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20대’에 대한 인상비평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청년이슈팀의 [청년연구소]는 청년과 20대를 주제로 한 다양한 분야의 학술 텍스트를 소개하려합니다. 공부합시다!

 

최초의 ‘노동’은 집 앞 편의점 아르바이트였다. 편의점 일이라는 게 어렵지는 않지만, 처음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돈을 훔쳤다는 누명과 함께 해고 통보를 받았다. 분해서 노무사를 찾아가자, 절차도 까다롭고 얼마 안 되는 돈 받기도 어려우니 그냥 포기하라고 했다. 그때 서러워 펑펑 울며 생각했다. ‘앞으로 이런 싸움들을 혼자서 얼마나 계속해야 하는 걸까.’ ‘연대’의 필요성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논문 <청년 세대의 노동조합에 대한 태도와 영향요인에 대한 연구>에서는 지금껏 노동조합의 대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청년세대에 주목한다. 이는 미래 노동조합의 핵심인 청년 세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다.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겪는 수많은 부당함을 노동조합은 해결할 수 있을까? 그럼 우리는 노동조합에 대해서 어떤 이미지들을 가지고 있을까. 편의점에서 누명을 쓰고 쫓겨나던 그때, 나와 함께 싸워줄 사람들이 있었다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노조’가 한국에서 고생이 많구나

 
46923-1

ⓒ 송곳

 

그동안 노동조합은 ‘혐오스러운 것’으로 왜곡되어 손가락질받아 왔다. 사람들은 노동운동에 종북 좌파와 기득권 지키기라는 딱지를 붙이며 조롱해왔다. 이를 뒷받침하듯 여당 대표가 “법에 보장된 합법 파업이라도 머리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대기업 강성노조가 휘두르는 쇠파이프가 없었다면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겼을 것”이라는 노조 혐오적인 발언을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실 이런 인식과는 다르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조합은 중요한 사회주체 중 하나이다. 노동조합은 좁게는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넓게는 국가 전체의 민주주의와 복지를 발전시켜 사회적 권리를 보호한다. 그렇기에 노동운동의 침체와 폄하는 단순히 노동계급을 넘어 사회 전 영역에서 대중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기회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논문에 따르면 한국보다 먼저 노동운동의 침체를 경험하였던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미래 노동운동의 핵심 집단으로 청년들을 주목해왔다. 노동운동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노조에 가입해야 하고 그에 대한 연구로 ‘청년 세대의 노동조합에 대한 태도와 그 영향요인’을 밝히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기에 형성된 긍정적인 노동조합에 대한 이미지와 태도는 적극적인 노조가입으로 이어진다. 노동조합에 대한 첫인상은 평생에 걸쳐 쉽게 변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노동운동 내의 침체를 막고, 다시 움직이게 하기 위한 원동력으로 청년 세대의 조직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던 것이다.

 

 

죽창도 힘이 있어야 들지

 

청년 세대에 대한 관심은 노동시장에서 처한 열악한 사회, 경제적 상황들과 무관하지 않다. 안 그래도 힘든 ‘헬조선’ 노동자들 중 청년 노동자들은 노동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청년 노동자들은 값싼 일회용 일자리의 대체재로 소품처럼 이곳저곳 끼워 맞춰지고 있다. 치킨집으로, 편의점으로. 우리가 새벽에도 짜장면을 시켜먹고, 편의점에 들러 물건을 살 수 있는 건 한국 청년 노동자들의 저임금 근로 덕이 크다.

 

2015년 현재의 청년층 실질 실업자는 111만 명으로 전체 22.4%를 차지한다. 하지만 단순히 일자리 양과는 별개로 질 또한 악화되고 있다. 전체 임금 노동자 1880만 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840만 명으로 45%를 차지한다. ‘착취당해도 좋으니 일자리를 주세요.’ 청년들은 그렇게 열정페이로 비정규직으로 내몰린다. 굶고 있는데 찬 밥, 더운 밥 가릴 때인가.

 

아르바이트는 심심풀이가 아닌 ‘노동’이다. 이 단순하지만 당연한 명제가 우선적으로 이해되어야만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어차피 평생 직장도 아닌데, 뭐’ 라는 말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부당함을 참아왔던가. 사장님한테 성희롱을 당해도, 월급을 못 받아도, 모욕적인 말을 들어도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천박한 위로와 함께 말이다.

  

청년들의 노동조합

 

20대 청년 집단은 노동시장 대한 비판 의식의 증가로 인한 정치 무관심과 실용주의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이직률이 높으며 일자리에 대한 소속감도 매우 낮다. 특이한 점은 노동 문제 해결을 구조적 차원이 아닌 개인적 차원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이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청년 세대가 비정규직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부당한 일을 당해도 ‘알바생이 무슨 노조야’ 하고 넘겨버리고는 개인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논문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의 존재의 이유와 필요성에 대해 크게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건 청년 대부분이 비정규직 형태의 일자리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보다는 자신의 일터에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 더 큰 이유일지도 모른다.

 

46923-2 

ⓒ 청년유니온 /  ‘비정규직’도 ‘실업자’도 가입할 수 있다.

 

논문에서는 청년 집단에서 노동조합 가입을 희망하는 비율이 세대 중에 가장 높았으나,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아 포기한 사례가 22%에 달했다고 말한다. 편의점 알바 노조나 치킨집 배달 노조를 우리는 상상 해본 적이 없다. 이에 따라 ‘청년유니온’으로 대표되는 비정규직 위주의 청년 세대 차원에서의 노동조합 운동도 진행 중이다.

 

법과 제도가 지켜지지 않는 이 시점에서, 구조적 차원에서 문제제기는 꺼려진다. 하지만 우리에게 노동이란 더 이상 비웃음거리도 남 이야기도 아니다. 내 노동 현장에서 부당함이 있다면 노동조합에 가보는 건 어떨까.

 

 

글.이주형(mangha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