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인 더 트랩(순끼 작)>은 2010년 7월 8일(1화)부터 6년째 연재해오고 있는 인기 웹툰이다. 연재되는 목요일 자정이 되면 인기 웹툰 순위에서 1, 2위를 석권한다. 드라마화가 확정되자마자 <치인트>의 많은 팬은 참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팬들은 <치즈 인 더 트랩>에 훈수를 두는 ‘시어머니’인 ‘치어머니’가 되었다. ’원작에 대한 환상이 깨진다’는 둥, ‘현실에서 유정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겠냐.’는 둥. 그중에서도 “누가 현실판 유정, 홍설이 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치인트>의 인기는 개인 블로그에 쓴 가상 캐스팅 글이 수두룩할 정도다. 거의 모든 팬이 만장일치로 남주인공 ‘유정’역에 박해진을 꼽았다. 극 중 ‘유정’은 과 수석에 모두에게 친절함까지 겸비한 재벌 2세의 미남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사이코패스의 기질을 가진 인물이다. 박해진은 외모에 더해, 드라마 <나쁜녀석들>에서 사이코패스 이정문 역을 잘 소화한 덕에 치어머니들의 ‘유정’으로 내정되었던 것이다. 박해진이 유정 역에 확정되었다는 말에 아마도 모든 치어머니들이 한시름 놓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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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웹툰 ‘치즈 인 더 트랩’

 

치어머니들이 손사래를 치며 키보드를 두들긴 소식은, 여주인공 ‘홍설’ 역에 김고은이 캐스팅되었다는 뉴스였다. 김고은의 연기력은 의심하지 않았지만, 원작에서 ’홍설’의 외모가 강아지 상의 김고은의 이미지와는 너무도 달랐던 탓이다. 고양이상의 홍설 역에 오연서, 천우희가 거론되었지만, 그들이 캐스팅 제의조차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 치어머니1은 펄펄 날뛸 것만 같았다. 옆집 치어머니의 속사정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다가 드라마에 마음졸일 만큼 관심을 쏟게 된 것일까?

 

홍설 역을 중심으로 백인호, 백인하, 권은택 역을 포함한 조연 캐스팅에도 관심이 넘치다 못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민간신앙과 신화를 소재로 한 <신과함께(주호민 작)>가 4월 크랭크인을 앞두고 캐스팅이 확정되었지만 <치인트>의 캐스팅 소식보다는 주목받지 못했다. 영화화 및 드라마화된 여러 웹툰도 마찬가지다. 수작(秀作)으로 꼽히는 <미생>, <송곳>,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큰 주목을 받진 못 했다. <치인트> 캐스팅을 두고 ‘치어머니’들이 유난히 훈수를 두는 까닭은 그 이야기가 20대인 우리의 일상과 지극히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10대까지와는 다른 인간관계의 양상에 대해 고민하곤 하는 대학생들에게 <치인트>는 격한 공감을 끌어낸다. 모든 등장인물이 행동이 남의 일 같지 않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내가 첫 방송부터 6화까지 지켜본 김고은의 홍설은 원작의 ‘홍설스러움’을 내뿜는다. 유정이 복학하기 전까지 과 수석을 도맡아 전액장학금을 받던 모범생. 아르바이트로 생활비까지 직접 벌어 부모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장녀. 설이는 그런 생활 속에 늘 지쳐있지만, 겉으로 티 내지 않고 혼자 이겨내려고 한다. 매사 ‘똑’ 소리 나게 처리할 것 같지만 은근히 덜렁대는 성격과 모두가 동경하는 유정에게 할 말 다하는 모습은 홍설을 표현하는 화룡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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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inkis

 

홍설 김고은은 유정과 척을 지던 1, 2화에서 박해진을 똑바로 응시하며 해야할 말을 다 한다. 유정과 본격적으로 연애를 시작한 후에는 애정과 의심의 눈빛을 동시에 보여준다. 적당히 어색한 표정에, 자주 당황하곤 하는 홍설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김고은이 원작 <치인트>를 손에 달고 살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고서야, 홍설이 머쓱할 때 뒷덜미를 매만지는 버릇까지 똑같이 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배우 김고은을 드라마를 위해 함부로 다루고 있지 않은가 걱정이 든다. 일반인 여대생들도 머리카락 색과 눈썹 색을 맞추는 화장은 하는 편인데, 여대생 역으로 분한 배우에게 눈썹조차 제대로 그려주지 않는 것은 너무한 처사가 아닌가. 홍설이 캐주얼한 대학생 패션을 보여주긴 하지만, 김고은의 앞머리 파마는… 홍설 역을 잘 소화해주는 김고은에게 고마우면서도 안쓰러운 치어머니의 오지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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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팬들은 남녀주인공이 연인 간에 서로를 의심하고 견제하는 이야기 흐름에 일명 ‘로맨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명을 붙였다. 박해진은 물론, 김고은 또한 치인트만의 로맨스릴러를 표현하는 데에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캐스팅에서 논란이 되었던 김고은의 강아지 눈망울은, 원작 홍설의 고양이 눈이 담는 감정을 무리 없이 담아낸다. 김고은의 홍설은 그 자체에 어색함이 없어서 주변에 있을 것 같은 또 하나의 홍설이 되었다. 김고은의 홍설로, 그림대로 박제된 홍설이 아닌 살아있는 홍설을 만나게 되었다. 순끼 원작의 홍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수많은 독자가 <치인트>에 열광하는 것은 환상의 ‘캠퍼스 라이프’가 아닌 자연스러운 ‘대학 일상’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인트>는 다양한 주변인물들이 주인공 못지않게 줄거리 형성에 큰 역할을 한다. 강아영, 김상철, 하재우, 허 조교, 남주연, 손민수, 오영곤 등. 드라마 조연들은 원작 캐릭터와 엄청난 일치율을 보여주며 주연만큼, 또는 그 이상의 매력을 뽐낸다. 진정한 치어머니라면, 주인공 홍설뿐만아니라 <치인트>를 이끌어나가는 조연들을 놓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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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Ⅱ KOREA

 

주·조연 모두 자연스러운 캐릭터를 보여주는 덕에, 드라마 <치인트>는 우려와 달리 순항하고 있다. 내가 지난 학기 조모임에서 ‘상철 선배’를 만난 것 같은 느낌, ‘강 마녀’ 교수의 수업을 들은 것 같은 느낌이 <치인트>만의 매력, ‘어디에나 있을 법함’이다. 그렇기에 김고은의 홍설도 분명 어디엔가 있을 것이다. 

 

글. 이설(yaliyalaj@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