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Minister’s Questions. PMQ’s라고 불리는 영국 의회의 주요 일정인 이것은, 영국의 총리가 매주 수요일 낮 12시가 되면 의회로 출석해 야당의원들의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것이다. 그 장면은 BBC를 통해 생중계된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PMQ’s는 미리 질문을 하는 것으로 결정된 야당 의원들만 질문을 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그를 제외한 타 의원들조차도 국민의 관심을 끌기 위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총리가 출석하지 못한다면 부총리라도 출석하며, PMQ’s를 통해 영국 내에서 한 사안에 대해 끊임없이 총리와 의회, 국민 간의 소통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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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Q’s의 한 장면/ ⓒAndrew Rosindell

 

 

 

11월 4일 있었던 PMQ’s. 

 

우리나라에도 PMQ’s와 비슷한 제도는 있다. 국회 본회의 때 있는 대정부질문이다. 지난 10월에도 12일부터 16일까지 4일간 진행되었다. 문제는 대정부질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단 PMQ’s는 국가적으로 애도할 일이 있는 등 특이사안이 없다면 매주 수요일 열린다. 국가 간 정상회담이 있더라도 PMQ’s는 제 시간에 열린다. 하지만 국회회의록 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의 대정부질문은 4년 간 50회 열렸다. 1년이 52주임을 감안하면 4배 차이다. 물론 대정부질문이 긴 시간 동안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단순 횟수 비교는 무의미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질이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60명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서 끝난 횟수도 13, 절반인 150명 이상이 참석한 건 25회에 불과했다. 게다가 개의 때 출석만 부르고 빠져나가는 국회의원도 상당수다. 동아일보 같은 기사에서 언급한 바에 따르면 이번 대정부질문 때도 산회 때까지 자리를 지킨 의원은 38명에 불과했다. 그 상태에서 이뤄진 대정부 질문 역시 새로운 대안이나 의견 교류 대신, 상호 논리에 대한 꿋꿋한 버티기만이 남았다. PMQ’s에서 날카로운 질문이 30개, 40개, 50개가 던져지고 총리가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꿋꿋이 답변하는 동안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자리를 빠져나가고, 출석한 국무총리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제대로 하지 않고 얼버무리거나 돌리는 점을 의원들에게 지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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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Q’s와 대정부 질문의 질 차이는 다양한 측면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조선일보

 

 

또한 PMQ’s는 우리나라의 대통령 격인 영국 총리가 직접 출두해서 답한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대정부질문 때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는다. 이 외에도 대통령과 국회, 대통령과 국민 간 직접 소통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2015년 일정에서 대통령이 국민이나 의회와 이야기했다고 볼 만한 일정은 1022일의 여야지도부회동, 지난 27일에 있었던 예산안 시정 연설, 8월에 있었던 국정운영 대국민담화, 210일의 새누리당 지도부 회동, 16일 신년기자회견이 전부다. 여야지도부회담의 경우 이번엔 5인 회담이었고, 7개월 전인 3월에 여야대표와 있었던 3인 회담 이후로 대통령은 10월 22일 여야 지도부회담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여야 대표나 지도부와의 회담을 가진 적이 없다. 27일의 예산안 시정 연설 역시 의회에서 피드백을 받은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연설이었으며 8월의 담화, 1월의 기자회견 역시 마찬가지였다. 1월의 기자회견은 심지어 질문의 순서나 내용이 ‘각본’에 짜여졌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세계에서는 영국만 총리가 직접 소통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6년 동안 외국 정상과의 공동회견을 포함해 211차례의 기자회견을 했고 600여회의 개별 인터뷰도 했다. 주요 언론이 아닌 곳과의 인터뷰도 있었다. 사실, 국내에서도 이런 소통의 사례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시사 전문 블로거 아이엠피터의 자료에 의하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150여회에 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MBC의 100분 토론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박근혜 대통령은 3년차까지 2회에 불과했다.

 

기자회견이든, 의회의 국회의원과 만나는 것이든 결국 국민은 지금 소통의 부재에 직면해 있다. 소통의 빈자리는 예비비 사용 의혹을 받고 있는 혜화동의 국정교과서 TF, 반상회에 국정교과서를 홍보하라는 공문이 메꿨다. 국회법 개정이 한창 논쟁일 때는 유승민 원내대표가 자리에 물러나는 것을 보고 국민들은 대통령의 뜻을 짐작해야 했다. 그렇게 국민이나 의회는 늘 대통령의 직접적인 발언 대신 청와대 비서실이나 행정부처의 이름으로 된 공문으로 대통령의 뜻을 만날 수 있었다. 10월 29일 방영된 JTBC의 <썰전>에서 이철희 소장은 최근 KF-X 국방전투기 사업과 관련하여 관련한 안보실장, 장관, 안보수석 등 4명의 주요 요직이 보고를 제 때 못한 것을 두고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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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교과서를 반상회에 홍보해달라는 공문에 대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고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 ⓒ페이스북 갈무리

 

 

당장 PMQ’s제도가 생기거나,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처럼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며 감성적인 소통까지 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소통 대신 한 쪽에서 국민 몰래 일을 진행하는 꼼수들부터 중단되어야 한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단체들만 불러서 행사를 열고, 그 행사에서 요새 청년들은 정신이 나갔다라는 보수단체의 청년을 싸잡아 비하하는 발언을 듣거나 공문으로 명령을 지시하는 건 소통이 아니다. 대신 거리로 나온 시민들과 문제를 지적하는 교수, 언론인, 정치인 등에게 귀를 열어야 한다. 최소한 의회 위에 군림하는 대신 의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국정 교과서 반대하는 건 우리나라 국민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정현 의원의 말처럼, 현재의 청와대와 그 밖과의 벽처럼 막힌 소통불화는 청와대와 여권에서 정말로 국민으로 여기지 않기에소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다. 대한민국이 대통령이나 어떠한 정치인의 개인 나라가 아닌 이상, 나라의 주인인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의무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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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그레이스’란 노래로 총기난사 피해자를 위로한 오바마 대통령은  CNN등에서 ‘대통령 재직 중 최고의 순간’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연합뉴스

 

 

소통은 별다른 것이 아니다. 자신의 뜻을 공적인 장소에서 제대로 밝히는 것이 첫 번째 소통이다.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시민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두 번째 소통이다. 국정운영을 위해 필수적으로 청와대와 업무연락이 필요한 의회와의 소통이 세 번째 소통이다. 그 과정에서 듣기 싫은 소리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필연적이며 그 소리를 제 때 들어야 이후의 그 싫은 소리가 원색적 비난과 불신으로 바뀌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한비자는 2천년 전에 <망징> 편에서 나라가 망하는 징조 47가지 중 12번째로 임금의 성품이 너무 강해 신하들과 화합할 줄 모르고, 간언(諫言)을 물리치고 신하들에게 이기는 일을 즐기며, 나라의 이익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경솔하게 자신의 믿음에만 의지하면 그 나라는 망한다라고 적었다국민들은 ‘그런 기운이 온다’라는 추상적인 답변이나 ‘혼이 비정상’이다 라는 주장을 듣는 대신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명확한 답변과 자신들의 의견에 대해 대통령이 고민하길 바란다. 매주 수요일마다 영국에서 총리가 국회의사당에 출석해서 야당 의원들에게 질타 가까운 질문을 받는 것은 그 총리가 화 낼 성질이 없고, 착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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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COM 

발언하고 있는 캐머런 총리. 그가 바보라서 여기 나와서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글. 감언이설(gchhg20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