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세 글자에 수많은 단상이 밀려온다. 하지만 그 많은 이미지들이 곧 도시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고시생’과 ‘수산시장’ 없는 노량진 이야기를 얼마나 들어보았는가? 그 많은 ‘고시생’과 ‘수산시장’의 이야기들은 얼마나 충분한가? 이제 고함20은 우리가 감각하지 못했던 ‘노량’의 이야기를 하려 한다.

 

 

라는 여는 글과 별개로 아직 어디가 비치지 않은 노량인지, 어떤 이야기를 새로 써야 할지는 막막하기만 하다. ‘노량’의 외부에서 바라본 ‘노량 이야기’가 기존 이미지를 재생산하는데 머무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그 두려움 때문에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얻으려 ‘노량진의 사람들’을 찾았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노량에 머물렀던 A, 가족들과 15년째 노량진에 살고 있는 B, 1년 반 동안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노량진에 머물렀던 C와 매주 통학을 하며 ‘노량진역’에서 환승을 하는D 까지. 노량을 스쳐갔거나 오래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이 말하는 안과 밖에서 본 차이가 어쩌면 ‘고함20의 노량기사’ 뿐 아니라, 독자가 ‘노량진’을 새롭게 쓰는데 출발이 되지 않을까 한다.

 

 

#본인이 노량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야기해 달라.

 

A : 대학을 노량진 근처에서 다녔다. 지금은 신림동에 살고 있다. 노량진이나 신림 모두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은 동네이다. 노량진에서 13년도에 3개월 정도 학원에 다닌 경험이 있다.

 

B :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15년 동안 노량진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중고등학교도 노량진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에서 나왔다.

 

C: 공무원시험 준비를 위해 2014년 1월부터 노량진에서 자취하며 6개월간 학원을 다녔다. 지방에선 흔히 말하는 1타 강사들의 실강(현장강의)을 들을 수가 없고, 시험정보를 발 빠르게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노량진 자취를 선택했다. 얼마 전 노량진의 비싼 방 값에서 해방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가까운 옆 동네로 이사하게 되었다.

 

D : 2014년 초부터 노량진 옆 상도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인천에 있는 집에 가기 위해 매주 노량진에서 환승을 한다.

 

 

#노량진 하면 ‘고시생’, ‘수산시장’과 같은 이야기가 지배적인 것 같다. 당신 주변에서 바라보는 노량진은 어떤가?

 

A : 공무원시험의 메카. 노량진 수산시장이 있긴 하지만 동네 생활 패턴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노량진의 많은 시설들은 고시생 위주로 구성되어있다. 예를 들면 원룸 같은 주거시설도 유명 학원에서 가까울수록 비싸다. 또 ‘경찰공무원 시험 전문 헬스클럽’ 등 다른 지역에서 보지 못하는 것이 많다.

 

B : 중고등학교 친구들과는 같은 동네에 살았으니 별 상관이 없었는데, 대학에 입학하고 내가 사는 곳을 이야기할 때면 항상 ‘노량진? 아! 수산시장?’과 같은 물음이 이어졌다. 나는 성인이 되기 전에 수산시장에 딱 한번 가봤다. 학교에서, 그것도 견학 같은 것으로. 나한테는 수산시장은 꽤나 먼 이야기다.

 

C : 내가 살던 지방의 사람들은 노량진 하면, 덥수룩한 머리에 걸쳐진 뿔테안경, 트레이닝복과 발 시린 슬리퍼를 떠올린다. 컵밥을 먹으며 추위에 떠는 커다란 책가방. 점심시간이면 컵밥 골목과 식당가는 홀로 자취하며 공부하는 학생으로 붐비는 모습. 아무래도 사람들이 ‘혹독한 공무원 수험생활’을 위해 노량진을 찾기 때문이 아닐까.

 

D : 우울하거나 어두운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 같다. ‘꿈, 성공, 여유’의 이전 단계랄까? 그런 곳으로 가고 싶지만 아직 가지 못한 이들의 공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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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위), 공정뉴스(아래) / 노량진 = 고시생 + 수산시장?

 

 

#공감한다. 특히 ‘고시생’을 다룰 때는 사회 전반적으로 팽배한 ‘수험’의 맥락을 제하고, 그곳에만 존재하는 지나치게 수동적인, 특별한 인간으로 보는 것 같다.

  

여하튼,

그래서 당신이 경험한 노량진이 많은 사람들이 노량진에 대해 생각하는 ‘그것’과 일치하는가?

 

A :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공부하는 고시생들의 패턴에 맞춰져 있다’라는 말이 공부만 한다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신림, 강남, 노량진, 신촌, 종로 등 고시학원들이 많은 동네의 특징 중 하나는 유흥의 도시라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이 다 복잡하게 엮여 고시생들의 문화가 존재한다.

 

B : 나에게 노량진은 놀이터다. 중고등학생 시절 이 동네의 주택가 쪽에는 놀 거리가 없었다. 그러나 노량진 학원가 쪽에는 사람도, 먹을 곳도 많다.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하러 가던, 맛있는 것을 먹던 추억!

 

C : 카페, 오락실, 술집에 사람이 붐빈다. 대학가 같다. 슬리퍼 신고, 트레이닝 복을 입은 사람과 명품 셔츠를 입은 사람이 공존하고, 민낯과 아이라인이 공존하는 대학가 같았다.

 

D : 일치하지 않는 것 같다. 직접 노량진을 경험하기 전에는 ‘그것’과 비슷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노량진은 활기찬 공간이었다. 학원가나 고시텔 뿐 아니라 각종 화장품가게나 핸드폰가게, 신발가게, 카페, 노래방, 음식점 등등 다양한 가게들, 그리고 저렴한 먹거리로 가득했다. 개인적으로 놀란 부분은 내가 재학 중인 대학교 앞보다도 화장품 가게가 많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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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 정말 노량진은 ‘육지’대한민국과는 떨어져 있는 ‘섬’일까?

 

 

#고함20이 노량진에 관한 기사를 쓰려 한다. ‘노량’의 사람으로 당부하는 점이 있다면.

 

A : 노량진 등 고시생들이 많은 동네에는 커뮤니티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동네에 비해서 더 많은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합격을 위해 만든 스터디 커뮤니티 같은 것들. 더불어 노량진에서 사는 고시생 외 사람들의 커뮤니티들을 함께 고민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또 노량진에는 전노련과 민주노련 지부가 다 있다. 노량진 노점 상인들의 인터뷰도 좋을 것 같다. 지부장의 노점점포에는 깃발이나 스티커가 있으니 참고하시길.

 

B : ‘노량진 육교’에 대한 이야기를 써줬으면 좋겠다. 예전에 9호선이 없을 때는 1호선을 타는 출구가 하나여서 무조건 육교를 통해야 했다. 옆에 횡단보도도 없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친구들과 육교를 건너다가는 한 가운데에 가만히 서서 시간을 보냈다. 가만히 서서. 오래되었고, 바람이 불면 흔들리던 육교라서 더 많은 기억이 있다. 오래된 것이 사라진다니 마음이 아프다.

  

D : 노량진이란 공간이 갖는 이미지가 너무 제한적인 것 같다. 그 안에서 생략된 사람들을, 다뤄지지 않았던 면을 재밌게 써줬으면 한다. 재미있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노량을 어찌 이야기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연재는 이미 시작되었다. 인터뷰에서 굵게 처리된 부분과 마지막 당부에 관한 고함20의 기사들을 기대해 달라. 매 회가 지날수록 고함에게도, 독자에게도 ‘노량’의 새로운 그림이 명확해지길 바란다. 고함 20의 ‘노량진 탐사대’가 시작되었다.

 

 

글. 압생트(9fift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