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말도 없이 함부로 도와주는 것도 폭력이에요!” 극 중 여주인공 유경이 외친다. 유경은 선천적으로 눈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이다. 이런 그녀는 유에프오를 보러 구파발로 이사를 왔다.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유에프오를 볼 수 있을까? 유경은 유에프오를 보지 못한다. 하지만 그녀는 유에프오가 나타난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유경과 같은 시각장애인은 이 뮤지컬의 내용을 눈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뮤지컬을 느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배리어 프리’ 뮤지컬이다.

 

지난 1월 11일 압구정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에서 뮤지컬 ‘안녕 유에프오’ 공연이 있었다. 이 뮤지컬은 시각 장애로 인해 문화 활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을 위해 말로 장면을 해설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압구정으로 가는 길은 추웠지만, 장천홀은 시각장애인과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으로 인해 평소보다 더 사람이 많았다. 매표소 앞에서 어떤 분이 말한다. “안마사협회에서 왔어요.” 배리어 프리 공연은 공연 자체가 많지 않기에 단체 관객이 주로 공연을 보러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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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 프리’는 장애가 있는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방해가 되는 장벽을 제거한다는 의미다. 이 용어는 물리적인 장벽에서부터 제도나 법률의 장벽, 미디어나 공연 등의 문화적 장벽의 영역까지 적용된다. 배리어 프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높다. 지난 15년 11월에 열렸던 제5회 배리어 프리 영화제처럼 배리어 프리에 관한 대규모 행사도 진행된다. 또한 배리어 프리 영화 제작에 유명 배우들이 동참해 대중의 관심을 유도하기도 한다.

 

배리어 프리 공연은 별다른 무대장치가 없다. 이 공연의 무대는 배경음을 연주하는 피아노, 지휘자와 해설자의 자리, 배우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와 마이크, 보면대가 전부다. 일반 뮤지컬과 다른 점은 배우들이 오직 목소리로만 연기한다는 점이다. 대사와 노래가 나오지 않는 장면은 해설을 해주시는 분이 전부 설명한다. ‘여주인공이 어디에 기댄다, 버스에서 휘청거린다’하는 행동묘사나 ‘남자 인물의 얼굴이 붉어진다’와 같은 심리묘사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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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musical [배리어프리(barrier-free)공연]

 

눈이 보이는 사람도 청력에 장애가 없는 한 소리로도 작품을 감상한다. 또한 연기를 통해 표현되는 몸동작이나 표정으로 배우의 감정을 확인할 수도 있기에 앞이 보이는 사람은 극을 이해하는 게 어렵지 않다. 반면 배리어 프리 공연은 다른 시각적 연출이 없는 무대라서 자연스레 목소리에만 집중하게 된다. 중간중간 배우가 소리를 지를 때면 관객은 놀라기도 하고 슬픈 상황이 오면 마음을 저려하기도 한다. 이는 시각 장애인이나 비시각장애인이나 같이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앞쪽에 앉은 한 시각장애인은 흥겨운 노래가 나올 때면 몸을 들썩인다.

 

작품을 마치고 해설을 했던 뮤지컬 배우 이건명 씨가 연기자들을 소개한다. “아마 여기 처음 오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입니다. 저희도 처음 작품을 진행하는지라 미숙한 부분이 많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는 이어서 배리어 프리라는 생소한 방식으로 작품을 진행하여 어색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배우들이 느꼈을 감정과 같은 감정을 관객이 느꼈으면 좋겠다고 한다.

 

시각장애인 이현성(가명) 씨는 듣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배경이나 상황을 상상할 수 있어 작품 감상에 무리가 없다고 한다. 이현성 씨 옆에 있던 또 다른 시각장애인은 2006년 시력을 잃기 전과 오늘의 공연을 비교하며 소감을 밝힌다. “이게 십 년전 쯤 영화로 나온 작품을 뮤지컬로 다시 만든 거에요. 그때 영화를 보고 지금도 뮤지컬을 보러 왔는데 비슷한 내용도 있고 다른 내용도 있네요.” 이어서 이번 공연에서 장면 묘사가 부족했던 것을 아쉬워한다. “장면만 잘 말해주면 우리가 상상해서 장면을 그릴 수 있어요. 옷은 무슨 색이다, 머리는 어떻다, 말해주면 알 수 있는 거죠. 말 안 해주면 몰라요.”

 

옆에서 두 분을 도와주던 비장애인은 이런 공연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뮤지컬이나 공연이 보통 비싸기도 해서 잘 못 보러 가죠. 개인적으로 부담이 많이 되기도 하고요. 또 장애인을 위한 공연 자체도 많지 않아요. 기회 자체가 적죠.”

 

“우리도 보지는 못하지만 가슴이 있기 때문에 작품을 느낄 수 있어요.” 이현성 씨가 말했다. 시각 장애인들은 앞이 보이지는 않아 생활에 불편함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사람이기에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을 그들도 느낄 수 있다. 배리어 프리, 장벽을 제거한다는 이 단어의 의미와 같이 사소한 장벽만 없으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같은 삶을 살 수 있다.

 

글/사진 사미음(blue934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