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한 여름에 시작한 연재가 가을의 선선한 바람과 함께 끝을 맞았습니다. 첫 기사가 나오기까지 두세 달의 시간이 걸렸으므로, 저희는 이번 연재와 세 개의 계절을 함께 했습니다. 그 계절에 했던 고민들, 차마 다루지 못한 이야기들을 끄집어내면서 <지방 빼는 세상에서 살아남기>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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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의 카페 회의 중.

 

 

연재가 끝났다. <지방 빼는 세상에서 살아남기>의 의미를 되돌아본다면?

 

지혜 :: 서울이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를 독점하는 구조에서 서울을 벗어난 지역의 청년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이 질문에서 시작해 지난 8주간 서울 중심주의 사회에서 지방 청년들이 경험하는 삶의 문제를 그리고자 노력했다.

 

선민 :: 지방 청년의 삶을 보여주자는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기획이 진행될수록 문제 제기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에서 공연이 열리지 않는 것은 왜 당연한가’와 같은 질문이 필요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는 댓글이 많이 나왔는데 나도 쉽게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였다.

 

자경 :: 지방 청년은 묵은 소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공론화가 필요한 문제였다. 서울에서의 불편함은 노출이 잘 된다. 가령 용산에 화상 경마장이 세워진다고 하면 지역 언론들까지 들끓는다. 하지만 지방의 사건과 지방 청년의 삶은 공론화가 미약하다고 생각했다.

 

지혜 :: 지방에 사는 사람들도 조선일보나 한겨레를 보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 제기를 해줄 수 있는 시민단체나 정부 조직조차 예외 없이 서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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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 한 문장 꼼꼼하게 첨삭하고 있다.

 

 

연재를 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지점은?

 

자경 :: 나의 경우 기사 형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일반적으로 기성 언론들이 전달하는 방식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공감 사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명근 :: ‘써도 될까’ 그리고 ‘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내가 한 번도 지방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데, 나의 시선에서 그들의 불편함을 전달하는 것이 그들에게 오히려 더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인터뷰이의 목소리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스토리텔링 형식이지만, 인터뷰 이들이 사용한 단어나 문장을 활용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 했다.

 

선민 :: 오히려 나는 우리가 수도권 출신이기 때문에 이 기획에 대해 더 고민을 많이 했고, 어떤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본다. 예를 들면 우리가 인터뷰를 하면서 지방청년에게 들은 말이 서울은 정글 같고, 회색도시 같고, 사람과 차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나는 당연히 도로에는 차가 많고, 인도에는 사람이 많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말을 듣고서 내가 느끼지 못했던 서울의 모습을 알게 되었다. 반대로 지방에 살면 익숙함 때문에 놓치는 사실들을 우리의 눈으로는 볼 수 있다.

 

지혜 :: 그래서 한 문장 한 문장 쓸 때마다 자기검열을 했던 게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첨삭을 꼼꼼하게 한 것도 마찬가지다. 지방 청년이라는 정체성과 당사자성에서 벗어나니까,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지, 몇 명의 인터뷰를 통해 일반화하는 건 아닐지 등의 우려를 많이 했다.

 

선민 :: 알바 기사의 경우는 취재하러 출발하기 전까지 체계가 안 잡혀서 힘들었다. 지방의 알바노조 지부와 전화를 했지만 정보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 이 기획하면서 느낀 건 누가 빨리 지방의 알바에 대한 연구논문을 썼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웃음) 기존의 청년 논문도 서울 중심인 게 많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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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도지사와 인터뷰를 앞두고 질문지를 다시 확인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댓글은 무엇인가?

 

지혜 :: ‘서울보다 지방이 살기 좋은데?’ 이런 댓글이 많았다. 우리는 지방이 살기 안 좋다고 말하려던 것이 아니다. 다만 분명히 존재하는 지방의 구조적인 소외와 이로 인해 청년들이 느끼는 박탈감을 담고 싶었다.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보니, 이런 댓글의 반응이 ‘자존심’과 연결되는 것 같았다. 우리는 구조의 모순에 태클을 거는 건데,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선민 :: ‘서울은 이미 복잡하니 괜히 올라오지 말고 지방에서나 살아라’는 댓글 보고 서울의 주인이신 줄 알았다. (웃음) 장난이고, 이건 구조의 문제를 바라보지 못하고, 서울로 가는 것을 개인의 일로만 여기기 때문인 것 같다.

 

명근 :: 그들이 진공상태에서 불편함을 경험하는 게 아니지 않나, 개인의 삶은 분명 사회적이다.

 

지혜 :: 지방에서 살라는 말이 단순히 거주지가 지방으로 옮겨진다는 게 아니다. 지방에 삼으로 인해 서울에 살면 누릴 수 있는 권리들을 내려놓아야 하는 거다. 고등학교 때 어느 지방이든 공부 잘하는 애들은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올라온다. 그게 ‘성공’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서울로 오면 서울로 올라오는 대로, 지방에 남으면 지방에 남는 대로, 어쩔 수 없이 경험하는 불편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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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보이는 모든 이들은 다 고함20 기자들이다.

 

 

기사에서 담아내지 못해 아쉬운 이야기는?

 

자경 :: 취재하면서 문제의식을 느꼈지만 청년의 삶과는 괴리가 있어서 기사에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아쉽다. 예를 들어 모든 지역이 동질화되고 있다고 느꼈다. 어느 지역에 가던 발달된 곳은 다 똑같이 생겼더라. 각자의 색이 없어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명근 :: 전주에서 김윤정 씨를 인터뷰할 때 이런 말을 하셨다. 한옥마을은 전주 시민이 아닌 사람만 간다고 말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방이 서울 사람들이 쉬러 오는 관광도시로만 기능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청년의 삶과 연계되지 않아 쓸 수 없었다.

 

선민 :: 지방 안에서도 나타나는 격차를 담지 못해 아쉽다. 알바노조 부산 지부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해운대나 대학가 주변은 알바환경에 대한 근로감독관의 감시가 잘 이뤄진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 인구수가 적고 상권 형성이 안 되는 곳은 법의 감시에서 벗어나기 쉬운 것이다.

 

지혜 :: 나도 서울과 지방의 계층화가 지방 안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업 기사 쓰면서 인터뷰 이에게 ‘지거국은 지방 사람들에게 하나의 성과 같다’는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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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 Of XX’ 인터뷰 중.

캠퍼스에서 길거리에서 처음 보는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지혜 :: 순천에서 처음 Humans Of XX(지역명) 인터뷰를 했다. 처음에는 패기 있게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할 시간이 다가오니까 너무 떨렸다! (웃음) 진짜 색다른 경험이었다. 길거리에서 아무나 붙잡고, 처음 본 사람한테 취업은 어때요? 알바는 할만해요? 최저임금은 주나요? 이러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니까 말이다.

 

자경 :: 선민이랑 나는 피켓 없이 인터뷰를 다녔는데, 말을 걸려고 다가갈 때마다 스스로가 사이비 종교인 같았다. (웃음)

 

선민 :: 우리를 무시하고 가실 때마다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명근 :: 깊숙한 얘기까지 해주신 분들에게 너무 감사했다. 경북대에서 만난 두 분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그때가 3일차였는데, 그때까지 느끼지 못하고 있던 사실들을 인지시켜주셨다. 취재를 하는 하루하루가 내 편견을 깨는 과정이었다.

 

선민 :: 길거리에서 인터뷰할 때마다 신기했던 것은 사람들이 지역의 인구 수랑 기업을 아는 거였다. 서울에는 웬만한 기업은 다 있으니까 딱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진짜 지방은 서울에 비해 월등히 집값이 싸다더라. 우리는 입버릇처럼 집값이 높다는 말을 하지 않나. 나도 주포자인데, 그게 사실은 내가 서울에 살기 때문이라고 깨달았다. 나는 한국은 집값이 쓸데없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한국이 아니라 사람 많은 서울이 그랬던 거였다.

 

지혜 :: 맞다. 우리가 내재화하고 있는 의식들은 대부분 서울 중심적인 것들인 것 같다. 나는 취재 과정 중에 기억 남는 일보다는, 우리가 마지막 취재를 청주에서 하고 영등포역에 도착했는데, 사람이랑 차가 너무 많아서 놀랐다. 자주 다니던 길이었는데도 답답하고, 사람에 치이는 게 짜증나서 신기했다.

 

 

아픈 말이 되겠지만, 열심히 했음에도 <지방 빼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연재가 가지는 한계점은?

 

재윤 :: 우리 기획에서는 청년 개인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이 목소리를 사회적 차원의 문제로 환원시킨 점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청년의 삶에 지방분권이라는 구조가 와 닿지 않아서, 두 고리를 연결해줄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자경 :: 생각보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다루는 담론이 거대해서, 본질적인 문제를 파고 들기 어려웠던 것 같다. 지방 분권, 지방 자치, 균형 발전 등이 결국에는 국가의 방향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경제개발 차원이나 정책적 측면까지 가는 문제라서 건드리기 어려웠다.

 

지혜 :: 알바, 취업, 대학, 문화, 주거 등 여러 개의 범주를 나눠서 다양한 결로 이야기를 해준 건 좋았다. 근데 그 범주끼리 관계성을 잘 못 보여준 것 같다. 사실 다 연결이 되는 문제인데 말이다. 또 기사가 가지는 방향성이 좀 모호했던 것도 아쉽다. 해결책까지는 우리가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불편함이나 어려움을 보여준 것이 궁극적으로 사회의 어떤 방향을 위한 이야기였냐는 논의가 부족했다.

 

선민:: 고함20에서 계속 다루면 된다. (웃음)

 

 

글. 아호(9208kjh@hanmail.net)

기획. 아호(9208kjh@hanmail.net), 콘파냐, 달래, 라켈, 아나오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