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20대’에 대한 인상비평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청년이슈팀의 [청년연구소]는 청년과 20대를 주제로 한 다양한 분야의 학술 텍스트를 소개하려합니다. 공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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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흔히 막장드라마는 40~60대의 여성에게 인기가 높은 드라마 장르(?)로 여겨진다. 맞는 말이지만, 막장드라마의 높은 인기는 그들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막장드라마를 방영 중인 TV 앞을 보면 어느새 엄마 옆에 앉아 같이 욕하고 있는 우리를 발견할 수 있다. 비단 우리 집만의 일은 아닌 듯하다. 실제로 한국방송진흥공사의 시청률 몰입도 조사에 따르면 2014년 종영한 <왔다! 장보리>는 중년뿐만 아니라 전 연령층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막장 드라마의 주 시청 연령층으로 여겨지지 않는 20대가 막장드라마를 즐겨 보기 시작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청년연구소는 <20대의 ‘막장’ 드라마 수용에 관한 연구-‘오로라공주’, ‘왔다!장보리’ 수용자를 중심으로>를 살펴본다. 본 논문은 20대가 막장 드라마를 소비하는 방식을 통해 20대의 문화 소비 방식과 현실 인식을 알아본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 그 치명성

 

논문에 따르면 20대는 ‘막장드라마’만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20대는 다른 연령층보다 논리적이고 짜임새 있는 콘텐츠들을 선호하고 보다 새로운 소재에 흥미를 느낀다. ‘과거 여행’이라는 소재로 치밀한 전개를 보여주며 주로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나인(2013, tvN)>이 대표적이다. 소위 ‘막장드라마’는 이 대척점에 있다. 불륜, 그로 인해 이리저리 꼬인 족보, 한없이 착하고 순한 여자와 뼛속까지 악한 여자와의 대립. 플롯은 판에 박힌 듯 똑같다. 등장인물들의 직업과 관계만 조금씩 바꿔놓으면 이 막장드라마의 샘은 영원히 마르지 않을 듯하다.

 

이러한 막장드라마에 대한 20대의 평가 또한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이른바 ‘작품성이 없다.’ 그런데 그것과는 별개로 막장 드라마는 ‘재밌다.’ <미생(2014, tvN)>과 같은 드라마는 우리가 처한 현실을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기 때문에 무섭다. 드라마를 시청하는 순간까지 우울해지기 싫거나 부담을 느끼기 싫은 20대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막장드라마를 시청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막장드라마의 황당하고 억지스러운 전개와 극적인 연출 방식은 여타 진지한 드라마에서는 줄 수 없는 즐거움을 준다. 그 즐거움이 대개 일시적이고 순간적이지만 현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에는 충분하다. 막장드라마의 전개 요소는 심각하게 분석할 필요가 없다. 극적인 악행과 그것이 밝혀지는 과정, 인물들의 과장된 연기는 그 자체로 키치적인 유희 거리로서 소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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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N

 

막장보다 더 같은 막장 같은 현실

 

그렇다고 마냥 웃으면서 보기에는 막장 드라마는 가볍지 않다. 드라마보다 현실이 더 무섭다고 했던가. 우리가 처한 현실은 사회에서 긍정적으로 요구되는 주류 담론과 도덕법칙이 그대로 적용되는 세계가 아니다. 부부간의 신뢰가 깨지고,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은 온데간데없으며, 악인이 착한 주인공을 골탕먹이는 드라마 속 설정은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막장 드라마는 우리의 추악한 현실을 가장 극단적으로 추상화했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가리지 않는 악인 캐릭터를 상상해보라. 이들은 음모를 꾸며 주인공을 곤궁에 빠트리고, 심지어 사기와 살인 같은 범죄 행위를 저지르기까지 한다. 동시에 잘못에 대한 반성은 하지 않으며 자신에 대한 비난에 대해서는 더욱 뻔뻔한 태도를 보인다. (그들은 꼭 결말에 이르러서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 뼛속까지 악한 인물은 현실에서 찾아보기는 어렵지만, 그들이 가진 욕망의 본질은 현대를 살아가는 20대가 처한 현실이 요구하는 욕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이들을 꺾고 올라서야 하는 생존 경쟁에 처해있는 20대들에게는 성공에 대한 연민정(‘왔다 장보리’ 악인)의 끝없는 집착이 왠지 모르게 익숙하다. 그들이 저지르는 악행에 대해서는 비난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감정적으로는 동조하는 모습도 보인다. 또한 그들의 계략에 넘어가 고통받으면서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는 착한 주인공을 보며 답답해하기도 한다. 오히려 너무 착해빠진 주인공, 장보리가 가장 비현실적인 캐릭터처럼 느껴진다.

 

막장 드라마는 이상적인 도덕 기준을 지속적으로 깨트린다. 사회는 가족 간의 유대를 강조하고 ‘악’과 비교해 ‘선’의 가치적 우위를 주장한다. 그러나 20대가 살아가는 경쟁의 현실은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 막장드라마는 현실과 이상의 끊임없는 균열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논문에 따르면, 드라마를 시청하는 20대들은, 이 막장드라마가 보여주는 인간 군상의 모습들이 오히려 보수적인 담론보다 현실에 가깝게 맞닿아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막장 드라마에 매료된다.

 

현대를 살아가는 20대는 이 균열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험하는 세대이다. 그들은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막장 요소에 유쾌함을 느끼는 동시에, 드라마 속 가상의 세계에서 현실의 모습을 찾고 그에 동조하기도 한다. 20대들은 불안한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 드라마를 보지만, 동시에 막장 드라마가 보여주는 우리의 현실로 돌아온다. 그 현실은 ‘정상’이라고 여겨지는 기준들이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또는 ‘정상’과 ‘비정상’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대표이미지: 동아일보

글. 베르다드(qwerty925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