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적인 순간을 의식하는 경우가 있다. 자기 생각을 말하는 순간도 종종 그렇다. 특히 남들이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 주제를 말할 때는 더하다. 민주주의나 입헌주의. 중요하지만 결코 일상어가 아닌 단어를 일상어로 내뱉고 있는 단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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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8일 시부야 집회 ⓒ실즈(SEALDs; シールズ)
 
 
일본의 실즈(SEALDs; シールズ)는 아베 정권이 강행한 안보법안 반대운동을 주도하며 알려졌다. 실즈는 많은 젊은이들을 광장으로 불러냈다. 언론은 시위장에 등장한 젊은 사람들에 신기했고, 실즈가 보여주는 새로운 시위방식에 주목했다. 
 
 
[고함20]은 실즈를 ‘힙한, 세련된, 개념 있는’ 이미지로만 소비해버리기보단, 시위장이 아닌 카페에서 만난 것처럼 조근조근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다음은 11월 4일 서면으로 진행한 실즈의 멤버인 코바야시 슌이치로(小林俊一郎) 씨와의 인터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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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즈의 코바야시 슌이치로 씨 ⓒ실즈(SEALDs; シールズ)
 
 
실즈(SEALDs)를 모르는 고함20 독자 여러분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실즈는 Student Emergency Action for Liberal Democracy-s의 이니셜이에요. 일본어로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한 학생 긴급행동(自由と民主主義のための学生緊急行動)’이죠. 저희는 2015년 5월 3일부터 일본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는 걸 목표로 학생을 중심으로 시위나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어요. 
 
 
SEALDs는 각종 행사를 운영하거나, 멋있는 포스터나 팸플릿을 배포하고 있더라고요. 또 SNS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고요. 그걸 보고 어떻게 모인 사람들이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졌어요. 
 
실즈는 전신단체인 SASPL* 멤버를 중심으로 설립됐어요. SASPL은 2014년 12월 10일에 해산했고요. 
 
*SASPL? Students Against Secret Protection Law의 앞 자를 따서 만들어진 단체명. 일본어로는 ‘특정비밀보호법에 반대하는 학생모임(特定秘密保護法に \反対する学生有志)’이다. 특정비밀보호법이란 2013년 겨울 아베 정권이 추진안 법안이다. 법이 통과되면서 정부가 ‘비밀’이라고 정한 안보 사실을 말한 사람을 처벌할 근거가 생겼다. 
 
실즈 멤버들이 모인 건 5월 3일 이후에요. 시위나 연구회, 다른 단체와 모이는 행사에서 만나 말을 걸거나, 대학 친구들에게 권유를 받거나, SNS을 통하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모이게 됐어요. 그렇게 약 200명 정도 규모가 됐었습니다. 정확한 수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간사이, 도호쿠, 도카이, 오키나와에도 실즈가 있어요. 그것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거에요. 다만 실즈의 중앙과 지부와 관계는 없어요. 각각이 독립된 단체거든요.
 
 
 
민주주의? 입헌주의? 
그게 일상과 무슨 관련이 있어? 그것 때문에 시간을 낼 이유가 있어?
 
 
이제 본격적으로 질문을 드릴게요. 실즈의 중점은 안보법안 반대운동 같아요. 그 운동을 통해 많은 이슈와 호응도 얻었고요. ‘도대체 왜?’ 안보법안의 어떤 점이 문제길래 적극적으로 활동하시는 건가요? 
 
먼저 오해를 풀고 싶어요. 실즈는 이름대로 ‘자유와 민주주의’라고 하는 매우 큰 테마를 내건 운동단체에요. 그러니까 설립 당시부터 안보법안 반대가 취지였던 건 아니라는 거죠. 저희가 그 운동을 시작한 이유는 그 법의 내용, 그와 관련된 정책, 통과과정이 저희가 지향하는 입헌주의나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정치와 동떨어진다고 판단해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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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법안 통과 주간(9월 14~18일)에는 시위가 매일 열렸었다 ⓒ실즈(SEALDs; シールズ)
 
저희가 반대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씀드릴게요. 우선, 법안의 통과과정에 큰 문제가 있어요. 반대 여론이 압도적인데, 아베 정권은 중의원, 참의원과 함께 체결을 강제했어요. 도저히 민주주의적이라고 할 수 없는 의회운영을 통해 통과시킨 거죠. 법의 내용도 입헌주의에 어긋나요. 일본은 지금까지 개별적 자위권을 한정적으로만 허용해왔어요. 
 
2014년 7월 1일에 국무 회의에서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허용하자는 결정을 내렸는데요. 그건 사실상 개헌이지만 정당성은 없죠. 그러한 해석개헌(閣議決定)* 아래서 이뤄지는 2015년 안보법안도 입헌주의에 반하는 거죠. 
 
*해석개헌?
여기에서는 ‘집단적 자위권’의 해석을 바꾸어서 사실상 헌법 개정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의미로 사용했다
 
마지막으로 정책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안보법안이 시행되면 자위대가 미국의 전쟁을 원조하거나 해외에 파병하는 게 가능해져요. 그러면 ‘일본은 전쟁을 하지 않는 나라다’라는 국제사회의 인식이 붕괴하겠죠. 미국을 미워하는 테러리스트들의 공격 대상이 되거나 자위관이 전사할 수 있는 리스크가 높아지겠고요. 일본은 국방상으로 얻는 것은 없는 반면 잃는 것만 있을 뿐이에요.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 중대한 사안임에도 사람들은 자신과 관계없다고 생각되면 그것을 위해 싸우지 않는 것 같아요. 실즈 분들이나 안보법안 반대운동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은 이 문제가 자신의 삶과 어떻게 관련 있다고 생각해요? 
 
제 생각이지만 제 의견에 많은 이가 동의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답을 드릴게요.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은 많아요. 그렇지만 정치가 우리들과 무관한 건 아니죠. 의회에서 고작 수백명 정도인 국회의원들끼리 만든 법률이 우리 생활을 컨트롤하고 있으니까요. 
 
때에 따라선 정치가 국민들을 위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아베 신조나 아돌프 히틀러 같은 악인이 정치를 점령하는 일도 적지 않으니까요. 그러면 비록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정부가 국민을 부당하게 고통주는 일도 생기겠죠. 민주주의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고요. 
 
그래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무의미한 것이라고 체념하고 가만히 있기보단, 저희 주장을 제대로 입 밖으로 내는 것. 이상한 것은 이상하다고 제대로 말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의회에서 민주주의가 사라졌다면 의회 밖 시민들이 우리들의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니까요. 
 
 
한국은 수도인 서울의 영향력이 매우 커요. 모든 것이 서울 중심이죠. 시위도 마찬가지고요. 안보법안 운동도 도쿄 중심으로만 활발한 현상이 있나요?
 
아니에요. 안보법안 반대의 움직임은 도쿄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한창이에요. 말했듯이, 실즈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간사이, 도호쿠, 도카이, 오키나와 지역에도 있고, 거기에서 그 지역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어요. 실즈가 아니라도 지방에서 같은 활동을 하는 단체도 있고요. 
 
저는 도쿄 근처의 야마나시라는 곳에 살고, 그곳 사람들과 [Yamanashi Democracy Action]이란 활동을 하고 있어요. 고등학생부터 성인까지 10명 정도 멤버가 있고, 몇 달에 한 번 정도 안보법안 반대운동이나 관련 세미나를 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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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8일 시위 안내 포스터 ⓒ실즈(SEALDs; シールズ)

 

 
앞서 말씀했듯이 강력한 반대여론에도 지난 9월 19일에 안보법제가 통과됐어요. 그 후로 한 달이 넘게 지났고요. 법안 통과 이후,  실즈 안팎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9월 19일 이후론 매주(법이 통과된 주는 매일) 격하게 해왔던 시위를 일단락 짓고, 앞으로 계획에 대해 차분하게 논의했어요. 저희 활동은 2016년 7월에 예정된 참의원 선거 때 다시 활발해질 거에요. 여당인 자민당의 의석을 줄이고 트위스트 국회*를 만들어 아베 정권의 폭주에 제동을 걸기 위해 행동할 예정이에요. 이를 위해 안보법안 반대운동에서 싸웠던 야당에게 선거협력을 호소하고 있고, 한 달의 한 번 정도 시위나 집회, 세미나를 열고 있어요. 
 
*트위스트 국회? 
양원제인 일본에서 여당이 중의원(하원)에서는 과반수 의석을, 참의원(상원)에서는 과반수 의석을 얻지 못한 상태를 두고 이르는 말이다. 
 
 
‘정치적’인 입과 몸이 되는 두려움
ㅡ 정치 혐오와 체념 사이에서
 
 
한국의 경우, 일부 기성세대들이 청년들의 발언을 두고 ‘어린 생각이다’라며 폄하하는 발언을 해요. 실즈도 젊은이들로 구성된 단체잖아요. 실즈를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의 시선은 어떤가요?
 
어릴 때 2차 대전을 겪은 노인 중에서 평화를 소중히 여기고, 평화를 위해 활동을 사람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은 실즈의 활동을 응원해주고 있어요. 
 
 
아베 정권도 박근혜 정부도 모두 보수 정권이고,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열심히 시행하고 있어요. 정작 청년 실업, 주거 문제는 제대로 힘쓰지 않고요. 이런 상황을 두고 한국의 젊은이들은 ‘헬조선’이라는 표현을 써서 자조해요. 일본의 젊은이들에게도 이러한 자조의 분위기가 있나요?
 
실즈나 SASPL이전의 사회운동에선 젊은이는 별로 없었고, 노인들이 많았어요. 60세부터 밑으로 저희와 같은 나이 정도의 세대는 정치적인 것, 반정부적인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정치를 멀리한다든가 정부에 거스르는 것을 하지 않는 풍조도 강하고요. 지금도 강하지만, 실즈 등이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더했어요. 
 
그런 성향의 사람들은 실즈뿐만 아니라 누군가 정치적이나 반정부적인 발언을 했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을 비난하기도 해요. 이에는 ‘어차피 데모를 해도 의미가 없고, 무엇을 말해도 정치인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체념이 깔려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실즈의 활동을 아는 사람이나 실제로 참가하고, 정치적인 일을 고민하거나 정치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해해주는 사람도 많아요. 이전에는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것만으로 싫어하는 표정을 짓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거리에서 시위를 하거나 역 앞에서 집회를 여는 일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이에요. 앞으로 실즈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실즈는 2016년 총의원 선거 때,  야당에 함께 투쟁할 것을 호소하고 선거협력을 할 거에요. 자민당 의원의 낙선운동과 야당으로 투표할 것을 적극적으로 호소할 예정이고요. 
 
실즈의 멤버가 정치인이 되어 출마하는 건 지금은 아직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저희의 웹페이지에 보면 “ALL THE LIBERALs IN JAPAN UNITE”라고 적힌 사진이 있어요. 저희들은 직접적으로 국정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리버럴 세력의 결집을 실현하기 위해서 활동하고 있어요. 총의원 선거가 끝나는 대로, 즉 내년 7월 중에 실즈는 해산합니다.
 
그밖에 미군기지 문제도 간과하지 않을 거에요. 아베 정권은 오키나와현 헤노코(辺野古)에서  주민들의 반대를 무시한 채, 미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려고 해요. 차후에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떤 형태의 방법으로도 압박하려 하고 있어요. 자세한 것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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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의 실즈를 포함한 전국의 실즈는 11월 6일, 기지 건설 반대 성명서을 냈다. 14일에는 이를 위한 시위가 예정되어있다.  ⓒ실즈(SEALDs; シールズ)
 
 
글. 릴리슈슈(kanjiwon@gmail.com)
번역. 정희진(dh412@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