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20대’에 대한 인상비평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청년이슈팀의 [청년연구소]는 청년과 20대를 주제로 한 다양한 분야의 학술 텍스트를 소개하려 합니다. 공부합시다!

 

입대 전, 복학생 예비군 선배들은 나에게 “물 한 번 빼고 가”라며 낄낄댔다. 처음에는 그 역겹고 시답지 않은 소리에 “그런 건 하지 않는다”고 대꾸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더러운 꼰대질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도, 그렇다고 그냥 참고 넘기는 것도 내게는 모두 고역이었다. 선배들은 말을 무시하거나 반박하는 나에게 ‘어디 문제 있는 사람’ 혹은 ‘여자에 관심이 없는 놈’이라고 조롱했다. “저 새끼 고자 아니냐?”

 

입대 후에도 같은 짓은 반복되었다. 생활관에 앉아있는 전입 신병에게 군대 선임들은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몇 살이냐, 고향은 어디냐, 학교는 다니느냐.” 신병들은 트집 잡히지 않기 위해 질문에 성실히 답변했다. 그럼 늘 마지막 질문은 “섹스 썰 좀 풀어봐” 였다. 그때 깨달았다. 아, 이 사람들이 사회로 나와 그때 그 복학생 선배 같은 ‘개저씨’가 되는구나.

 

[개저씨] 는 ‘개’와 ‘아저씨’의 합성어로 [개 같은 아저씨]란 의미의 신조어이다. 예를 들면 지하철에서 민소매를 입은 여학생에게 “여자애가 발랑 까져서 옷을 창녀처럼 입고 다닌다”라는 오지랖을 일삼거나, 회사에서 “미스 김, 옆에 앉아서 술 한 잔 따라봐. 역시 술은 여자가 따라줘야 제맛이지”라며 행복해하는 남성을 표현할 때 쓸 수 있는 단어다. 아랫도리 달린 것을 평생의 유일한 자랑거리이자 낙으로 생각하며 사시는 분들을 표현할 때 이보다 더 정확한 단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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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를 다 보면 그런 개저씨의 기운이 온다 ⓒ KBS 나를 돌아봐 / SBS 뉴스

 

하지만 문제는 ‘개저씨스러움’이 특정 세대만의 특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음 세대에서도 끊임없이 재생산된다는 것이다. 한 대학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는 재학생들이 ‘아이러브 유방’, ‘작아도 만져방’ 등의 방 이름을 써 붙이고, 방에 들어오는 신입생에게 골반춤을 요구하는 등의 어처구니없는 사건도 있었다. 복학한 선배가 술자리에서 자신의 옆에 여 후배를 앉히라고 요구하는 것 역시 비일비재하다. 대학교 1학년을 보내고, 21개월의 군 생활을 마친 후에 탄생하는 이 수많은 개저씨들은 도대체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일까?

 

‘개저씨’의 창대한 시작: 군대 가야 진짜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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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커뮤니티

‘ 너 정체가 뭐냐 ?  – 나  옆집 개저씨 ‘

 

2010년 발표된 논문 <군 입대 전, 후의 성 의식 및 태도>에서는 이미 군인이거나 입대 예정자인 20대 초반 남성들의 성 의식에 주목했다. 조사 결과와 내가 겪은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논문에 따르면 ‘군 복무 중 성 경험 이야기를 강요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열 명 중 한 명꼴로 ‘그렇다’고 응답했다. 2004년에 조사한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에서도 성 경험 이야기를 요구당했다는 응답자 비율이 12.7%였는데, 휴가 중인 자의 응답 비율(20.7%)과 부대 내의 응답 비율(9.6%)이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이는 부내 내 설문 시 방어적 태도가 작용해, 훨씬 더 많은 장병이 이런 이야기를 강요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병사 개인이 사적인 이야기에 대해 거부감을 보인다면 선임들에게 낙인 찍히거나 조직에서 배제당할 가능성도 있다. “왜 그때 바로 싫다고 말하지 않았어?”라는 물음이 머쓱한 이유다. 논문에서도 같은 또래의 병사들이 성에 대해 서로 비슷한 관심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친밀감과 결속력을 다진다고 밝혔다. TV에 나오는 여자 아이돌을 보며 “가슴이 크네, 야하게 생겼네” 따위의 농담을 하거나, 외박을 다녀온 후임에게 “뭐 어때, 남자들끼리”하며 여자 친구와의 섹스에 대해 묻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병사들 간의 대화가 여성을 성적으로 소비하고 타자화한다는 것이다. 군대라는 통제된 공간 안에서 이뤄지는 폭력적 일상에 대한 보상심리와 조직 결속을 다지기 위한 희생양으로 여성을 소비한 뒤 ‘너도 결국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남성’임을 확인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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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조직 안에서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관계가 아닌 유희의 대상으로 소비되어왔다 ⓒ MBC 진짜 사나이

 

군대에서 형성되는 어긋난 성 의식 

 

또한, 20대 남성의 성 의식이 이중성을 가지고 있음을 논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논문에 따르면 여성의 혼전 순결을 강조한 응답자 비율은 43%인 것에 비해 남성의 혼전 순결을 강조한 응답자 비율은 0.6%에 불과했다. 그러면서도 ‘서로 좋다면 성관계가 가능하다’ 는 의견에는 70.3%가 그렇다고 답했다. ‘여자들은 조신해야 하니깐 섹스를 하면 안 되지만, 남자들은 원나잇도 가능하지’라는 이중적 성 관념이 군대 내 조직논리에 의해 강화되고, 고착화되는 것이다.

 

‘입대 전 성매매 경험 유무’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도 전체 응답자 중 8.3%인 91명이 군 입대를 이유로 성매매를 한 경험이 있었으며, 이들 중 62.6%는 술을 마신 후 ‘딱지를 뗀다’는 명목으로 친구나 선배들에 의해 반 강요로 성매매를 했다고 응답했다. 또 나머지 37.4%는 남들도 한다고 해서, 혹은 이번 기회가 아니면 못할 것 같아서 등의 이유로 자발적 성매매를 했다고 응답했다.

 

군 생활 중, 혹은 입대 전 성매매를 하지 않는 이유를 보면 ‘개저씨’의 특성이 더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현역과 입대 장정 모두 ‘관심이 없어서’가 가장 많은 응답이었지만 입대 예정자의 경우 ‘도덕적 가치관’ 때문에, 현역의 경우 ‘비싼 비용’ 때문이라는 것이 성매매를 하지 않는 2순위 이유였다.

 

또한 입대 예정자와 현역병의 성추행 기준을 파악하기 위해 ‘어느 단계부터 성추행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입대 예정자의 경우 ‘성기 만지기’와 ‘몸 더듬기’부터 성추행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58%, 그를 포함한 모든 신체적 접촉이라는 의견은 약 20%였다. 반면 현역병의 경우에는 ‘성기 만지기’와 ‘몸 더듬기’부터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약 70%, 그를 포함한 모든 신체적 접촉에는 12% 정도가 성추행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현역병의 경우 성추행으로 인식하는 행동의 유형이 입대 장정에 비해 무디며, 상대적으로 입대 예정자는 사소한 행동도 성추행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역병은 ‘친밀감과 결속력을 위한 조직논리’, ‘이를 위해 용인되는 여성에 대한 성적 소비와 타자화’ 그리고 ‘군대라는 억압되고 통제된 특수한 환경’ 속에서 입대 예정자보다 성 윤리의식이 무뎌지고 있다. 20대 초반은 성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정립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보다 성 욕구가 강하게 표출되고, 음담패설이나 성매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남성 중심의 성 담론이 일상화되어있는 군대식 성문화가 현역병들의 성 의식에 혼란을 가져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군대 내부에만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라 사회 속 ‘남성 조직에 대한 통념’에 의해 재생산되며, 점차 강화되고 정당화된다.

 

군대는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하고, 상명하복의 위계체계를 가진 남성 중심의 ‘폭력’ 조직이다. 물론 군대는 국가의 ‘정의’를 위해 필요한 조직 중 하나다. 하지만 그 ‘정의’를 위해, 비도덕적 행위와 어떤 부조리도 용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군대 내의 성 인식이 군대 밖 사회에서도 ‘그 나이 남자들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엄청난 구호로 변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개저씨’들을 보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20대 초반에 이뤄지는 ‘개저씨’ 메커니즘을 끊어내기 위한 구조적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글. 이주형 (mangha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