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계속해서 교육현장에서의 전선을 넓히고 있다. 국정화 교과서가 매일매일 핫한 이슈로 떠오르는 이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또 다른 하나의 전선이 있다. 바로 교육부와 대학 간의 대립이다. 고함20에서는 교육부와 대학을 둘러싼 하나의 전선을 소개하고자 한다.

 

 

김재호 부산대학교 교수회 회장은 기자의 질문에 미소를 품은 입술로 단호하게 대답했다. “학교에 있는 다수의 교수가 직선제를 원하고 있다.”

 

김 교수가 이야기한 ‘다수’에 “이공계 교수들도 포함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해보았다. 대부분의 4년제 일반대학에는 인문계열의 교수들보다 이공계열의 교수들 수가 더 많고 이들은 정부에게서 나오는 예산에 대하여 더 민감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를 하는 데 있어 정부의 지원금이 절대적으로 많이 필요한 것은 이공계열 교수들이다. 김 교수는 이 질문에 대하여 “그렇다. 이공계열 교수 대부분도 직선제를 원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과하게 의심이 많은 기자는 한 번 더 김 교수에게 노골적인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교수들의 연구비가 크게 깎일 것 같은데, 연구를 지원받을 다른 방법이라도 있는가?”라는 질문에 김 교수는 “없다. 만약 그런 곳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로 눈도장을 찍히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부산대 교수들을 도와줄 곳은 없을 것이다”라고 이야기가 돌아왔다. 이렇게 과도하게까지 김 교수에게 질문을 한 이유는 부산대학교가 정부 지원이 절대적인 ‘국립’대학교이기 때문이다.

 

올해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충북대학교는 2011년 대학구조개혁위원회로부터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으로 지정이 되었던 이력이 있다. 하지만 충북대는 ‘2단계 국립대 선진화 방안’의 으뜸으로 강조된 총장직선제 폐지를 수용하면서 구조개혁 대상에서 면제되었다. 당시 총장직선제 폐지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투표 참여자 1,056명 가운데 92.47%의 찬성으로 직선제가 폐지되었고, 직선제 폐지에 찬성한 사람 대부분이 이공계 교수들과 학교 교직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이야기를 해당 국립대 전 교수회 회장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그만큼 국립대에 정부의 재정지원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이렇게 국립대학의 총장 직선제를 재정지원 제한까지 하면서 간섭하려 드는 것일까.

 

 

총장 직선제 뒤돌아보기

 

총장 간선제나 총장 공모제의 이야기는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맞지만, 이전 정부에서부터 꾸준히 이야기는 되어오고 있었다. 2000년도에 나온 ‘국립대학발전계획’에는 ‘총장건설방법의 재검토(공모제) 및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그리고 더 이전인 1998년 삼성경제연구소가 교육부로부터 국립대학 경영진단을 의뢰받아 발표한 결과에서는 “대학의 총장 선출 방법은 ‘대학 경영자’를 선택하기보다는 학연, 인맥, 등 각종 연고를 바탕으로 하여 단순한 ‘대학 대표자’를 선출하는 방식”이라며, “대학의 최고 경영자인 총장을 표 대결을 통해 선출하기보다는 역량 있는 인사들로 구성된 선출위원회(Searching Committee) 등을 통해 각 계층의 의견을 수렴해 적절한 인물을 찾는 방식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총장 선출 방식의 변경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에 들어오면서 총장직선제에 관한 정부의 움직임은 갑작스럽게 변했다. 2011년도에 시작되어 2012년 1월 확정된 ‘2단계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에서는 국립대가 사립대보다 실질적 성적(취업률, 전임교원 1인당 SCI급 논문 수, 기술이전수입 등)이 매우 떨어진다는 자료를 제시하며 국립대의 국가재정 지원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부터다. 하지만 국립대 선진화 방안의 근거 자료에 대하여 ‘국립대와 상위 20개 사립대(전체 대학 중 상위 13%)와 비교했다며 ‘비교 오류’가 지적되었고, “한국의 국립대와 사립대의 대학경쟁력 비교 연구”를 한 강창동 연구원도 “기술이전수업료 및 계약실적”에서 국립대는 사립대보다 약 2배에 가까운 우위를 보이며, 국제논문은 2배 이상의 우위를 보인다고 발표했다. 즉, 선진화 방안의 기초 자료에 대한 의문이 제시된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의문을 교수단체에서 지속해서 제기되었지만 교육부의 정책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한편, 국립대 총장 선출 과정에서 발생한 몇몇 사건들은 정부가 총장 직선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2012년 전남대에서는 총장 후보자 2명이 불법선거 운동을 벌여(후보자들이 다른 교수들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지지를 호소) 벌금형을 선고받은 일도 있었고, 2011년 부산대에서도 3명의 후보자가 불법선거운동(식사제공, 화분과 명절 선물 제공 등) 검찰의 수사를 받는 일이 있었다. 총장직선제에 대한 교육부의 압박 수위를 높일 기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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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도 2단계 국립대학 선진화방안(시안)의 보도자료 중 일부

 

다시 한 번 교육부가 총장 직선제를 개선하라고 했던 2011년으로 돌아가 보자. 국립대학들은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서 정말 총장 직선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까? 만약 교육부의 평가 방식이 절대평가였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총장 직선제를 사수하는 한도 내에서 다른 지표들을 잘 받으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대학들을 평가했던 방식이 상대평가인 점을 고려하면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한 국립대학 관계자는 “대학끼리 경쟁을 할 때 소수점 단위의 점수 때문에 평가가 뒤바뀐다고 알고 있다. 교육부에서 요구하는 지표를 대학들은 모두 따라야 하고 거의 가산점으로 판가름이 난다”라고 이야기했다.

 

아래 자료는 교육부에서 국립대학에 총장직선제를 사실상 포기하라고 할 당시 평가지표다. 총장 직선제 개선의 지표는 5%다. 대부분 지표에서 만점을 받고 가산점 싸움인 교육부의 평가에서(대학교육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최하위 2개 대학을 제외하고 1등과 141등 대학 간의 점수 격차는 8.3점이라고 한다) 총장 직선제 개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2011년 충북대가 그랬듯이 재정지원을 안 받겠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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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도 대학교육역량강화 사업 지원대학 선정 2012년 4월 교과부 보도자료

 

시간이 지났지만, 현재에도 교육부는 재정지원을 매개로 국립대학들이 총장 직선제를 하지 못하게 하려는 압박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9월 21일 한국대학신문 보도를 보면 교육부에서는 국립대학들이 총장직선제를 전환하게 될 경우 산업비 환수를 검토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현재 CK 사업 시행계획에는 ‘국립대는 총장직선제 학칙 개정’이 참여조건으로 내걸어진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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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8일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집회에는 전국에서 많은 교수들이 올라왔다. 대부분의 교수들이 ㅇㅇ대학교 교수회 라는 깃발들이 날리고 있다. / ⓒ 한국대학신문

 

 

한편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8일 전국에 있는 교수 800여 명이 국회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 서울과 경기지역뿐만이 아니라 강원과 전라, 경상도에서 버스를 타고 올린 교수들은 모두 총장 직선제 이행과 대학 민주화를 외쳤다. 일방적으로 교육부의 정책을 따르던 교수들이 들고 일어섰다. 대학의 자치권을 사이에 두고 행정 권력과 교수들 간의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글. 상습범(bis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