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흔적을 느끼고 싶어서 책상에 볼을 비벼봤어요” 故 신호성 학생의 어머니가 세월호 희생자 교실에 대해 이야기하며 남긴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회상의 공간이자 추모의 공간인 교실이 내년에는 없어질 수도 있다. 늘어나는 학생 수를 감당하기 위해 세월호 희생자 교실을 일반 교실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깜깜한 바닷속에 가라앉아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 것이 세월호 문제인데 이제는 추모 공간까지 없어질 상황이다. 존폐 논란에 휩싸인 단원고 교실, 이렇게 쉬이 없어져도 될 공간일까. 희생자 교실을 방문해 그 공간이 갖는 의미를 직접 느껴보기로 했다.

 

곳곳에 남은 노란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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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은 지극히 평범했다. 단원고라고 쓰인 석판이 없었다면, 그리고 정문 옆에 걸린 노란색 현수막이 없었다면 이곳이 ‘그 학교’라고 인지조차 못 했을 것이다. 그러나 ‘평범한’이라는 수식은 정문을 들어선 지 얼마 되지 무색해졌다. 정문에서 학교로 향하는 비탈길 옆에서 보인 노란리본 때문이다. 운동장 스탠드에도 예의 노란리본이 그려져 있다.

 

20m 정도의 비탈길을 오르는 동안 몇 사람을 지나친다. 부천에서 온, 희생자 학생과 나이가 같은 한 고등학생은 두 개의 후드 끈에 노란리본 베지를 쌍으로 달고 있다. 다른 사람들 역시 가방이나 가슴에 노란리본을 제각기 달았다. 몇몇 사람의 점퍼 소매 틈으로 노란색 팔찌가 간간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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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길을 올라 운동장 정면에 위치한 학교로 들어선다. 학교 입구를 진입하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4절 사이즈의 노란리본이다. 노란리본에는 “힘내세요”, “기다립니다” 등의 메시지가 아기자기한 글씨로 빼곡히 차있다. 신리초등학교에서 보낸 추모 리본이다. 단원고 곳곳에 남은 노란리본은 희생자 교실을 가기 전부터 방문객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셀 수 없이 많은 추모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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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학생들의 교실이 있는 2층에 오른다. 종이컵으로 만들어진 추모장식, 천사가 그려진 액자, 희생 학생을 기리는 쪽지와 현수막 등이 보인다. 복도는 추모글과 추모품으로 뒤덮였지만 요즘도 수업이 진행 중일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깨끗하다. 학년과 반을 적어 놓은 현판에 명예 학년-반과 참사 당시 학년-반이 함께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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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창에 자신만 살아 돌아와서 미안하다는 오혜빈 학생의 글이 붙어 있다

 

복도의 붙은 무수히 많은 쪽지를 읽으며 걷는다. 방문객의 추모글도 많지만 유독 유가족과 희생 학생의 친구들이 남긴 글이 눈길을 이끈다. 작년 2학년 6반 학생이었던 은지 학생은 “사랑해요. 또 울게요”라는 메시지를 2학년 1반 故 정니나 선생님께 남겼다. “또 올게요”가 아닌 “또 울게요”란 표현이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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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 너 형 보고 싶다며. 그럼 빨리 와야지. (중략) 나 계속 전화하는데 자꾸 새소리만 들려. 나 그 소리 그만 듣고 싶어”

 

몇몇 쪽지의 발신인은 희생자와의 이별을 애써 부정하는 듯하다. 故 최윤민 학생의 어머니는 “윤민아 어디 있니. 엄마에게 와 줘”라는 글귀를, 故 이민우 학생과 알고 지냈던 형은 빨리 전화 좀 받으라는 글을 남겼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교실

 

복도를 순회하다 교실로 들어간다. 교실에 놓인 책상과 교탁에 추모글과 추모품이 가득하다. 희생 학생의 책상에 놓인 초콜릿 우유는 유통기한이 3달이나 지나 침전물이 가라앉았다. 작년 한 해 큰 인기를 구가했던 허니버터칩도 책상 이곳저곳에 놓여있다. 개봉되지 못 한 과자 포장지가 본래의 노란 빛을 잃은 채 희미하게 색이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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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는 유독 유가족의 편지와 글이 많다. 책상 하나하나가 발길의 정류장이다. 故 정다혜 학생의 어머니는 故 다혜 학생에게 아빠와 잘 있는지 안부를 묻는다. 덧붙여 자신도 그곳으로 가고 싶다는 바람을 남겼다. 故 다혜 학생의 아버지는 지난 10월 암으로 세상을 떴다. 故 김승태 학생의 동생인 김민지 학생의 글도 눈에 띈다. “오늘은 오빠 보려고 친구 호정이랑 같이 단원고에 왔어. (중략) 꿈에 자주 나와줘. 딱 2~3번 나온 거 같은데.” 김민지 학생 글 옆에 故 김승태 학생 아버지의 글도 쓰여 있다. “아빠, 엄마 꿈에 한 번 놀러 오렴”이라는 문장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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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되지 못 한 공고물과 상장도 교실 벽면에 붙어있다. 보충 전체일정표도, 영어 독후감상문 대회 공지도, 2학년 7반의 환경미화 최우수상장도 일자가 2014학년도 1학기다.

 

교실에 새겨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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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의 시간은 2016년을 향해 흐르는 게 아니라 2014년 4월을 맴돈다. 추모에 대한 기록도, 빨간 글씨로 ‘만우절’이라고 써놓은 교실의 달력도 2014년 4월만을 가리키고 있다. 교실 벽시계의 시침과 분침 역시 같은 방향으로 팔을 뻗은 채 멈춰있다. 시계의 초침은 간헐적으로 떨릴 뿐 결국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 한다.

 

2014년 4월 16일이란 시간이 교실 안에 머물 듯,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 역시 교실에 존재한다. 더 나아가, 단원고 교실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다. ‘단원고 교실’이란 단어를 인식할 때 내면에 생기는 슬픔, 미안함, 책임감 등이 그 메시지다. 그러한 교실을 없애거나 이전하는 것은 교실이 던지는 메시지의 폐기, 혹은 변질이다.

 

“다른 분들이 같은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분향소에서 만난 故 박성호 학생 어머니의 바람이다. 그 바람을 위해서라도 교실은, 그리고 그 교실이 던지는 메시지는 보존되어야 한다.

 

글. 콘파냐(gomgman32@naver.com)

사진. 콘파냐(gomgman32@naver.com)

[아직, 세월호] 기획. 릴리슈슈, 아레오, 압생트, 풍뎅이, 콘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