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계속해서 교육현장에서의 전선을 넓히고 있다. 국정화 교과서가 매일매일 핫한 이슈로 떠오르는 이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또 다른 하나의 전선이 있다. 바로 교육부와 대학 간의 대립이다. 고함20에서는 교육부와 대학을 둘러싼 하나의 전선을 소개하고자 한다.

 

 

획일적인 학교설립 기준을 지양하고, 학교의 설립 목적과 학교의 특성에 따라 학교 설립기준(시설·설비, 교원 및 적정 재정규모 등)을 다양하게 규정하여,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학교를 자유롭게 설립할 수 있도록 한다.

 

대학평가와 연계하여 대학 정원을 점진적으로 자율화하고, 학사운영을 대학 규율에 맡긴다.

 

위의 두 문장은 “新(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 방안(제2차 대통령 보고서)”의 82페이지와 83페이지에 나란히 나와 있는 말이다. 정부는 특성화된 대학과 경쟁 통하여 질 좋은 교육을 공급하기 위해 대학 설립에 필요한 규제와 대학 정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주었다. 그리고 이에 힘입어 실제 수많은 대학이 세워졌다. 96년도까지 134개였던 일반대학은 2014년도에 189개로, 96년도에 약 126만이었던 일반대학 학생 수는 2014년도에 333만 명으로 증가했다. 학교 수와 학생 수의 계속된 증가 속에서 우리나라 교육정책에선 흔히 볼 수 없는 ‘꾸준함’을 찾을 수 있었다.

 

 

꾸준함의 시작

 

국민 앞에서 교육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한 한 대통령이 있었다. 그는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자신의 내각이 출범한 지 1년 후에 ‘교육개혁위원회(이하 위원회)’라는 기구를 설치했다. 그가 설치한 위원회는 기존의 대통령자문기구와 달리 실질적 ‘정책 결정 기구’였다. 그리고 그가 대통령이 된 후 약 2년 뒤인 5월 31일. 그는 연설을 통해 “오늘 이 자리는 21세기 세계화 시대를 대비하는 우리 교육의 기본 틀을 새롭게 짜는 대단히 뜻깊은 자리입니다”라며 교육 개혁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교육 개혁을 둘러싼 사회 분위기 또한 그의 편이었다. 경제 부처에서는 교육 분야의 규제 완화해 달라는 강력한 요청이 있었고, 대학교육에 대한 높은 사회적 수요의 또한 있었다. 그리고 집권당이었던 여당에서도 표를 인식하여 대통령의 교육개혁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대통령을 포함하여 대학 교육에 대하여 규제 완화를 주장한 사람들의 논리를 간단했다. 대학 교육을 보이지 않는 손에 맡기자는 것이었다. 대학 설립 요건을 낮추고,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마음껏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면, 대학 간에 경쟁이 발생하여 값싸고 질 좋은 교육을 국민에게 제공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교육개혁에 대하여 반대하는 세력들이 있었다. 교육부와 교육 전문가들이었다. 위원회가 도입하려고 했던 대학 설립 준칙주의는 교육부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위원회 또한 교육부처럼 정책 결정기관으로서의 권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교육부의 반대에 대하여 대응할 수 있었다. 위원회 내에서도 준칙주의에 대하여 찬반양론이 갈렸다. 또한, 대학설립 준칙주의에 의해 설립된 ‘준칙대학’을 평가하기 위한 평가모형 개발 연구를 하청 받았던 연구원들로부터도 지적을 받았다. 이들 모두가 지적했던 것의 핵심은 “향후 다가올 학생 수 감소 추세를 감안할 때 준칙대학 제도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교육 대통령

우리의 교육 대통령(?) Ⓒ스포츠서울닷컴

 

95년. 김영삼 대통령 시절부터 학령인구의 감소가 예정되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규제 완화를 통해 대학들을 마음껏 설립할 수 있게, 그리고 학생 수를 마음대로 늘릴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던 사람들이 이 사실에 대하여 몰랐을까? 아니었다. 대통령과 그를 도와 정책을 만들던 관리들도 모두 준칙주의와 대학 정원 자율화가 가져올 부작용이 단기적인 것이라고 보고 장기적으로는 이와 관련된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놓은 교육개혁은 이후 정부 교육정책의 근간이 되었다.

 

 

쉽게 그리고 빠르게 망해가는 대학들

 

준칙주의에 의해 쉽고 빠르게 세워진 대학들은 쉽고 빠르게 사라지기도 했다. 2012년 준칙주의에 대한 대학교육연구소의 논평 내용을 보자. 논평에서는 “2012년 당시 ‘학자금대출제한대학’으로 선정된 17교 중에서 8개 교가 그리고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조치를 받은 43교 중 19교가 준칙주의 이후 개교한 대학”이라며 준칙주의 이후 설립된 대학들의 상당수가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최근에 김태년 의원실에서 발간된 <5·31 교육개혁 실태 진단(고등교육 중심)>을 보면 준칙대학의 46%가 문을 닫았거나 부실한 상태에 놓여 있고, 이 중에는 타 대학들과 통합이 된 사례 또한 볼 수 있었다. 연구소에서는 대학 설립이 완화되면서 법정 설립조건에 미달한 대학들도 교육부로부터 승인을 받았다고 지적하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당시 교과부 장관을 맡았고 위원회에서 설립준칙 위원이었던 이주호는 ‘고등교육 부문의 경쟁 촉진을 위한 개혁’이란 글에서 “대학 간의 경쟁이 촉진되는 상황에서 경쟁에 뒤처지는 대학들의 학생 수가 감소하는 것은 이미 정책 주진 때부터 예견되었던 것이며 이것은 대학 간 경쟁 촉진과 동전의 양면적인 관계”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오히려 경쟁 촉진 정책의 일환으로써 이러한 경쟁에 뒤처진 대학들이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퇴줄 될 수 있도록 제도화가 필요하다”라고 말을 덧붙였다. 준칙주의에 대학들이 우후죽순 생겨날 당시에는 대학들이 ‘쉽게’ 세워지는 데 초점이 맞추어졌고, 이들 대학이 좋은 경쟁(?)을 할 수 있는 바탕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다. 자유롭게 설립하도록 만들어 놓고, 이들에 대한 관리는 처음부터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주호 장관의 발언은 대학 교육에 대한 모든 책임을 교육 시장에 몰아넣은 것이다. 이후 정부에서는 지속적으로 재정지원을 매개로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계속 유도했다.

 

 

강제 아닌 강제 같은 퇴출방법의 변화

 

5·31 교육정책의 공 또한 없지 않다. 대학교육이 다양화되었고, 교육공급자 중심의 교육활동을 교육수요자 중심으로의 전환을 통한 통제 위주 교육의 탈피, 교육수요자들의 선택권 확대,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육여건의 혁신을 위한 재정투자의 증가가 그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들에 대하여도 논란의 여지가 끊이지 않고, 무엇보다도 현재의 대학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정부의 구조개혁은 5·31정책으로 발생한 폐해를 수습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95년 봄. 정부는 대학에서 대학에 대한 규제들을 완화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여 그들이 원하던 세계화된 대학과 학벌 문제의 소멸을 꾀했지만, 보이지 않는 손은 20년째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글. 상습범(biswa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