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웹툰의 시대다. 만화작가가 인기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그림을 그리고, 중국에서 대규모 팬 사인회를 여는 그런 시대. 해가 갈수록 웹툰 시장은 넓어지고, 또 깊어지고 있다. 이 드넓은 시장 속에 주목할 만한 작품이란 대체 무얼까. 올 한해를 거쳐 새로이 연재되거나, 드디어 완결된, 혹은 아직도 갈 길이 먼 가지각색의 작품들을 대상으로 2015년 <웹툰 어워드>를 주최한다. 다분히 주관적인 시선으로 뽑은 열여섯 작품을 나와 같은 웹툰 독자들에게 바친다. 그렇다. 사실 이건 그냥 덕질이다. 그러니까 당신도 덕후라면, 보라. 그리고 함께 즐겨라.

 

스릴러 부문 : <나는 너를 보았다>(네이버, 모래인간/티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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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인간/티오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당신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작품이 제시한 원초적인 테마가 모든 인물들을 아울러 일관된 결말을 내어놓는다. 판타지적이고 미스테리한 설정, 치열한 의지로 가득 찬 인물, 그러나 절대 과하지 않은 연출과 호흡에, 분위기를 가지고 노는 그로테스크한 코미디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방면으로 스타일의 지평을 넓혔다.

 

액션 부문 : <고수>(네이버, 류기운/문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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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기운/문정후

 

무협지의 내공은 유지하되, 그 진부함을 극복한다. 하반기에 불현 듯 등장한 이 <용비불패>의 콤비는 시장 내 대부분의 액션만화를 단번에 압도했다. <고수>라는 제목이 작가 자신들을 향해 있다는 독자들의 찬사엔 한 점 과함도 없다. 과연, 출판계부터 명성을 이어온 ’고수‘의 웹툰이란 마땅히 이래야 한다.

 

캐릭터 부문 : <여중생 A>(네이버, 허5파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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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5파6

 

자기연민에 허우적대거나 자기포장을 과대하는 캐릭터가 난무하는 시대에, ‘여중생 A’는 과시가 불가능한 순수함과 호기심, 그리고 더도 덜도 아닌 자기 세계만큼의 비틀림을 안고 탄생했다. 그것은 감수성을 절제하는 순수함이고, 욕망과 부끄럼을 머금은 호기심이며, 자기 긍정과 자기부정 사이에서 게임과 현실을 조율하는 비틀림이다. 아름답고 슬프다.

 

판타지 부문 : <호랑이 형님>(네이버, 이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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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규

 

‘동양 판타지’ 세계관은 한국 문화 콘텐츠계의 오랜 염원이었다. <호랑이 형님>은 더 말할 것도 없이 그 숙원의 성취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작품 중 하나다. <홍도>가 매력적인 세계관 속에서 인물의 움직임을 미진하게 했고, <묘진전>이 인물 하나의 존재감 덕에 세계관에 대한 관심을 더디게 했다면 <호랑이 형님>은 설정에 대한 흥미와 인물 간의 긴박함을 둘 다 잡았다. ‘호랑이’는 무게의 중심을 잡는 키워드일 뿐, 작품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다.

 

귀환 부문 : <덴마>(네이버, 양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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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영순

 

우주최강의 밀당 퀑 양영순의 귀환은 한국을 넘고 지구를 넘어 ‘8우주’ 최고의 웹툰 이슈였다. 뻔뻔한 태도로 연재를 재개한 그에게 많은 독자가 분노했지만, 1년의 무단휴재를 마치고 가열 찬 속도로 쏟아내는 저 방대한 스토리 앞에 그 분노도 얼마 못 가 무너지고 말았다. 아, 미워할 수 없기에 더 미운 사람이여.

 

삼각관계 부문 : <카페 드 쇼콜라>(네이버, 재아/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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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아/SE

 

기태, 규제, 민아의 다방향성 삼각관계로 <썸남>의 기세가 강력했지만, 새로운 캐릭터 춘향의 등장과 함께 돌아온 <카페 드 쇼콜라>(구 <프린스의 왕자>)는 그보다 더 강력했다. 보기만 해도 통쾌한 춘향의 뻔뻔한 욕망이 완벽한 두 남자의 호흡 아닌 호흡을 끌어낸다. 자, 이제 모두 “잘 생기고 어리고 돈 많고 치마가 잘 어울리는 남자”를 찾아 떠나자.

 

히어로 부문 : <무빙>(다음, 강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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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풀

 

강풀이 추구하던 ‘한국형 히어로’가 오랜 역사를 거쳐 완성에 다다랐다. 다분히 ‘한국적’이고 문제적인 역사나 감정의 맥락을 만화로 구현하면서도 그것에 매몰되지 않는다. 오히려 놀랍도록 대중적인 스타일로 그것을 소화해낸다. 이충호 등 ‘현대 판타지’나 ‘사회적 히어로’를 추구하는 다른 작가는 물론 자기 자신의 전작들까지 뛰어넘었다. ‘강풀 월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코미디 부문 : <못 잡아먹어 안달>(다음, 센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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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개

 

이말년, 조석, 귀귀를 앞세운 네이버의 코미디 강세는 물론 다음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그 중 센개의 <못 잡아먹어 안달>은 지금까지 ‘병맛’이라는 이름 아래 가두어진 코미디 웹툰의 방향성에 대전환을 요구한다. 미려한 그림체와 옴니버스식 스토리 연결 속에서 개그는 마침내 ‘자극적이어야 한다’는 클리셰를 벗어나고 있다.

 

동화 부문 : <양말 도깨비>(다음, 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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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물상

 

주인공 수진은 상상력의 기차를 타고 봄과 겨울을 횡단한다. 두 계절 사이 가득 찬 감정과 사건들이 놀랍도록 균형감 있는 모습으로 작품을 장식한다. 작가 ‘만물상’이 작품 내의 장치(만물상)로 들어가면서, 오히려 수진과 라라의 동화 같은 사랑은 작가의 팬 밖에서 완성된다. 게다가, 고양이 귀의 어여쁜 남성 캐릭터라니. 심장을 조심하라.

 

사이다 부문 : <곱게 자란 자식>(다음, 이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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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무기

 

“이 씹새끼야!” 목탁으로 조시중을 후려치는 용석의 모습은 <곱게 자란 자식>이 쌓아온 모든 비극과 고통을 일순이나마 해소해준다. 그는 끔찍한 상황에 부닥친 어머니를 구출했고, 생존 사실 자체로서 독자의 마음에 비를 뿌렸으며, 무엇보다 위안부 인신매매와 민중 수탈의 표상 조시중을 그야말로 개 패듯이 후려 패며 단죄했다. 물론, 앞으로도 이어질 고통을 직감한 엔도르핀 과다 분비라는 점은 인정한다.

 

발암 부문 : <그래도 되는 家>(다음, 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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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다

 

소위 ‘발암 만화’라 불리는 쟁쟁한 작품들 속에서도 <그래도 되는 家>의 발암 파워는 특출났다. 그것은 작품이 가부장제, 가족주의, 남성중심주의 등이 만연한 사회의 모습을 만화적으로 담아내는 동시에 현실적으로 내비친 탓이리라. 장례식장의 성별분업에서 시작된 은성의 험난한 모험은 동생 희성이 당한 친족 성폭행에서 폭발하며 끝을 맺는다. 깔끔한 사이다도 없다. 대신 은성의 대사만 진하게 남는다. “깨질 수 있는, 깨져도 괜찮은, 어떨 땐 깨야 하는, 그런 관계다. 가족은.”

 

공감 부문 : <단지>(레진 코믹스,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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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지

 

아무도 기대치 못 한 공감과 연대를 웹툰의 한 컷이 만들어 냈다. “사랑해 단지 너를” 올해의 ‘공감’에 <단지>는 단일 후보다. 기억과 현재에 마주하는 ‘그녀’의 태도는 억눌린 감정을 끌어올리고 의식과 무의식을 가로지르며 일상의 층위에 접점을 만들어낸다. 그렇게 독자는 단지가 되고, <단지>는 단지를 넘어 ‘단지’가 된다.

 

성실 부문 : <마음의 소리>(네이버, 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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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

 

단 한 번의 휴재 없이 연재하길 9년, <마음의 소리>는 1000화를 넘어갔고 네이버는 자사 건물을 ‘마음의 소리 1000화’로 장식했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비운의) 꼴찌 부문 : <스페이스 킹>(네이버, 박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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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성

 

3년 동안 묵묵히 이어진 본격 우주 대선 만화 <스페이스 킹> 점점 웅장해지는 스케일과 매력적인 설정. 옴니버스 한편 한편의 완성도는 물론이고 전체 스토리 연결도 매끄럽다. ‘스마트툰’의 특성을 살린 연출법이 기발하고, 주제를 담아내는 방식은 전작 <아스란 영웅전> 이후 작가의 고민을 실감케 한다. 그러니까 순위만 오르면 된다. 근데 안 오른다. 3년째다. 일동 묵념.

 

몰락 부문 : <에스탄시아3>(다음, 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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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풍경

 

올드스타의 몰락은 언제나 안타깝다. 다음 웹툰 시장 초기, SF 웹툰의 재미와 깊이를 동시에 포착하며 그 길을 개척해 나가던 <에스탄시아> 시리즈가 그 세 번째 막에 와서 형편없이 고꾸라졌다. 전개는 늘어지고, 캐릭터는 모호하며, 편마다 스토리는 쌓이는 대신 흩어져간다. <에스탄시아> 특유의 ‘검문소’ 스릴마저 그 힘을 잃고,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팬들의 마음만 무겁다.

 

모순 부문 : <뷰티풀 군바리>(네이버, 설이/윤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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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이/윤성원

 

우월의식과 열등감, 혐오의 감정과 성 욕구의 대상, 방향이 잘못된 원한과 보상심리 등등. 여성을 향한 온갖 비틀린 감정들을 극과장된 ‘여성의 몸’으로 포장하여 내놓으면, 군대라는 마법의 소재가 그 모든 걸 정당화한다. (남성들이) 당해온 군대폭력을 고발한다는 저 비장한 옹호들과는 다르게, “뷰티풀” 군바리가 여실히 보여주는 것은 여성의 몸에 대한 폭력적인 징발의 과정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절대 아름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