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유감 시즌4] 그동안 고함20은 기성언론을 향한 비판의 날을 계속해서 세워왔다새 언론유감 연재를 통해 한 주간 언론에서 쏟아진왜곡된 정보와 편견 등을 담고 있는 기사를 파헤치고 지적하려 한다. ‘기레기라는 조롱이 흔해진 지금중요한 것은 그런 비판을 자조로 끝내지 않는 일일 것이다제한 없이 어떤 기사든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신동아] 세태 리포트Ⅱ “술 너무 마시고 인간미 메말랐다”(링크)

 

1월 14일, 신동아는 한국 대학생들이 “술 너무 마시고 인간미 메말랐”기에 외국인 유학생들의 눈에 이상하게 비친다는 기사를 내놓았다. 고려대 미디어학부 ‘미디어 글쓰기’ 과목 수강생들이 작성한 기사로, 해당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다. 

 

“많은 외국인 유학생은 한국 대학생들이 ‘술을 엄청 마신다’ ‘인간미가 메말라 있다’는 점을 이구동성으로 꼽았다. 이어 ‘선후배 관계가 너무 권위적이다’ ‘한 학기가 지나도 친해지기 어렵다’ ‘학점 무한경쟁을 벌이고 자기 일에만 관심을 둔다’고 지적했다.”

 

#술 너무 마시고?

 

“한국 대학생들은 이런(직장인보다 술을 많이 마시는) 과음 습관에 대해 죄책감 같은 것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한국 직장인보다 한국 대학생의 음주 문화가 더 ‘노답’이라고 생각한다. 술을 마시기 위해 이유를 찾는 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기사에서 한국 대학생들은 과음으로 인한 문제들이 아니라 술을 마시는 것만으로 비난당했다. 술을 먹고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면 비로소 잘못이 되지만 술을 많이 마신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 되는 걸까? 그렇지만, 그래도,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져야 한다고 양심 걱정을 대신 해줄 수도 있겠다. 또는, 술을 많이 마시면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을 생략한 것으로 볼 수는 있겠다. 그러나 한국 대학생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자정(自淨)의 노오력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2015학년도 총학생회가 대학생의 음주 문화 개선을 위해 ‘클린 주점 선언’을 하고 ‘착한 주점’을 열은 바 있다.

 

인터뷰에서 유학생들은 “한국 대학생들은 위계질서를 내세워 술을 강권한다”고 말했다. ‘입학 OT에서 술 마시고 토하지 않으면 마음껏 즐기지 못한 것으로 여기고, 신입생은 선배가 권하는 대로 술을 마시면서 선배의 연락처를 받아낸다’는데 정작 이와 같은 이야기는 한국 대학생들에게도 뉴스거리가 된다. “도대체 그 대학은 어디야? 아직도 그런 대학이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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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도 아닌 2016년인데?

 

그렇지만, 그래도, 한국 대학생들 또한 뉴스로 그러한 소식을 종종 접하는 탓에 한국의 권위적인 술자리가 문제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다.

 

한 중국인 유학생은 중국에서는 종강파티는 고사하고 학교 생활 중에 술을 거의 못 마신다고 말했다. “교수님이나 주위의 눈을 피해 마신다. 반면, 한국 대학에선 종강파티가 있고 그 자리에서 교수님이 능동적으로 술을 시킨다. 여러 나라 대학생들이 저마다 고유한 음주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한국 대학생 문화는 진짜 특별하다.” 오히려 한 학기 동안 교류를 나눈 교수님과 술 한 잔 기울이지 못하는 곳에서 권위적인 분위기가 더욱 느껴지지 않는가? 그렇지만, 그래도, 외국인이니까 술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우리가 술 먹는 모습이 정말 신기할 수도 있겠다.

 

# 인간미 메말랐다?

 

몇몇 외국인 학생은 “저는 한국인 팀원들과 빨리 친해져 편하게 지내고 싶은데 그분들은 말을 놓지 않았다. 계속 그러니 답답하다”라고 말한다. “요즘 한국 대학생들은 학점 챙기랴, 아르바이트하랴, 스펙 쌓으랴, 외국어 공부하랴 늘 정신이 없다. 그래서 팀플도 과제만 내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말을 섞으려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자리엔 인간미가 있어야 한다.” 

 

당신과 친해지려고 하지 않는다고 해서 인간미가 없는 사람은 아니다. 특히나 조별 과제에서 한국 대학생들에게 인간미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는 따로 있다. 외환위기 이후 청년 실업률이 9.2%로 최고조에 달한 지금, 한국 대학생들에게 학점은 곧 취업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심지어 조원들이 다 해놓은 과제에 숟가락만 얻는 ‘무임승차’나 ‘조별과제 잔혹사’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학점이 걸린 팀플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래도, 사정을 모르는 유학생들에게는 한국 대학생이 인간미가 메말라 보였을 수도 있겠다. 

 

“외국인은 한국어와 자신의 모국어가 잘 대응되지 않으면 이상하게 생각한다. 한국 학생이 중국인 학생에게 존댓말을 쓰면 중국인 학생은 그것을 번역할 적당한 모국어를 찾기 힘들다. 이에 따라 한국 문화도 이상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

 

외국인들의 모국어에 맞추기 위해 한국 대학생들도 존댓말을 내려놓고 ‘편리한 교제’로 나아가라고? 우리 문화를 어디까지 양보해야 할까? 그렇지만, 그래도, 외국인에게는 동방예의지국의 존댓말 문화가 존중이 아니라 삭막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존댓말이 한국 문화를 이상하게 느껴지게 만든다는 말은, 기사를 쓴 한국인 학생이 말한 것이지만 한국인이라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본다. (외국인 친구들이 많은가 보다.)

 

#한국 대학생 모두가 “술 너무 마시고 인간미 메말랐다?”

 

‘세태 리포트’가 불편한 까닭은 세태에 대한 인식 과정이 불공정한 탓이다. 인터뷰 응답자가 고려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에 국한되는데도, ‘특정 대학에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닐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말로 기사는 어느 한 대학, 몇 명의 외국인들의 말로만, 한국 대학생들의 성향과 문화를 단정 짓고 있다. 기사의 필자는 부분이 전체인 것처럼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대학생도, 사람들에게 친절한 대학생도 많지만 그들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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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적응 곡선 © Hofstede et al.

 

우리 문화에 입문한 외국인은 한국 문화가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문화충격으로 인해 한국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외국인은 그럴 수 있어도, 한국인이자 기자인 네가 그것만으로 한국 대학생들을 단편적으로 규정지으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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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는 그럴 수도 있어. 근데 네가 그러면 안 되지

 

정식 언론 신동아의 지면을 차지한 이상, 기사는 대학교의 어느 한 수업에 제출하는 과제 ‘리포트’가 아니라 신동아의 ‘세태 리포트’다. 기자라면, 개인적인 생각을 검증 없이 기사로 내뱉어서는 안 된다.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은 불편부당성, 독립성, 정확성, 공정성이다. 최소한 ‘미디어학부’ 학생이라면 이 정도는 모르지 않을 텐데 말이다.

 

글. 이설(yaliyalaj@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