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내년 총선에서 ‘여성’을 앞세울지도 모른다. 11월 5일 매일경제는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 산하 ‘비전2016 위원회’가 양성평등과 환경을 내세워야 내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새누리당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는 “양성 평등(여성 배려)과 환경 등이 새로운 화두”라고 설명했다. 아마도 방점은 양성평등에 찍혀있을 것이다. 현재 가장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이슈이기도 하거니와,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 유권자와 직접적으로 맞닿은 이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그리는 ‘양성평등’과 ‘여성 배려’가 무엇인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다. 내년 총선까지는 아직 5개월이나 남았으니 그 전에 총선의 기조 자체가 다른 것으로 정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새누리당이 관련 이슈를 다룬 태도를 살펴본다면 그들이 그릴 ‘양성평등’을 조금이나마 추측해볼 수 있지 않을까.

 

 

여성위원회니까 무료급식 봉사활동?

 

한눈에 드러나는 수치부터 살펴보자. 2012년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여성의원은 전체 의원 300명 중 47명으로 전체의 15.7%다. 새누리당만 따져 보면 전체 의원 152명 가운데 17명(11.2%)이 여성으로, 당시 민주통합당보다 전체 의원 수는 많지만 여성 의원 수는 적다. 민주통합당은 전체 의원 127명 중 24명(18.9%)이 여성이었다.

 

물론 양이 질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은 산하에 여성위원회를 두고 있다. 홈페이지의 규정을 보면 여성위원회는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여성유권자를 확대하고 여성정치인을 발굴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는 듯하다. 이들이 규정하는 여성위원회의 8가지 기능 중 전체 여성유권자의 권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은 ‘결혼이주여성, 미혼모 등의 자립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 활동’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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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여성위원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여성위원회가 실제로 했던 활동들에선 그나마 결혼이주여성이나 미혼모마저도 찾아볼 수 없다. 여성위원회 홈페이지에 소개된 뉴스들은 대부분이 위원회 내부의 인사와 관련된 것들이다. 비교적 최근인 7월에 위원회 차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다는 소식이 있는데, 여성과는 무관한 종교단체의 무료급식소 봉사였다. 이는 여성의 권익을 위한 활동이라기보다는 흔히 말하는 ‘여성성’을 내세운 가사노동 활동에 가깝다.

 

 

“안 그런 남자가 어디 있나”

 

조직이나 규정에서 벗어난 실제 사례들은 새누리당이 내세우겠다는 ‘양성평등’과 ‘여성 배려’가 무엇인지 더욱 알 수 없게 한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여름 심학봉 새누리당 전 의원의 성폭행 사건에 대한 새누리당 여성의원들의 반응이다.

 

심학봉 전 의원은 지난 7월, 알고 지내던 4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심 전 의원을 신고한 여성이 심 의원의 사과를 받은 후 진술을 번복했고 심 전 의원은 경찰과 검찰 수사 모두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심 전 의원은 검찰 수사가 있기 전 국회의원직을 자진 사퇴하고 국회에서도 제명되었다.

 

문제는 이 사건에 대한 새누리당 여성의원들의 반응이다. 여성의원들의 공식적인 입장표명이 있기 전 MBN은 여성의원들에게 심 전 의원의 사퇴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MBN의 보도에 의하면 이들은 심 전 의원을 옹호하였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 남성 중에 안 그런 사람이 어딨느냐?”, “정치인도 사람”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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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N 뉴스

 

이후 새누리당 여성의원들의 모임인 ‘새누리20’에서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강력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공감한다”는 입장표명을 했지만, 새누리당이 너무 소극적인 반응을 내놓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이러한 입장표명이 있기 전 심 전 의원은 이미 탈당한 상태였다.

 

 

여성배려가 ‘양’성평등이라니

 

구체적 사례 이전에, 성평등 이슈를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면서 보고서가 ‘양성평등’이라는 용어를 쓴 것부터 주목할 만하다. 성을 여성과 남성 두 가지로만 한정짓고 평등을 도모하겠다는 이야기인데, 이것만 보더라도 새누리당의 성평등 정책이 다양한 성소수자들을 포괄하는 젠더 정책일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양성평등을 여성배려로 부연설명한 것도 새누리당이 말할 성평등을 짐작케 한다. 아마도 여성을 ‘배려’함으로써 여성유권자들의 표를 얻어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여성전용 주차장’ 등의 정책으로 “이미 여성상위시대다”, “역차별이다” 식의 반응을 불러올 것 역시 뻔하다.

 

현재 가장 파급력이 있는 이슈를 선점하여 선거 전략을 짜려는 것은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당으로서는 분명 바람직한 선택이다. 하지만 동시에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성평등을 갖추지 못한 어떤 정당이 ‘양성평등’과 ‘여성배려’를 말하겠다면, 의문을 가지고 그들을 지켜보는 것은 유권자로서의 바람직한 선택일 것이다.

 

 

글. 아레오(areoj@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