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력, 흙수저, 힐링. 번뜩이는 통찰이었지만, 어느새 낡은 조소가 되고 있다. Socio-logical은 조소가 조소에서 끝나지 않기 위해 사회학도들이 모인 인터넷 공론장이다. 공론장에서는 사회 문제에 대한 통찰뿐만 아니라 대학과 수업에 대한 비판부터, 진로에 대한 고민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오간다. 연세대 사회학과에서 시작해 이제는 전국 38개 사회학과와 소통하고 싶다는 Socio-logical 네 명의 운영진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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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아래부터 이선형, 박수민, 장동일, 주원탁씨

 

 

참새 : ‘사회학 공론장’이라는 이름으로도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Socio-logical은 정확히 어떤 사이트인가?

 

이선형 : 처음엔 교수님이 의견을 내셨다.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교수와 학생, 그리고 학생과 학생 간에도 학문적 소통이 잘 안 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장동일 : 사회학이라는 학문이 생각보다 안 알려졌다. 사학이냐는 얘기도 많이 듣는다. 그렇다 보니 같이 모여서 얘기할 수 있는 장이 없다.

 

이선형 : 학문 간 의사소통도 안 되고, 연구한 내용이 밖으로도 전달이 잘 안 된다. 쌍방향 의사소통이 아닌 거다. 사회 문제에 대해서 연구는 많이 이루어지는데 문제해결이 안 되는 것에 이런 이유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갇혀 있다 보니 사회학이 사람들에게 와 닿지 않는 거다.

 

참새 : 목적은 소통이고, 그럼 소통의 대상은 누구인가?

 

박수민 : 첫 번째 대상은 전공자들이다. 함께 연구 성과물이나 특정 문제에 대한 의견도 공유하고 또 서로 자극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 번째 대상은 비전공자들이다.

 

참새 : 비전공자들까지 대상으로 삼는 이유는 무엇인가? 솔직히 말해서, 연구물 생산을 위해서는 연구자들 간의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낫지 않나?

 

장동일 : 보통 (다른 분야는) 전문가 사이에 합의가 중요하지만, 사회학에선 전문가가 아니라 비전공자가 생각했을 때도 그렇게 느끼는 지도 중요한 것 같다. “아, 생각해보니 정말 그래!”가 있어야 한다. 결국, 그 사람에 대한 연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비전공자들이 우리 사이트에 흥미를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47552-3다섯 가지 메뉴로 구성된 사이트 ⓒSociological.kr

 

참새 : “아, 생각해보니 정말 그래!”가 중요한 건 알겠다. 그런데, 고함20에서 현재 청년연구소라는 것을 운영하고 있다. 청년연구소 때문에 청년 관련 논문을 읽다 보면 “아, 생각해보니 정말 그래!”를 넘어서 “이건 당연한 거 아냐?”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논문들을 읽게 된다. 가끔은 이런 연구가 무슨 쓸모가 있겠느냐는 생각도 든다.

 

주원탁 : 처음엔 나도 학문이 우리가 몰랐던 굉장한 통찰력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공부를 해보니까 우리가 되게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학문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것 같다. 그리고 논문이 계속 나온다는 것은 문제제기의 차원도 있다. 계속 해결되지 않는 문제, 방치되고 있는 문제를 정부든, 그것과 마주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계속 어필하는 것이다. 문제 제기가 계속 있어야 변화가 온다.

 

박수민 : 그리고 지금까지 한국에서 청년 문제를 다룬 연구는 생각보다 정말 적다. 그런 종류의 연구라고 해도 청년 연구는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새 : 정말인가? 언론에서는 ~세대 하면서 청년 담론을 쏟아내고 있는데, 연구 분야에서는 없는 이유는 무엇일지?

 

박수민 : 여러 이유가 있지만, 청년이라는 개념을 정의하기도 쉽지않고 연구자료도 많지 않다. 예를들어 빈곤에 대한 조사는 가구를 기본단위로 한다. 가족과 함께 사는 청년의 경제 상황을 떼어내서 보기 어렵다. 또, 청년 혹은 20대 입장에서 문제제기하는 연구자들이 이제 등장하는 중이 아닐까 한다.

 

이선형 : 음, 나는 연구의 우선순위가 자꾸 밀리는 문제도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은 힘들어도 되는 것처럼 그려지다 보니까 우선순위가 밀리는 거다. 당장 한국에서 구해내야 할 사람이 많다. 그런 상황에서 청년한테는 ‘일단 버티고 있어 봐’ 하고 다른 연구를 하는 거다.

 

참새 : 다른 이유는 이해가 가는데, 청년 연구자가 적다는 이유는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연구를 한창 활발히 하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거의 청년 아닌가?

 

이선형 : 연구도 잘 팔리는 연구가 있다. 취직이나 생계유지가 힘들다 보니까 정말 필요한 연구보다는 취업에 도움되는 잘 팔리는 연구에 손이 가게 된다. 노인, 건강, 의료, 저출산 같은 것들…

 

47552-4Socio-logical, 교수님도 열정 페이 시킨다 ⓒSociological.kr

 

참새 : 사이트 게시판 중에서 사회학 논문을 소개하는 알짜사회학이 가장 흥미로웠다. 알짜사회학에 선정되는 논문의 기준이 있나?

 

박수민 : 특별한 기준은 없다. 주제나 소재는 전혀 경계가 없다. 많은 사람의 취향 내지는 많은 분야의 관심을 끌고 싶었다. 다만, 시기적으로 봤을 때 최신 논문을 선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론은 지면상 한계로 많이 다루지 못하고 있다.

 

참새 : 처음엔 서평으로 운영하다가 기고의 형식으로 바뀌었다.

 

박수민 : 맞다. 사실 처음부터 청탁 기고의 형식으로 가려고 했다. 사실 논문이냐 단행본이냐도 구분하진 않는다. 다만 논문이 책보다 나오는 양도 많고 주제도 다양하다. 그래서 자연히 논문을 중심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참새 : 기고를 부탁하면 원고료는 주나? 아니면 열정 페이인가?

 

박수민 : 논문의 저자가 무료로 시간과 품을 들여 써주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참새 : 알짜사회학과 달리 토론을 하는 소시오톡이나 자유게시판인 도란도란은 아직 활성화가 많이 안 된 느낌이다. 홍보는 어떤 식으로 하고 있나?

 

이선형 : 처음에는 외부에 공개하기 전에 시범적으로 연세대 사회학과 내부에만 공개했다. 학과 내부 의견을 수렴해서 보완한 후에 홍보를 위해 전국의 사회학과 사무실에 전화했다.

 

참새 : 전국? 엄청나게 많지 않나?

 

이선형 : 38개밖에 안 된다. 생각보다 적어서 놀랍지 않나? 아무튼, 포스터도 보내고 협조 요청을 했는데 생각보다 잘 안 됐다. 학교마다 시스템이 너무 다르다. 메일을 전교생한테 안 보내주는 학교도 있고, 게시판에 안 올려주는 학교도 있고 그렇다.

 

참새 : 맞다. 나도 학교에서 Socio-logical 홍보 포스터나 메일을 받은 기억이 없다.

 

박수민 : 그런 홍보와 별도로 소시오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수업유랑단을 준비하고 있다.

 

47552-5 전국의 사회학 지도(map) : 수업유랑단 ⓒSociological.kr

 

참새 : 토론을 활성화 시키는 건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박수민 : 새롭게 운영진을 모집하는 것하고 관련이 있다. 이번에 운영진을 모집하는데 두 부분이다. 하나는 알짜사회학 부분하고 다른 하나는 수업 유랑단이라는 기획을 위한 거다. 알짜사회학은 주제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운영진을 모집하고 있다. 아무래도 나 혼자 관리하는 것보단 다른 사람이 함께 관리하는 것이 좀 더 다양한 논문을 다룰 수 있지 않겠나.

 

참새 : 수업유랑단은?

 

장동일 : 수업유랑단은 전국 학교에 사회학 수업 지도를 만드는 거다. 같은 사회학과끼리도 학교가 다르면 다른 학교에서 무슨 수업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사회학의 분과가 굉장히 많은데 관심 있는 분과의 수업을 찾아보거나 참고하기가 어렵다.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분과를 다른 학교에서는 가르치고 있을 수도 있는데, 그걸 모르고 지나치면 너무 아쉬울 것 같았다. 그래서 수업유랑단을 구성해서 소시오톡에 각 학교의 수업을 공유하려고 한다.

 

이선형 : 개인적으로는, 수업유랑단이 학생뿐만 아니라 강의하는 연구자 집단에게도 자극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참새 : 자신이 어떤 걸 가르치는지 다른 학교에서도 알 수 있기 때문인가?

 

이선형 : 그렇다. 나는 일부 교수와 연구자들의 재사회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교수님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소통하지 않으려 하고 변하지 않으려 하는 그런 교수님들이 계시다. 맨날 똑같은 수업을 재탕 삼탕은 물론이고, 최신 이슈라든지 최신 방법론을 소개하려는 노력이 없다. 외국은 사회학 인지도가 굉장히 높다. 연구자 집단의 노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한국의 일부 연구자 집단은 그에 비해서 게으른 것이 아닌가 한다. 온라인에서 자신들의 수업이 토론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 자극받을 수 있지 않을까.

 

참새 :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 Socio-logical을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박수민 : 인문학 협동조합이라고 인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삶과 앎을 공유하는 단체가 있다. Socio-logical도 그런 곳이 됐으면 좋겠다. 국내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는 박사, 석사, 학부생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정말 궁금하다. 다들 고민이 많을 것 같은데, 그런 고민을 나누는 글을 많이 보고 싶다.

 

주원탁 : 많은 학자가 자기 글을 저널이라는 학술적인 곳에 싣는다. Socio-logical은 그런 전문적인 저널의 대안적인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저널보다는 가벼운 글들이 자신의 이름이 걸려서 낼 수 있는 공간. 온라인 웹 저널이 됐으면 좋겠다.

 

이선형 : 사회학자들이 혹은 사회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다음 아고라처럼 다 달라붙어서 격렬하게 토론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그럼 어떤 대안이나 해결책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또, 우리 게시판 중에 소식란이 있다. 이곳에 학회 소식뿐만 아니라 취업과 같은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소식도 전하고 싶다.

 

장동일 : Socio-logical의 유일한 학부생으로서(웃음) 나하고 비슷한 친구들이 운영진에 더 많았으면 한다. 수업유랑단도 학부 수업을 위주로 많이 실렸으면 좋겠고. 사실 석박사분들이 사회학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관심사는 아카데믹하다. 학부를 졸업 이후 사회학을 떠나는 졸업생들에게는 의미 있는 부분은 다른데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학부생의 관심은 좀 더 상상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을까?

 

 

인터뷰. 참새(gooook@naver.com)

사진. 페르마타(fermata@goham2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