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8일, 고려대학교에서 제1차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가 있었다. 본격적인 예산 점검과 등록금 심의에 앞서, 이번 회의에서는 등심위 구조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학생 측 위원들은 지난 2015년 8월 19일에 진행된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도출된 합의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사안이 학교 측으로부터 ‘기록이 없다’, ‘기억이 흐릿하다’며 부정당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등록금등심위원회는 학교 측 위원 6인, 학생 측 위원 6인 그리고 총장 추전 회계 전문가 1인으로 구성된다. 지난 해 등심위에서 총장 추천 회계 전문가는 학생들의 등록금 인하 요구안이 타당하다고 인정하면서 학생 측에 판정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학교 측의 등록금 동결 안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학생 측은 이 회계 전문가가 학교 측의 입장을 대변하지는 않았는지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고, 등심위가 구조상 동수가 아닌 학교 측에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8월 19일에 진행된 등심위에서 학생 측은 다음과 같은 요구를 하게 된다. 첫째는 총장 추천 전문가에 대해 학생 위원과 협의하고 이를 반영하여 전문가를 위촉하는 것, 둘째는 학생이 추천한 전문가에 조언이 필요하다고 사전에 합의된 회기에는 전문가의 방청 및 발언을 허용하는 것이었다. 결국 이 요구안은 합의되었고, 학교 내 언론인 고대신문에도 이 합의 내용이 보도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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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내용이 담긴 고대신문 지면 ⓒ 고대신문

 

그런 합의, 기억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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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그러나 학생 위원과 협의하여 전문가를 위촉하겠다는 합의와는 달리, 학생 측 위원들은 등심위가 처음으로 열린 당일 위촉된 전문가를 소개받았다. 등심위가 작년보다 일찍 열린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전문가의 프로필조차 제공받지 못한 것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처사였다. 이에 학교 측은 ‘학교 측 전문가를 모시는 데 학생들과 협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만 얘기했을 뿐 실제로 결정된 것은 없었다고 답했다.

 

두 번째 합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학교 측은 총장이 추천하는 인사가 균형 잡힌 인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을 뿐 반드시 학생들에게 검토를 받겠다고 한 적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인사 개편으로 예전 기획예산처장으로부터 학생 측과의 검토를 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제대로 전달받은 바 없다고 둘러댔다.

 

학생 측 위원은 회의체가 공정하기 위해서는 자문을 주는 전문가를 뽑는 과정에서 학생의 목소리가 담겨야 한다고 줄곧 주장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총장이 추천한 전문위원이 학교 측의 위원이라고는 볼 수 없다며 ‘원칙적으로 학생이 추천한 전문가가 필요한가’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지난 위원회에서 전문가의 결정이 학생들에게 불신을 줄 수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도, 이번 위촉한 전문가를 처음부터 믿지 못하는 학생들의 태도는 다소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이날 속기록에 따르면 작년 여름 등심위 당시, 학교 측은 ‘그 정도는 믿고 갈 수 있지 않겠느냐’며 합의안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을 계속 미루어왔었다. 결국 이번 등심위에서는 ‘확정된 기록이 없으니 흐린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학생들과의 합의가 애초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만을 반복했다. <고대신문>에 실린 합의안에 대한 보도에 대해서 왜 정정보도를 요구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내용이 사실과 달랐지만 굳이 학교가 신문에 수정을 요구해야 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애매한 대답을 내놨다.

 

총장 추천 전문가의 공정성과 중립성, 학생 측이 조언을 받을 전문가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학생들과의 합의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학교 측의 태도는 석연치 않다. 해명도 쉬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확정이 아니라, ‘검토의 가능성’을 열어둔 사안이었다 할지라도 그 논의의 결과를 학생 측에게 제때 전달해주지 않은 학교 측의 행정은 여러모로 불합리해 보인다.

 

대표이미지: 고려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글. 베르다드(qwerty925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