 연결된다.

 

그 방식으로 사회에서 여성 혐오와 싸우는 것이 지속 가능할까.

 

미러링이 유일한 해답은 아니다. 이미 디시 메르스 갤러리 시절부터 활동의 다양성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나왔고, 그런 맥락에서 미러링을 배제한 온건노선인 메갈리아 4 페이지가 생겼다. 메갈리아 4에는 미러링의 맥락을 이해하지만 참여하기에 거부감을 느끼던 ‘메갈리안’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다.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 페이지도 페이스북 특정상 실명 계정이 많기 때문에, 미러링을 사용하더라도 메갈리아에 비해선 비교적 조금 온건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메갈리아는 하나의 성격으로 규정할 수 없다. 메갈리안 중에는 페미니스트도 있고, 그냥 ‘씹치남’을 패기 위해서 왔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본인이 느끼는 분노의 종류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채로 오는 사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메갈리아 홈페이지 안에서의 여론은 물론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 메갈리아4, 트위터 등 어느 곳에서 활동하느냐에 따라 성격과 주류 여론이 달라진다. 메갈리아의 여러 분파들은 서로를 보완해 나가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미러링과 미러링을 배제한 활동 모두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같은 유저끼리도 의견 충돌이 많아 보인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메갈리안이 지금 가지고 있는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모든 메갈리안이 기억하고 있고 동의하는 것이 있다. 메갈리안은 여성 혐오를 혐오하고, 토론을 통해 집단지성을 형성하고, 행동함으로써 현실을 바꾸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고 관련된 논쟁이 있을 때마다 메갈리안들은 이에 대해 끊임없이 되새길 것이다.

 

또한 메갈리안의 결속은 반여성혐오를 통해 일어났다. 그 결속의 이론적 바탕인 젠더 문제와 결부된 여러 소수자 문제에도 자연스레 접근하게 되었다. 소수자에 대한 감수성이 메갈리아에서 집단지성을 통해 점차 퍼지고 있다는 사실만은 명확하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는 기치가 결국은 남성 혐오를 조장하는 또 다른 폭력이라는 비판도 있다.

 

‘남혐’은 그저 하나의 관념에 불과하다. ‘남혐’을 한다고 해서 그들을 쉬운 사람으로 보고, 함부로 해코지하지 않는다. ‘여혐’으로 인해 여성들은 현실적인 위협 속에 살고 있지만 ‘남혐’으로 인해 남성들이 받는 피해는 사실상 없다.

 

사회 구조적인 남성 혐오 자체가 불가능한데 미러링이라는 ‘수단’ 때문에 여혐과 동급으로 놓는 건 단순히 말장난에 불과하다. 남성 혐오는 남성에 대한 비난이나 반감 등으로 재해석된 개인적인 혐오지만, 여성 혐오는 여성 집단에 대한 타자화, 성적 대상화, 폭력, 여성 숭배 등을 모두 포함하는 사회-구조적 혐오를 말한다.

 

즉 남성이 가진 권력과 여성이 가진 권력이 다른 상황에서 메갈리아의 미러링은 현실에서 남성을 억압하는 차별적 기제로 작용할 수 없다. 반면 여성 혐오는 여성이 현실에서 매일같이 경험하는 혐오와 성차별이다. 층위가 다른 두 개의 혐오를 동급으로 놓고 피해자에게 “너도 때렸으니 가해자와 다를 바 없어”라고 말하는 건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

 

샛길이 조금 길었다. 다시 페이지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자.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를 운영하면서 드는 고민은 무엇인가.

 

메갈리아 내에서의 합의된 드립, 그리고 메갈리아의 전략적인 선택들을 페이지에 소개하면, 받아들이지 못하는 구독자분이 많다. 이럴 때는 해당 글에 대해 해명하고, 그 글이 나오게 된 맥락을 구독자들에게 이해시키는 것도 저장소의 몫이기에 고민이 생긴다.

 

메갤 저장소의 게시물에 댓글로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던데. 가장 많이 싸움이 일어나는 주제는 무엇인가.

 

역시 ‘군대’가 싸움의 근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싸움이라고 하기보다는 조작 혹은 잘못된 자료를 들고 오거나, 게시물을 오독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어그로’ 들도 메르스 갤러리 시절 그곳의 일부이기도 했고, 저장소에서 낮은 수준이지만 지속적인 토론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특정 상황이 오면 관리자들이 합의를 통해 세운 기준으로 판단하여 차단한다.

 

혹시 관리자한테 개인적인 메시지로 협박 같은 게 들어오기도 하나.

 

협박은 초기에 조금 왔다. 남자들이 너를 노리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메시지가 아직도 기억난다. 뜬금없이 욕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고 댓글 싸움을 하다가 논쟁에서 지고 관리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화풀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가장 황당했던 메시지는 캐리비안 베이 샤워장 몰카 원본을 달라는 남자가 보낸 메시지였다. ‘댁 여자친구한테 알려도 되나요?’라고 하니 바로 사과했다.

 

페이스북 페이지는 언제까지 운영할 계획인가.

 

개인 사정으로 운영에 어려움이 있기 전까지는 모두들 운영에 참여할 계획이다. 누군가가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게 될 경우에는 관리자마다 성향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그 밸런스를 맞춰서 새로운 관리자를 영입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런 식으로 운영될 것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 따지고 보면 질문은 아니다. 그냥 하고 싶었던 말이 있으면 해달라.

 

사실 페이지 관리자 중에는 남성도 있는데 가장 메갈리안 식의 미러링을 많이 쓴다. 남성도 메르스 저장소 관리자로서, 한 명의 메갈리안으로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메갈리안에게도, 그 외의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었다.

 

남성도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남성다움을 강요받고 남성성에 의해 ‘남성성’을 공격받는다. 그 부당함을 겪지 않은 남성은 없다. 살아가면서 ‘남성다움’의 강요는 항상 있다. 더치페이나 군대에 관련된 문제들도 그러하다. 그것은 여성이나 여성가족부의 잘못이 아니라 가부장제의 잘못인 것이다. 많은 남성들은 이를 여성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데 같은 남성으로서 참 안타깝다.

 

남성들에게 메갈리아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는 애초에 그것을 이해할만한 소수자 감수성을 가지기 힘든 사회니 말이다. 그렇지만 메갈리아에 무조건적인 반감을 가지기 전에 한 번만 더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오죽하면 메갈리아가 생겼을까?”

 

 

*  위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메인 이미지 : ⓒ 페이스북 페이지 <메르스 갤러리 저장소2>

글. 아호(9208kjh@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