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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조이] 모텔 앱 ‘여기어때’ 광고 & 류승룡-고경표 논란

KILLJOY. 흥을 깨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여성혐오와 반성평등적 컨텐츠는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그 흥을 깨지 않으면 계속해서 번식할 것이다. 페미니즘은 KILLJOY여야 한다. 우리 모두가 단 한 번도 성평등한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이템은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킬-조이] 연재를 통해 마음껏 고함20이 느낀 불편함을 말하고 설치며 흥을 깰 예정이다.

 

1 Kill : 모텔 앱 [여기어때] 광고, 여성은 어디에?

 

여기저기서 모텔 앱 광고가 눈에 띈다. TV, 지하철, 버스 정류장을 장식한 모텔 앱 광고를 보면, 모텔에 대한 발화가 드디어 양지로 나오나 싶다. 광고의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야놀자]가 쾌적한 숙박 환경을 내세우는 것과 달리 [여기어때]는 노골적으로 모텔과 섹슈얼리티를 연관짓는다. 이 때문에 [여기어때] 광고는 “애들 보기 민망하다”, “모오오오텔 가는 게 자랑이라고 그걸 광고해?”와 같은 비판을 받았지만, 내가 [여기어때] 광고가 불편한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 광고 속에 구현된 여성의 모습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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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어때 광고 캡쳐

 

[여기어때]의 광고주가 광고의 대상, 즉 주 고객층으로 상정하는 건 늘 남성이다. 광고에서 제시하듯, 모텔이 섹스를 하는 장소라면 그 행위의 주체는 남성과 여성 모두를 포함할 것이다. (이전 버전의 광고에서 남성에게 성적으로 어필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기어때]가 모텔에서의 이성 간 섹스를 전제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이 함께 관계를 맺는 것임에도 모텔 앱 광고는 남성의 욕망에만 집중한다. 이는 남성만을 성적 주체로 인정하고, 여성은 배제하는 기존의 남성 중심적 가치관을 재생산하고 만다.

 

“모오오오텔 앱? 요즘 젊은것들은!” 할아버지가 호통을 치자, 젊은 남성의 목소리가 답한다. “아저씨도 갔었잖아요!” 할아버지는 헛기침하다 이내 부끄러운 미소를 짓고, 때맞춰 배경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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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어때 광고 캡쳐

 

신동엽이 등장하는 [여기어때] 광고에서 모텔 앱을 비난하는 꼰대 할아버지에 맞서 주체적으로 제 욕망을 드러내는 것은 오직 남성이다. 우리도 섹스하고 싶고 섹스할 자유가 있다는 항변은 젊은 남성의 목소리로만 구현된다. 아저씨도 (모텔에) 갔지 않았느냐는 말이 꼰대질에 대한 반격이 되고, 나이 든 남성이 이에 수긍하는 부분도 의미심장하다. “아저씨도 갔었잖아요!”라는 말에는 “아저씨도 ‘남자니까’ 알잖아요. ‘팔팔한 성인 남성’이 모텔  가는 게 나빠요?”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듯하다. 섹스에 대한 욕망은 남성 사이에서만 공유되고, 그들끼리의 인정을 통해 성적 주체로서의 남성은 공고해진다. 

 

광고를 끝맺는 군가는 [여기어때]의 남성 중심적 가치관을 여실히 보여준다. “사나이로 태어났으면 모텔도 가고 그러는 거지”라고 말하는 듯한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모텔 앱 광고. 욕망은 ‘사나이로 태어난’ 남성에게만 당연하고, 성욕을 표현하는 건 남성만의 특권인가. [여기어때] 광고 어디에도 성적 주체로서의 여성은 없다.

 

2 kill : 배우의 덕목은 연기를 잘하는 것이다

 

“수지가 촬영장에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분위기) 차이가 컸다. 촬영이 없는데도 현장에 자주 간 적이 처음인 것 같다. 현장에서 여배우가 가져야 할 덕목, 기다림, 애교, 그리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감을 주는 수지의 존재감이 촬영장에 해피 바이러스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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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제

 

다음은 영화 [도리화가] 쇼케이스에서 배우 류승룡이 한 말이다. 그리고 이 발언은 논란이 되었다. ‘여배우가 가져야 할 덕목’이라는 표현, 그리고 그것이 ‘기다림, 애교, 있는 것 자체’라는 지점이었다. 당연히 여배우는 남배우의 행복을 위해 그곳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배역에 맡게 캐스팅이 된 것이다. 똑같이 일을 위해 간 것인데, 같이 일하러 온 사람에게 감정노동을 할 의무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수지를 좋아하는 사람은 많고, 수지와 함께 일하는 것은 행복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장에서 배우의 본업 이상으로 성별에 따라 특정한 태도가 미덕이 되는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니다. 비단 성별뿐만 아니라 나이, 계급 등에 따라 요구되는 모습이 생기고 그걸 잣대로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배우에게 중요한 것은 어느 직업이나 그렇듯, 현장에서 일하는 능력이다.

 

‘(류)승룡 선배님이 하신 말씀이 도대체 어떻게 봐야 저런 댓글이 달리는 거야. 저 사이트는 뭐지. 무슨 말이야. 댓글들 보면 이상한 말뿐이던데. 저 사람들은 사회생활이 가능한 사고방식을 가진 거야? 누가 좀 설명해줘. 대부분 댓글이 여자가 단 것 같은데 여자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 가는 거야? 저 반응이? 진짜 수지가 기쁨조라고 느껴져? 승룡 선배님이 변태처럼 보이는 발언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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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경표 페이스북 캡쳐

 

다음은 배우 고경표가 페이스북에 메갈리안 글을 링크로 걸면서 한 말이다. 나름대로 류승룡 씨의 발언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 쓴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고경표는 발언의 문제점을 이해하지 못했고, 결국 그가 했던 다른 발언들까지 세상에 공개되었다. 기존의 남성 중심 가치관을 답습해왔다면 류승룡의 발언에서 문제점을 찾지 못할 수는 있다. 하지만 ‘대부분 댓글이 여자가 단 것 같은’ 걸 보며 ‘사회생활이 가능한 사고방식’인지를 묻는 태도는 결국 문제의식을 이해하지 못한 점과 직결되어 있다. 전체공개가 아닌 친구공개 상태의 글이 퍼져서 당혹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수지가 요구받았던 덕목도 카메라가 돌 때라는 공적 영역이 아닌 카메라 밖이라는 사적 영역의 이야기다. 최규석 작가 트위터 사건 때도 나온 얘기이지만, 사적 영역에서의 폭력은 비가시적이라는 점 자체가 하나의 문제점이며 사적 영역에서는 그래도 된다는 식의 어조는 당연히 용납할 수 없는 태도다.

 

영화 [도리화가]는 최초의 여성 판소리꾼 진채선 명창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고 있다. 여성이 주체가 되기 힘든 환경에서 한 사람이 명창으로 인정을 받은 과정을 담은 영화를 둘러싸고 이러한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너무나 아이러니한 일이다. 생각해보면 가장 주연에 해당하는 사람은 진채선 명창 역을 맡은 배우 배수지인데, 이러한 논란은 마치 배수지라는 배우가 주연이 아닌듯한 느낌마저 든다. 그 와중에 강동원은 ‘어느 여배우와 함께 작품을 하고 싶냐’는 우문에 여배우를 위한 영화가 더 필요하다는 현답을 들려줬다. 작품과 논란이 별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이슈는 완전히 떼어놓고 보기 힘든 문제다.

 

 

글. 달래(sunmin5320@naver.com). 블럭(blucshak@gmail.com)

달래

피곤하게 살겠다

2 Comments
  1. adrenalinkyo

    2016년 2월 28일 16:38

    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화를 찍는 건 협업이기 때문에 촬영장 분위기를 같이 좋게 만드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니 덕목이라 할 수 있음.

    주연 남배우들한테도 흔하게 하는 칭찬이고요. 좀만 찾아보면 얼마든지 나옴.

    http://news.joins.com/article/19286619

  2. adrenalinkyo

    2016년 2월 29일 12:15

    모텔 앱 광고도 마찬가지

    점안액은 여성만 쓰는게 아닌데 이 광고는 꽃미남 아이돌을 내세워 여성만을 주 타겟으로 삼았는데 글쓰는 이의 주장대로면 이것도 성차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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