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계속해서 교육현장에서의 전선을 넓히고 있다. 국정화 교과서가 매일매일 핫한 이슈로 떠오르는 이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또 다른 하나의 전선이 있다. 바로 교육부와 대학 간의 대립이다. 고함20에서는 교육부와 대학을 둘러싼 하나의 전선을 소개하고자 한다.

 

 

5·31교육개혁 1년 전인 94년부터 정부는 대학들에 공평하게 예산을 분배하지 않고 평가에 따라 점수를 매겨 재정을 지원했다. 현재 대학구조조정 결과에서 A 또는 B등급을 받은 대학들이 정부에서 시행하는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사업에 참여하고 선정되어야 정부로부터 예산 지원이 나온다) 지금은 당연한 것 같은 정부의 평가를 기반으로 한 지원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대학 재정지원의 터닝 포인트, 1994년과 2004년

 

현재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대학들이 목을 매기 시작한 것은 약 21년 전부터다. 1990년대 이후 고등교육의 국가경쟁력이 주목을 받으면서, 정부에서는 대학 교육의 질 상승을 위해 재정지원을 늘리기 시작했다. ‘공·사립대학 시설·설비 확충’과 같은 사업은 90년대 초반에 이루어졌던 대표적인 지원사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후 94년부터는 대학들을 상대로 한 정부의 재정지원은 평가결과에 기반 한 차등지원으로 바뀌게 된다. 한정된 재원의 합리적 배분과 대학경영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대학의 연구·교육 여건 및 교육개혁 추진 실적을 평가하여, 그 결과에 따라 재정 지원의 규모를 달리했다.

 

이전까지 학생 수, 교수 수에 기초하여 비교적 균등하게 지원되었던 ‘일반지원 사업’은 지원금 자체가 ‘기본지원’과, 평가결과에 따라 차등지원 되는 ‘사업목적 지원’ 및 ‘정책유도지원’으로 세분화되었다. 또한 정부가 육성하고 싶은 분야를 중심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평가 결과에 기반을 두어 일부 우수한 대학을 선별적·집중적으로 지원하는 특수목적지원 사업을 도입했다.

 

94년 이후 일반지원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감소하기 시작했고, 특수목적지원 사업의 비중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3년에는 정부 재정지원 사업 대비 일반지원 사업의 비율은 64.8%로 축소되었다. 하지만 적게나마 남아있던 기본지원 사업은 점점 축소되기 시작했고, 2004년에 들어와서 정부의 모든 일반지원 사업을 ‘선택과 집중’에 의한 선별지원 방식으로 전환 되었다. 즉, 2004년부터는 정부가 하는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면 대학들은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선택과 집중으로 ‘가속화’되는 대학들의 부익부 빈익빈

 

1994년 이후부터 계속 점진적으로 확대되었던 선별적 차등지원 정책은 2004년이 되면서 모든 재정 지원 방식이 선별지원 방식으로 전면화되었다. 하지만 대학의 설립유형이나 규모, 소재 지역 등에 따라 현격한 교육 및 연구 여건의 차이로, 여건 지표를 중심으로 시행되는 정부의 대학평가와 그 결과에 따른 재정의 배분은 대학 간의 재정지원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일반지원이 없어진 상황은 경쟁에서 지면 어떠한 지원도 받을 수 없다는 걸 뜻한다. 그리고 이미 경쟁에서 유리해 보이는 대학들의 존재가 보이는 상황에서 이들 대학이 일방적인 지원 지속해서 받을 경우 정부 재정지원의 불균등이 또한 염려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러한 염려는 실제로 나타났다. ‘대학 재정지원 정책과 대학의 재정구조 분석(2014 김훈호)’에 관한 연구를 한번 보자. 정부에서 대학들을 상대로 지원하는 방식에 대하여 다양하게 나눌 수 있지만, 논문의 저자는 기관지원과 개인지원, 국·공립대학에 대한 지원과 사립대학에 대한 지원, 연구중심 대학과 교육중심대학 그리고 연구·교육중심 대학에 대한 지원으로 분류하여 연구했다. 기관지원은 대학 안의 연구소나 센터 등을 상대로 하는 지원을 이야기하고, 개인 지원은 교수나 학생들을 상대로 한 지원을 말한다. 아래의 그래프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의 대학별 재정지원 규모를 분석하여 지니계수로 표현한 것이다. 2001년 이후 재정지원의 상위 대학 집중도는 점차 완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였으나 완전히 선별적 차등지원을 하기로 한 2004년 이후 상위 대학들에 대한 재정지원 집중도가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08년부터는 재정지원 규모가 가장 큰 상위 10개 대학의 전제 재정지원의 50% 가까이 점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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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개인지원은 2004년 전부터 평가에 의한 차등지원 방식이었기 때문에 2004년에 특별한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 간의 불균형 또한 심해졌다. 불균형이 심각해지기 시작한 해 또한 2004년도다. 2004년 이후 국·공립대학들 간에는 정부로부터 많은 재정지원을 받아 재정적인 불균형이 감소했지만, 사립대학 간의 불균형은 심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국립대학은 전체 재정지원의 30.1%(2002년), 33.4%(2003년), 42.8%(2004년), 51.5%(2005년)로 지원이 점점 증가하는 가운데, 일반 사립대학보다 훨씬 많은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갔다. 우리나라의 상당수 대학이 사립대학인 것을 고려해 보았을 때 전체 예산의 반 가까이가 국립대학에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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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대학과 사립대학에 대한 설립유형별 지니계수. 2004년 선별적 차등지원 재정지원이 전면화되면서 사립대학의 지니계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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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대학교육연구소의 연구원과  통화한 내용 중 일부.

 

 

연구중심 대학과 교육중심 대학의 정부 재정지원의 격차 또한 심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대학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은 주로 개인 연구자들에 대한 R&D(연구 영역) 지원에 집중되어있으며, HRD(교육 영역)를 위한 기관지원(연구소, 센터 등)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R&D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겠다는 것과, R&D 분야 자체가 돈이 많이 드는 영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구중심 대학에 대한 막대한 지원은 설명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반지원 사업들이 ‘선택과 집중’에 의한 선별지원 방식으로 인해, 정부의 재정지원집중도는 상위 10개교에 49.8%가 집중되었다. 개인지원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010년 상위 10개교가 전체 개인 지원의 52.6%를 차지하여 기관 지원보다 높은 수치에서 대학 간 불균형이 만들어 짐을 알 수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태년 의원의 발표에 따르면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연구비 중 62%가 서울대 등 상위 20개 대학에 편중되었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교육중심 대학 중에서도 사립대학들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2001년 이후 정부의 재정지원은 R&D(연구) 영역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났고 정부의 재정지원 자체가 교육중심 대학에는 많지 않았다. 오로지 소수 선발된 교육중심 대학들만이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재정지원의 규모에서 상당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연구중심 대학과 교육중심 대학 간의 심각한 재정지원의 불균형은 결과적으로 교육중심 대학 간에 지니계수가 증가하게 만들었다. 2010년 기준으로 전체 대학생의 37%가 재학하고 있는 연구중심 대학은 정부의 대학에 대한 전체 재정지원의 약 73%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교육중심 대학이 정부로부터 충분한 재정지원을 못 받는 이유 중에 교육중심 대학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재정 지원마저 연구중심 대학으로 흘러들어 가는 상황 또한 발생하고 있다. 즉, 연구중심 대학이 R&D 영역에 대한 재정지원 사업들뿐만 아니라, 대학의 교육활동 특히, 학부교육의 여건 개선 및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지원되는 HRD 영역의 제정지원 사업들까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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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래프를 보면 연구중심 대학이 정부의 R&D 영역에 대한 재정지원과 R&D·HRD 영역에 대한 지원 모두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연구중심 대학에 대한 이들 두 영역의 지원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재정 지원의 본래 의도나 재정의 효율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 그러나 교육 ·연구기관임에도 교육중심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이 연구중심 대학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점은 재정 배분의 효과성을 의심하게 되는 부분이다.

 

논문의 저자는 위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정부가 지속해서 대학의 다양화와 특성화를 추구하고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각자의 특성화 역량을 향상해 가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를 지원하고 촉진해야 할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들은 오히려 모든 대학이 연구중심 대학을 지향하도록 만드는 역기능과 비효율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이야기했다. 대학에 등록금을 내는 것도 학생들이고 대학이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 세금을 내는 것 또한 시민이지만, 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불평등한 분배다.

 

 

사진 출처 : 대학 재정지원 정책과 대학의 재정구조 분석(김훈호, 2014) 

 

글. 상습범(bis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