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과 실제’라는 말이 있다. 수학 시간에 이론을 배우고 나면 선생님은 꼭 문제를 풀라고 시켰다. 배운 것을 알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적용해서 풀어봐야 진짜 내 것이 된다고 했다. 마찬가지다. 근로기준법을 알았으면 이제 당신의 알바 현실에 실제로 적용해볼 차례다.

 

임금체불은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겪는 주요 문제다. ‘난 그래도 지금까지 알바비 꼬박꼬박 받았는데?’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체불임금에는 단순히 시급x노동시간으로 계산한 아르바이트비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주휴수당을 비롯한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에 연차휴가수당, 퇴직금까지 포함된다.

 

다음은 [근로기준법의 실제] 사례를 보여주는 진리(가명, 28)의 체불임금 신고기다. 체불된 임금의 존재를 확인하고, 노동청에서 법원까지 간 진리의 사례를 통해 고용노동부 *진정 과정을 알아보자.

*진정 :: 공적 기관에 대하여 국민이 사정을 진술하고, 어떤 조처를 취해 주도록 요청하는 행위

 

 

Step 1. 체불임금 파악하기

 

Tip.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받을 때, 노동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평소에 증거자료 수집해두는 것이 좋다. 근무기록표를 사진으로 찍어 보관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따로 기록해두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모은다. 교통카드 이용내역도 증거가 될 수 있다. 

 

진리(가명, 28)는 27개월 간 아이스크림 전문점 A에서 근무했다. 근로계약서는 쓰지 않았다. 처음엔 오후 4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했다. 1인 근무체제에 테이블이 9개였는데, 영화관 안에 위치한 가게라 손님이 몰리는 타임에는 정신없이 바빴다. 혼자 근무해서 화장실에 가는 것도 힘들었다. 밥시간이 되면 손님이 적을 때 급하게 도시락을 깠다.  

 

2년 넘게 일하면서 최저시급은 협의에 따라 조정되기도 했다. 늘,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많은 돈을 받고 일했기 때문에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 장기근무를 해서 후에는 매니저급의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됐다.

 

그러다 일을 그만두게 됐다. 항상 서서 근무하느라 원래 있던 허리디스크가 악화됐던 탓이다. 그만두기 한 달 전에 사장에게 통보했다. 그 무렵, 근로기준법에 대해 알게 됐다. 고민 끝에 알바노조에서 상담을 받았고, 그 동안 주휴수당을 못 받고 휴게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체불임금을 환산하니 꽤 큰돈이었다. 오래 근무하면 알바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었다. 적어도 퇴직금은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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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 블로그

 

 

Step 2. 사용자에게 체불임금 지급 요청하기 / 내용증명

 

법적 절차에 들어가기 전에 사장에게 체불임금의 지급을 요청한다. 직접 대면하거나 전화를 통해 연락할 수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면 *내용증명을 보내는 방법이 있다.

내용증명은 체불된 임금 내역을 명시하고, 언제까지 지급하지 않으면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문서이다. 정해진 양식은 없고, 우체국에 가서 ‘내용증명’이라고 말하고 사장에게 보내면 된다. 내가 보관할 용, 사장에게 보낼 용, 우체국에 보관할 용으로 총 3부가 필요하다.

*내용증명 : ‘내용의 것을 언제 누가 누구에게 발송하였는가’를 발송인이 작성한 등본에 의하여 우체국장이 공적인 입장에서 증명하는 제도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즈음, 사장님이 그동안 수고했다고 저녁을 사주셨다. 진리는 식사 자리에서 퇴직금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까지 한 달에 80만 원 정도를 받고 일했으니, 퇴직금은 160만 원 정도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생각해보겠다던 사장님은 다음날, “너한테 줄 돈 없다”고 통보했다.

 

진리는 “27개월 동안 내 가게처럼 일했다. (퇴직금은) 내가 받을 걸 요구하는 거다. 안 준다고 하면 법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나도 그러고 싶진 않다”며 체불임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가족처럼 잘 지냈는데, 너 그렇게 살지 마라”는 답이 돌아왔다.

 

 

Step 3. 체불임금 진정 신청하기

 

고용노동부에 체불임금 진정 신청을 한다. 신청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①직접 고용노동부에 방문하여 진정서를 제출하거나 ②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한다. ③우편이나 팩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직접방문이나 우편을 할 때는, 사업장이 위치한 곳을 기준으로 관할지방 노동청에 보내면 된다.

Tip.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진정서 양식이 있다. 이에 따라 일한 날짜 및 시간, 임금 등을 상세하게 기록하여 제출하면 된다. 

 

사장과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한 진리는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 내용은 총 네 가지, 주휴수당 미지급, 근로계약서 미작성, 휴게시간 미준수, 퇴직금 미지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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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mall

 

 

Step 4. 체불임금 확인원 발급

 

진정서가 접수되면 근로감독관이 사실관계를 조사한다. 이 과정에서 진정인(노동자)과 피진정인(사장)의 출석 요구를 할 수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체불임금 확인원이 발급되고, 지급지시가 내려온다.

Tip. 근로감독관이 출석요구를 할 때, 사장도 같이 나오냐고 물어보자. 삼자대면이 부담스럽다면 근로감독관과 따로 만날 수 있다.

 

일을 그만둔 지 반년이 지나서야 모든 조사가 끝났다. 진리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받지 못한 주휴수당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근무기록표가 필요했는데, 그걸 조사하는 데 특히 오랜 시간(세 달)이 걸렸다. 진리는 조사 과정에서 근로감독관들이 사용자 편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장이 요구한 것은 일주일 만에 조사가 이루어지는데, 진리가 요구한 건 세 달이나 걸리는 게 억울했다.

 

마침내 받은 체불임금 확인원은 총 560만 원의 체불임금을 확정했다. 27개월 간 미지급된 주휴수당 400만 원에 퇴직금 160만 원을 더한 금액이었다.

 

 

Step 5. 체불임금 받아내기

 

체불임금 확인원에 따라 사용자에게 돈을 받으면 진정인은 진정취하를 하고 사건은 끝이 난다. 그러나 사용자가 근로감독관의 지급지시에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때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되고(형사처벌), 진정인은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조사과정 내내 진리는 사장을 설득했다. 지금이라도 돈을 주면 고소를 취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장의 태도는 강경했다. 체불임금을 지급할 수 없으니 끝까지 가보자는 것이다.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에 들어갔다. 형사재판의 경우, 검사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사장을 기소하고 벌금을 내라고 했는데 사장이 거부해서 재판을 진행했다. 민사재판도 동시에 진행됐다. 재판 과정에서 진리와 사장이 대질했을 때, 사장은 합의금으로 100만 원을 제시했다. 진리는 “합의를 하려면 제대로 된 금액을 제시하라”고 답했다.

 

체불임금 확인원이 나오면 노동자는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게 된다. 덕분에 진리는 꼭 필요한 재판에만 출석하고, 변호사 선임비를 비롯한 재판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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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바천국

 

 

신고 후기

 

작년 4월에 알바를 그만두고 10월에 체불임금 확인원을 받고, 올봄부터 재판에 들어가서 여름이 끝날 무렵 재판이 끝이 났다. 긴 싸움이었다.  

 

“알바를 시작할 때만 해도 근로기준법에 대해 잘 몰랐다. 그러다 점점 공부하면서 알게 됐다. 내가 이렇게 진정서를 내고 고소까지 하는 건, 사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지금의 노동현실에서는 꼭 내가 나쁜 사람 같다. 바른 이야기를 해도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한다. 다들 자기의 권리를 꼭 찾아야 한다는 의식이 없다. 그런 세상에서 계속 살아왔기 때문이다.

 

사실 이 알바를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를 구하면서도 부당한 근로환경을 많이 보았다. 돈을 제대로 안 주려고 하고, 최저임금보다 적은 시급을 주려는 곳도 있었다. 그런데 한 번 노동청에 간 경험이 생기니 이제 내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졌다. 그런 사장들에게 바로 “고소장 쓰겠다”고 말하고 쓴 걸 보여주니 입금을 해주더라.(웃음)“

 

임금체불의 시효는 3년이다. 최근 3년 이내의 아르바이트에서 발생한 체불임금은 전액 받아낼 수 있다. 알바노동자들이여, 이팍팍한 세상에 내 손으로 내 권리 찾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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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 고용노동부 (링크)

 

글. 달래(sunmin532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