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기탁금을 너무 많이 내지만, 큰돈을 내고도 할 수 있는 운동도 없습니다. 특히 돈 없는 정당, 신생 정치인에게 더욱 그렇습니다. 마이크도 못 쓰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목소리를 낼 권리 자체를 빼앗는 것과 같습니다. 정치의 문턱을 낮춰야 합니다. 돈이 없어 정치에 참여하지 못하고, 정치에 참여하지 못해서 삶이 나아지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를 깨야 합니다.” (김주온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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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김주온(24) 후보

 

12월 14일 11시경, 녹색당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고액기탁금과 비례대표 후보 유세금지 등에 대한 헌법소원 및 기자회견을 했다. 헌법소원의 청구인은 해당 조항의 당사자인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다섯이다.

 

2015년, ‘청년’은 대한민국 온라인과 정치 담론에서 뜨거운 키워드였다.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자조 섞인 헬조선, 부모의 경제계급에 따른 수저론은 이제는 모두가 다 아는 얘기다.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성남시의 청년배당 등 청년을 대상으로 한 정책들도 화제가 되었으며, 2세대 진보정치 담론을 꺼내며 정의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청년 정치인 조성주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청년 담론 비중에 비해 청년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 환경은 척박하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내년 총선에서 만45세 이하 당원을 ‘청년비례대표’로 공천 대상으로 결정했다. 만45세 후보가 출마해 당선된다면 임기가 끝날 무렵 나이는 50에 가까워진다. 청년비례대표의 존재 의미에 대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참고기사링크)

 

1천 500만 원의 기탁금, 청년 정치를 막는 장벽

 

뜻있고 능력 있는 청년들의 정치참여를 막는 건 새정치민주연합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의원 1명당 1천500만 원의 고액기탁금을 내게 되어 있는 선거법 조항은 가난한 청년 정치인과 신생 정당에는 넘기 힘든 장벽으로 다가온다. 기탁금제도는 1958년 이승만 정권 때 도입되어, 4·19혁명 후에 사라졌다가 박정희 정권의 유신선포 후 부활한 독소 조항이다. 이는 새로운 정치 세력의 등장과 정치의 다양성을 저해한다.

 

녹색당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선거 기탁금이 1천500만 원인 한국과 달리 영국은 한화 기준 94만 5천 원, 오스트리아는 57만 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미국은 기탁금 자체가 아예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지예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25)는 “최저 시급으로 2,687시간을 일해야 1천500만 원을 벌어 정치에 발을 디딜 수 있다. 당선되지 못 하면 이 금액마저 날아가는 실정이다”라며 정치 참여에 대한 청년의 어려움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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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가별 선거기탁금제도 비교 / [자료 출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수민 녹색당 언론홍보단장은 기탁금 문제와 비례대표 후보운동에 마이크를 쓸 수 없는 점 등을 지적하며 “녹색당은 시민들과 이 문제를 함께 풀어나갈 것이며, 그래도 안 되면 헌법소원도 해 나가겠다. 내년에는 반드시 원내 진출을 하여 한국 정치 생태계에 다양성을 보태는 데 노력하겠다”라는 발언으로 기자회견을 마쳤다.

 

글. 진일석(toutnesol9092@gmail.com)

편집/교정. 콘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