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교과서를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여러 결로 존재한다. 정치 사관의 올바름을 따지고, 학문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이야기하며, 민주주의의 퇴행을 역설한다. [국정화 릴레이 인터뷰]에서 만난 심산하 씨는 국정 교과서 저지를 위한 움직임은 ‘기억 투쟁’이라고 말하며, 기록이 왜곡되면 온전한 기억을 지켜내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을 던진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연세인 모임’을 꾸려 활동하고 있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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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의 카페에서 만난 심산하씨

 

 

정부가 추진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문제점이 너무 많아서 꼽기 힘드네요. (웃음) 저는 국정교과서가 발행된다고 했을 때 ‘행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두 가지였어요. 우선 세월호 참사가 떠올랐어요. 한국사를 국정화한다는 것은 단순히 교과서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학생들의 역사관을 자기들 입맛에 맞게 바꾸려는 목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역사관 안에서 정부의 무능을 입증한 세월호 참사는 어떻게 기록될까? 참사의 참혹함과 슬픔과 분노를 담아낼 수 있을까? 아니, 세월호 참사를 기억이나 할까? 하는 질문이 생겼어요. 전두환 시절에 나온 국정 교과서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낸 순간들이 왜곡된 방식으로 기록되거나 아예 삭제되잖아요.

 

특정 한순간의 역사를 망각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교육받는 것은 막고 싶었어요. 저는 기억이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록에 기억을 담는 것이고, 기록에서부터 기억을 불러낸다고 믿고요. 그런데 그 기록이 왜곡된다면 어떤 기억을 불러올 수 있을까요? 그 왜곡된 기억들로 우리가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갈 텐데, 과연 그 역사는 올바를까요? 국정교과서의 가장 큰 문제는 여기서 발생해요.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대학생들이 연행되는 동영상을 보면서 무기력함을 느끼는 동시에 굉장히 화가 났기 때문이에요. 마치 제 목소리도 같이 박탈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정당한 요구를 함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쌀가마니 들고 가듯 끌고 가는 모습에, 대한민국이 우리들의 목소리를 빼앗아 가고 있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처음으로 친구들에게 함께 ‘행동해보자’고 제안을 했고요.

 

 

어떤 행동과 제안이었나요?

 

제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서 어떤 점에서 국정화가 문제인지 밝히고, 함께 대응하고 싶은 분들은 연락을 달라고 했어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무엇이라도 해야만 할 것 같다고 하면서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어요. 그래서 그 사람들끼리 단체 카카오톡방을 만들고, 이후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연세인 모임’을 만들었죠. 다른 실천 모임들도 운영을 했었는데, 그때와는 다르게 전혀 뵙지 못 했던 분들이 많이 오셔서 관심을 보여주셨어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연세인 모임’의 경우 조직 규모나 운영 방법은 어떻게 되나요?

 

우선 단체 카톡방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 160~170명 정도 돼요. 매일 쏟아지는 기사나 정보들을 서로 공유해요.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일정을 공지하기도 하고요. 그 안에 실무진도 있는데, 세미나와 간담회를 기획하거나, 퍼포먼스 등을 준비하거나, 시국선언, 공동행동, 릴레이 자보전 등을 맡고 있어요.

 

실무진이 주축이 되어서 활동하지만, 단톡방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분들도 진행 상황 등에 대해 피드백해주세요. 개별 대자보를 쓰거나 공식적 입장문을 쓸 때도 단톡방에서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고, 수정을 해서 함께 만들어가고 있어요. 그리고 국정화에 반대하는 입장도 몇 가지로 갈릴 수가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회의를 통해서 공식 입장을 채택하거나, 활동 방향성에 대해 합의점을 마련해요.

 

 

오프라인 회의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친일 혹은 독재 미화 부분을 공식적인 입장으로 내야 하느냐 마느냐에 대해서는 조금씩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어요. 이번 국정교과서의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고, 실질적으로 결과물이 안 나온 상태에서 미리 비판을 하는 것이 또 다른 반대 세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도 계세요. 아직 조직 안에서 합의가 도출되지 않아서 계속 이야기하고 있는 과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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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연세인 모임’이 오프라인에서 서명을 받고 있는 모습

ⓒ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연세인 모임>

 

 

다른 사회적 사안보다 대학생 단위의 움직임이 많이 보이는 편인데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우선 함께 활동하고 있는 분들은 민주주의를 역행한다는 점에서 가장 많이 분개하시더라고요. 국정화 그 자체뿐만 아니라 정부의 강행처리 과정에 회의감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고요. 학계뿐만 대학가, 심지어 중고등학생 단위에서도 반대 입장을 계속 내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을 묵살해버리는 행태가 저희 ‘시민’들을 ‘신민’으로 보는 처사라고 생각해서요.

 

 

대학가에 다양하고 재밌는 형식의 대자보가 많이 붙은 것 같아요. 그런 형식들의 자보가 많이 나오는 이유가 뭘까요?

 

대학가에 ‘안녕들 하십니까’ 후에 자보에 대한 로망이 살아난 것 같아요. 본인의 입장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 매력을 느끼고, 또 잘 쓴 대자보 같은 경우에는 SNS에서 많이 회자가 되니까 힘을 얻기도 하고요.

 

또 사안에 따라서 자보가 다르게 쓰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세월호 같은 경우는 너무 슬픈 상황이니까 진지한 방식으로 우리의 슬픔 또는 분노를 표출한다면, 이번 교과서는 무척 화나지만 동시에 패러디할 수 있는 부분도 많아요. 그래서 대학생들이 재밌는 방식으로, 창의력 있게 자보를 쓸 수 있는 거죠.

 

 

그 와중에 눈에 띄는 건 한국대학생 포럼의 활동이죠. 그들은 국정화를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1인 시위를 하기도 하는데요. 주변에 국정화를 찬성하는 친구들도 있지 않나요?

 

한국대학생포럼에서 제가 다니는 학교에도 자보를 붙였어요. 그 자보에 대한 반박 자보들이 또 많이 붙었지만요. 그런 모습을 봤을 때 반대하는 입장을 가진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지만, 찬성하는 분들도 어딘가에는 계실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 내부에서 한대포를 불러서 같이 찬반 토론을 진행하는 건 어떠냐는 기획도 생각했어요. 응해주실지는 모르겠지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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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토론 현장이 될 것 같네요. 사실 토론이라는 게 역사라는 학문에서도 참 필요한 태도인데 말이죠.

 

역사라는 것이 단일한 사건을 보고도 어떤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또 그 해석이 영원히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2015년이 어떤가에 따라서 동일한 사건도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정부에서 ‘특정한 것이 올바르다’라고 고정해 놓는다면 다른 방식으로 역사를 해석하려는 움직임들이 가능할까, 또는 그런 움직임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죠.

 

 

정부는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객관적 사실을 근거로 해서요.

 

객관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되묻고 싶어요. 개인은 사회에서 분리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사회가 현재 어떤 상황인지, 어떤 방향성으로 나아가고 있는지에 따라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라든가 가치관 또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끊임없이 바뀌어요. 또 그렇게 변하는 것이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길이고요. 그런데 특정한 사실이 객관이다 또는 절대적이 사실이라고 상정을 해버린다면, 우리가 앞으로 훨씬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들을 아예 삭제해버린다고 생각해요. 어떤 과거의 고정불변 사실을 가정하고 거기에 현재의 사람들을 가둬 놓는 것이 옳은 일일까요?

 

 

특정한 과거의 사실이나 시각을 객관이라고 말하는 주체는 누구일까요?

 

명백히 보이지만 정부, 그리고 여당의 특정 몇몇 분들이죠. 그들이 국정화를 추진하는 건, 그들에게 유리하게 교과서가 작성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최고 권력을 가진 ‘그들의 역사’를 ‘우리 역사’로 체감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의문이 들어요.

 

 

‘올바른’ 교과서는 결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이군요. 그렇다면 ‘올바른 교과서’를 추진하고 있는 이 기획은 역사에 어떻게 기록이 될까요?

 

결국 국정화가 된다면, (한숨) 그리고 그 국정교과서가 몇 십 년동안 장기적으로 쓰인다면, 국가에서 교과서를 잘 만들었다고 기억될 수도 있겠죠. 반대로 정말 열심히 싸워서 저지를 한다면, 당장은 막지 못하더라도 단기적 차원에서 국정교과서 끝난다면, 역사는 우리 민중들이 왜곡된 역사관이 확립되는 것을 막았다고 기록을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역사에서 이번 국정교과서와 관련된 논쟁들을 어떻게 기록하느냐는,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드냐에 따라서 다를 것이라고 감히 추측을 해봅니다.

 

 

어느 쪽이 더 실현 가능성이 높을까요?

 

어쩌면 5년 뒤에는 국정화 교과서를 ‘올바르다’며 사용할 수도 있지만, 50년이 흐르고도 사람들이 국정교과서를 올바른 교과서라고 평가할까요? 그건 아닐 것 같아요.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종종 정의로운 편이 실패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역사는 항상 정의가 승리하는 모습들을 증명해줬어요.

 

그리고 실제로 저지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웃음) 반발하는 힘이 더 역동력 있게 커지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실질적으로 국정교과서가 관철되는 것을 저지할 수도 있죠. 교과서가 만들어지더라도 정당성에 대한 시비가 계속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학계나 주요 필진들도 모두 집필 거부를 선언하는 상황에서 교과서가 나올 수나 있을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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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이스북 페이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연세인 모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예비비 44억이 이미 선정됐다’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저도 무력감이 많이 생겨요. 하지만 정부에서 입장을 철회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무언가를 시도를 한 뒤에 발표가 되느냐, 아니면 아무것도 안 한 후에 발표가 됐느냐는 정말 큰 차이가 있어요. 설사 국정교과서가 통과되더라도 절대 낙담하지 말고, 계속 우리 시민들의 방식으로, 민중의 방식으로, 대학생의 방식으로, 기억 투쟁을 계속 이어가면 좋겠어요.

 

권력을 가진 자들은 그들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특정 사건을 기억하는 방식을 변형시키고 삭제시키려고 하는 것 같아요. 우리는 그에 맞서서 온전한 기억을 지키기 위한 기억 투쟁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 아호(9208kjh@hanmail.net)

사진. 참새(goooo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