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어디에나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동시에 내 주변에선 찾을 수 없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 정치는 일상이며, 일상 역시 정치입니다. 우리는 몇 번을 열어도 끊임없이 나오는 러시아의 민속 인형 마트료시카가, 일상을 파고들 때마다 마주치는 정치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상의 단상들을 정치와 연결짓는 [마트료시카]라는 이름의 에세이를 연재하려 합니다.

 

2010년. 기아 타이거즈가 우승하고 나는 기아 타이거즈를 본격적으로 응원하기 시작했다. 경기를 꼬박 챙겨다니진 않았지만 이제 기아 타이거즈는 할머니네 가면 틀어져 있는 팀이 아니라 응원해야 하는 팀으로 정의됐다. 야구에 흥미 붙이기엔 응원팀이 생기는 것만큼 효과적인 일이 없었다. 상황에 따라 알맞은 응원을 하고 한숨을 쉬려면 기본적인 경기룰를 아는 건 필수였고, 그 필요성만큼 빠르게 경기룰을 익힐 수 있었다.
 
나는 이러한 ‘응원팀의 법칙’을 정치의 영역에서도 느껴본 적이 있는데, 그건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당원이 됐을 때의 일이다. 스무 살의 나는 무슨 생각인진 모르겠지만 당원이 되고 싶었다. 만19세가 되면 누릴 수 있는 일들을 다 누려보겠다는 생각이었을 거다. 그런데 딱히 적극적으로 활동하겠다는 생각은 아니었고, 그저 ‘내가 사회의 일원이구나’라는 효용감을 느끼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했었다. 어디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환경 문제에 관심을 두자며 녹색당에 입당원서를 냈다. 
 
적극적으로 활동하진 않았다. 모임도 안 나갔고 녹색당이 어떤 일을 하는지도 챙기지 않았다. 하지만 3,8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잔을 투자한다는 생각으로(그 돈을 아껴서 냈다는 건 아니다. 물론 커피는 꼬박꼬박 먹었다.) 당비를 내며 나름의 소속감을 느꼈다. 그리고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에서 대부분의 표를 녹색당에 던졌다. 그러나 결과가 좋았던 건 아니었다. 기아 타이거즈가 2010년 이후로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듯, 녹색당 역시 원내로 진입하지 못했다. 다만 얻은 건 있었다. 소속감은 시끄럽고 듣기 싫은 남의 여의도 정치 이야기를 좀 더 내 이야기처럼 즐겁게 해줬다.
 
47921-2
원하는 정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렇게 생긴 버튼을 눌러보자
 
더불어민주당은 작년 12월 17일 온라인 당원 가입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재 새누리당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은 인터넷으로도 당원을 받고 있다. 공인인증서나 핸드폰 인증 등을 요구하는 절차가 있어서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우편, 팩스를 이용하는 것보다야 간단한 방식이다. 
 
이불 밖은 위험한 데다가 이불을 들치는 것조차 귀찮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이불 안에서도 할 수 있는 조그만 정치활동이라니! 이를 회의적으로 보는 사람도 물론 존재한다. 정치학자 에브게니 모조로프는 이불 안 정치에 ‘슬랙비티즘(Slacktivism)’라는 말을 붙였다. 게으른 사람의 행동주의라는 뜻으로, 온라인에서만 소위 ‘입정치’를 하는 사람을 비꼬는 말이다.
 
하지만 강준만 교수는 책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에서 슬랙비티즘이 각자도생이 심화되는 한국사회에서 슬랙비티즘은 좋은 쪽으로 발전 가능한 잠재성을 가질 거라 주장했다. 아직 검증된 건 아니지만 나 역시 낙관적인 전망을 해본다. 이번 총선 때, 온라인 당원 가입 같은 간편함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응원팀의 법칙’을 느낄 수 있게 만들지 않겠냐고 말이다. 일단 나부터 이불 속에서 정당에 가입해야겠다. 새해엔 이불 속에서 새 파티를!
 
글. 릴리슈슈(kanjiw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