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의 상당수는 대학 재학 중 군 복무를 겪게 된다. 그리고 군 복무가 ‘시간을 뺏는다’고 생각해서인지 당국은 ‘군 복무 중 원격강좌 학점 이수제’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놨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시간뿐만 아니라 꽤 많은 걸 뺏어가는 것 같지만, 이러한 학점 취득 방식은 복무 중 학습을 지속할 수 있을뿐더러 학생이라는 본분을 유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은 결국 적용 가능한 일부 대학에 재학 중인 사람에게만 해당한다. 더불어 학기당 3학점, 1년에 6학점이라니 이걸 어디다 쓰라는 건지 모르겠다. 여기에 군대에서 받는 월급으로 강의료 지불은 부담된다는 점, 수업을 들을 시간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심지어 열려있는 강의들은 대부분 구매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는커녕 그 시간에 운동하고 책이나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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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가산점 부활 논란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 YTN

 

군대 내의 시스템마저도 ‘모든 장병’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데, ‘모든 전역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혜택이 과거에 존재했던 적 있다. 바로 군가산점제다. 7급 및 9급 공무원 시험 및 공기업 취업 응시자를 대상으로 추가점수를 보정해 준다는 이 제도는 부활해야 한다는 말부터 위헌 결정에 관한 이야기까지, 여전히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군가산점제는 걸핏하면 꺼내는 카드가 되었고, 어떤 사람은 다소 막무가내로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무원 시험은 현재 양성평등 채용 목표제가 적용되고 있으며, 이렇게 충돌되는 제도를 동시에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군 가산점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앞서 말한 학점이수제와 같다고 생각한다. 결국, 공무원, 공기업 시험을 보지 않는 이에게는 아무 의미 없는 제도다.

 

절대다수에게 돌아가는 혜택이라고는 전 장병에게 고작 1박 2일 휴가와 국물도 못 내는 과자 멸치 몇 마리가 전부인 나라에서 뭘 기대하느냐만, 몰지각한 사람들은 여전히 군 복무와 출산을 비교하며 들먹인다. 최근 경력단절 여성 이야기와 재생산 노동 관행의 문제점, 기업에서 임산부를 대하는 태도 등이 문제점이 되면서 출산과 군 복무를 비교하고 대립하는 구도를 만들어가는 이들이 자꾸 생겨나는 걸 보면 너무 답답하고 한숨이 나온다. 출산과 군 복무는 서로 싸워서 쟁취하는 차원의 문제도 아니고, 어느 한쪽 때문에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게임도 아니다. 두 문제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는 국가와 국가 제도다. 남녀 중 한쪽이 양보한다고 해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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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과 육아는 곧 인구 재생산이며, 국가의 몫이다 ⓒ SBS

 

우선 학점인증제나 군가산점제는 군 생활에 관한 보상이라고 할 수 없다. 솔직히 말하면 임시방편만도 못한 해결책이라 생각하고, 약간의 품을 들여 생색을 내는 행태에 가깝다고 본다. 1년에 6학점 딴다고 해서 그 긴 시간이 보상받는 것은 절대 아니다. 군 생활에 관한 보상은 연봉과 환경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하면 국가비용이나 여러 경제적인 이유를 들며 ‘어렵다’고 난색을 보이지만, 최근 적발된 방위산업 관련 비리를 보면 그 돈이 다 어디로 갔는지 대충 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복무를 ‘희생’의 관점으로만 바라보고 막연하게 봉사를 강요하는 것이 한국군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노동의 대가는 임금이어야 하고, 근무조건이 좋을수록 노동의 결과는 좋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국가수호라는 거창한 이름 아래 징병제로 사람을 모아 희생하자고 하면, 군대 밖의 자본주의에 이미 물들어있는 인간에게 통하지 않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일은 헐겁게 돌아가고, 국군이라는 것이 잘 돌아갈 리가 없다.

 

한국군의 문제점은 결국 국가가 나서서 대대적으로 그 성격을 개조해야 할 문제다. 이는 ‘시간’과 거기에 따라오는 ‘기회’가 보상이 되어야 한다는 문제 자체는 인지하지만, 보상 부담을 치르기는 싫어서 지금의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는 출산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재생산 부담’으로 초점이 이동하고 국가 차원에서의 인구 재생산 논의로 진전되지 않는 것 역시 국가가 그 부담은 지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 방어나 인구 모두 국가를 유지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부분이고, 무엇이 우선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가가 그렇게 하지 않다 보니 자꾸 논의는 쳇바퀴를 돌고, 오히려 국가는 자잘한 보상이나 생색내기를 통해 딜레마를 견고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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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나야 한다 ⓒ 국민TV

 

군 가산점과 출산이 대립하는 구도는 애초에 성립할 수 없다. 이 문제에 빠지게 되는 바보 같은 과정은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지 못한 채 손해만을 강조하는 태도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결국, 군대 문제, 그리고 국방의 의무, 재생산 논의는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재구성될 필요가 있고, 양쪽 간의 대립이 아니라 함께 싸워나가며, 국가 시스템을 대립 항으로 두는 식으로 구도를 재편해야 한다. 이는 국가를 괴롭히겠다는 것도, 복지를 늘려달라는 것도 아니다. 역설적으로 지금의 한국군에게 필요한 처방전이고, 국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과제를 명확하게 공시하여 모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합리적 길이다.

 

글. 블럭(blucsha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