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분 교수, 대학 내부에서의 몰래카메라, 각종 성희롱적 발언 등 최근 대학 내부에서의 인권침해 사례가 늘고 있다. 선배와 후배, 교수와 대학원생, 조교와 학부생, 남학생과 여학생… 이들은 보기엔 평등하지만 내부적으로 상하관계 위치에 놓여있다. 이들의 인권은 사각지대에 놓여있고, 자신들의 인권이 침해당해도 하소연할 공간이 부족하다. 대학교 내부의 고충처리센터라고 해도 성평등 상담센터나 자살예방센터 등이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 내부 인원들에게 인권 상담을 해주는 센터가 있다. 서울대, 중앙대, 카이스트, 충남대, 전북대. 전국에 총 5곳의 대학 인권센터가 존재한다.

 

서울대 우정원 3층에는 인권센터가 있다. 이 인권센터에서는 변호사와 상담사, 여성학 전공자, 인권 연구가 등 총 6명이 근무한다. 몇몇 다른 상담센터에서는 행정직원이 담당하는 경우도 있고 상근자도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곳은 전문위원과 상근자가 존재한다. 여기도 처음엔 성 상담센터였지만 12년도에 인권센터로 개관했다. 성희롱 관련 상담을 포괄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고충을 들어준다. 인권센터 산하에 인권상담소와 성희롱 성폭력 상담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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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인권센터

 

“창립 당시에는 제가 없어서 잘은 모르는데 아마 그때 대학 내부에서 인권 관련 연구가 많이 부족했었어요. 그래서 서울대에서 일종의 선구적 역할을 하고자 인권센터를 개관했다고 해요. 서울대라는 상징도 있고… 크게 보면 아시아 인권연구의 허브가 되고자 했다고 합니다.” 박찬성 변호사는 인권센터를 이렇게 설명했다.

 

인권 교육은 정기적으로 이루어진다. 단과대 별로 세부 주제를 정해서 강의한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최소 이수를 하도록 권장한다. 약간의 강제적인 요소도 있다. “아무래도 인권 관련 교육 내용은 뻔하잖아요. 그래서 약간의 강제성을 위해 마이 스누 같은 곳에서 계속 팝업을 띄우게 해요. 강의 들으면 사라지게끔… 또 온라인은 계속 켜놓기만 하고 창을 내리는 경우도 있어서 2, 3분 마다 문제를 내서 맞추면 넘어가게 해요. 그러면 조금이라도 보게 되니까. 어떻게 보면 슬픈 일이네요.”

 

교육을 한다고 해서 교육이 잘 이루어지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박찬성 변호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이것이기 때문에 교육한다고 말한다. 교육을 해도 문제점이 있다. “문제점으로는 인권교육이 교육 내용을 보고 ‘그럼 이것만 안 하면 되겠지?’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교육이 안 좋은 지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안 하는 사례에서 더 나아가야 하는데 그것만 안 하면 된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면 저희는 어렵죠.” 박 변호사는 특정 사건이 터진 후 교육을 했을 때가 교육 효과가 제일 좋았다고 말한다. 인권교육의 씁쓸한 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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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시간대라 그런지 사무실이 닫혀있다.

 

서울대학교 인권센터는 특강도 많이 진행한다. 최근에는 나비 필레이 전 유엔 인권 최고대표가 ‘인권, 정의 그리고 나의 삶’을 주제로 강연했다. 특강을 진행하다 보면 사람들이 많이 온다. 그러나 인권 관련 문제는 평소 관심 있는 사람만 오기 때문에 잘 모르던 사람을 끌어오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이에 인권센터에서는 인권 문제가 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식으로 강의한다. 넓고 추상적인 개념에서의 인권이 아니라 내가 현실에서 당할 수 있는 문제로 쉽게 풀어낸다.

 

학내 동아리나 단체들과의 협력도 잦은 편이다. 작년 인권주간 때는 기획 부분을 여성주의 학회 ‘달’과 협력해 기획했다. 올해는 ‘턴 투 에이블’이라는 장애 인권 동아리와 같이 기획한다. “저희는 이런 개인이나 단체가 조언을 부탁하면 자문해 주는 편이에요. 총학에서도 산하에 학내 소수자 인권 위원회(학소위)를 설치해 저희에게 자문을 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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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센터에서 하는 각종 활동이 붙어있다.

 

이렇게 학내에서 인권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자유롭게 학회나 동아리를 설치해 활동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혜원 변호사는 말한다. “인권에 있어서 자유로운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인권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타당하면 수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거부할 수 있는 자유, 논의하는 방법에서의 자유, 어떻게 보면 무거운 주제거든요. 그런데 이런 내용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대학인 것 같습니다.”

 

고등교육법에 따른 대학의 목적을 보면 대학은 심오한 학술이론과 방법을 가르치기 이전에 인격을 도야하는 공간이다. 많은 사람과 만나고 그들을 좀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인권센터 전문위원 박찬성 변호사는 인격의 도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를 통해서, 그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식으로 인격의 도야가 이루어진다면 인권 교육이야말로 대학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성 평등 상담소나 자살 예방센터로 대학에서 일어나는 인권문제를 다룰 수 있을까? 성 소수자나 장애인 인권과 관련된 대학 내 활동이 늘어나고 있지만, 대학교에서는 그와 관련된 센터를 잘 운영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대학이 인권을 다루기 가장 좋은 곳이라고 말하고 각종 활동을 통해 행동으로 보여준다. 얼마 전 충북대도 인권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행보가 계속된다면 대학 내에서 사람으로서의 권리에 대해 덜 걱정할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글/사진. 사미음(blue934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