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반복된다. 2012년 19대 총선에 쓰이기 시작한 청년 정치의 역사는 4년의 시간을 건너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당명이 새정치민주연합을 거쳐 더불어민주당으로 바뀌었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청년 정치의 입지가 과거보다 더 암울해졌다는 사실만이 반복 속에 리듬을 만들어주는 차이다.

 

‘청년세대’ 의제 주도권 내주는 무능함

 

2011년 말, 갑자기 정치권에 ‘20대 국회의원’에 대한 논의가 불기 시작했다. 당시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명부 당선 가능권에 20대 후보를 배치할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복수의 ‘20대’ 국회의원이 확실히 등장할 것으로 여겨졌었지만, 결과적으로 20대 국민은 단 한 명도 국회에 입성하지 못했다.

 

20대인 국회의원의 탄생 가능성이 100%에서 0%로 곤두박질치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민주통합당은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슈퍼스타K’를 참고해 ‘청년비례대표 경선 오디션’인 ‘락파티’를 열었으나 흥행에 실패했다. 지원자가 389명에 그쳤고, 청년선거인단 수도 1만7088명으로 목표치인 10만 명에 미치지 못했다. 1천 표를 넘긴 후보자가 한 명에 불과할 정도로 흥행에 실패하면서 역으로 조직선거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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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경선 당선자들.
왼쪽부터 안상현, 정은혜, 김광진, 장하나 후보 ⓒ 오마이뉴스

 

이 과정에서 당 차원에서 나왔던 공언과는 달리 30대 후보자인 김광진, 장하나 후보만이 당선 가능권 번호를 받았고, 20대 후보자인 정은혜, 안상현 후보는 사실상 당선 불가능권인 27, 28번을 받았다. 당시 정은혜 씨는 낙선 후 고함20과의 인터뷰에서 “당 차원에서 청년 국회의원을 만드는 일을 크게 신경 쓰지 않은 결과”라고 말한 바 있다.

 

청년 정치를 키울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지역구 공천에서 민주통합당은 청년 정치를 위한 아무런 성의조차도 보여주지 않았다. 당시 지역구에 출마한 20대 후보는 총 13명이었는데, 이중 민주통합당에서 공천을 받은 후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나마 당시 야권연대 단일후보로 민주통합당 무공천 지역에 공천된 통합진보당 20대 후보가 두 명 있었다. 그러나 이지애 후보(당시 29세)는 야권이 당선되기 힘든 경북 구미을 선거구에 공천되었다.

 

김관희 후보(당시 29세)는 야권이 강한 지역인 광주 동구 선거구에 공천되었지만, 광주 동구는 민주통합당 내부 공천 논란으로 인해 투신 사망 사건이 발생해 민주통합당이 공천을 포기한 지역이었다. 결국 이 지역엔 민주통합당을 탈당한 전 민주당 국회의원 출신의 무소속 후보들이 무더기로 출마했고, 김관희 후보는 4위에 그쳤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청년비례대표 오디션은 대중적인 화제성과도 거리가 멀었지만 당내에서 청년들을 특별대우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식의 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반면 한나라당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당 쇄신에 나섰던 새누리당은 이때 20대 혹은 청년들을 비례대표나 지역구에 특별 공천할 뜻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이준석과 손수조 카드를 통해 청년 정치의 이미지를 가져가는 데 성공한다.

 

새누리당은 당시 27세에 불과했던 이준석에게 ‘비상대책위원’이라는 매우 중요한 자리를 맡겼다. 청년비례대표 오디션 지원자들이 기회를 얻어보려는 수많은 지원자들 중의 한 명에 지나지 않는 상황일 때, 중요한 자리에 파격 인선된 이준석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을 통해 나날이 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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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현 20대 국회의원선거 노원병 예비후보 ⓒ 고함20

 

이준석이 실제로 비상대책위원이라는 자리에 적격인 청년인지, 혹은 그가 실제로 그 역할을 잘 수행했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이준석의 존재 자체가 새누리당이 ‘청년 정치’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신호로 여겨질 수 있었고, 이준석의 존재 자체가 새누리당에 젊음, 새로움, 혁신과 같은 이미지들을 덧씌우는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새누리당은 부산 사상 선거구에 당시 27세의 손수조 후보를 전략공천했다. 부산 사상은 그해 12월에 있을 예정이었던 대선 주자였던 문재인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지역구였다. 새누리당은 정치 경력이 전무한 손수조 후보를 공천함으로써 해당 선거구를 ‘져도 잃을 게 없는 게임’으로 만들어버림과 동시에, 손수조의 ‘젊음’을 내세워 문재인 후보와의 대결을 ‘정치 신인 대 구태 정치’의 구도로 조직하려 했다.

 

선거 결과는 문재인의 승리 아닌 승리, 손수조의 패배 아닌 패배였다. 손수조 후보는 예상보다 훨씬 더 선전해 43.75%의 득표율을 얻었다. 이는 손수조 후보를 제외한 당시 20대였던 국회의원 출마자 12명의 평균 득표율인 4.6%에 비해 거의 40%가 높은 수치다. 선거에서는 낙선했지만, 손수조라는 젊은 정치인이 있다는 것을 이제 거의 모든 유권자들이 알게 되었다. 손수조는 이후 새누리당 청년위원회, 부산광역시당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어찌 보면 사실 총선 국면에서 청년 정치, 20대 국회의원 논쟁이 불거진 것은 진보 진영의 노력에 의한 것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88만 원 세대론 이후 청년들의 경제적 곤란이나, 20대의 정치 참여 부족을 의제화해 온 것은 주로 진보 진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년의 정치 참여를 실질적으로 실현해 낸 것도, 또 청년 정치의 이미지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이익을 얻어낸 것도 민주통합당이 아닌 새누리당이었다. 청년 정치에 대한 진정성은 일단 제쳐놓는다면, 새누리당이 ‘20대 국회의원’과 청년 정치 의제에 대응한 방식이 민주통합당의 전략보다 확실히 영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준석은 안철수, 노회찬과 붙는데, 민주당 당원 청년들은…

 

4년 후, 2016년 현재는 어떤가.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이준석은 노원 병 선거구에 출마를 선언했다. 노원 병 선거구는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 정의당 노회찬 의원 등의 출마가 예상되는 이번 총선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역구다. 이준석은 기자회견에서부터 ‘다음’, ‘넥스트’, ‘청년’과 같은 단어들을 현수막에 적고 그러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노답’으로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청년비례대표 자격 연령을 만45세로 하는 방안을 의결한 바 있다(기사 링크). 4년 전 만35세와 비교하면 ‘청년’의 범위가 10살이나 올라갔다. 이런 결정이 가능할 정도로 당내에서 청년 정치에 대한 합의가 없고, ‘청년들이 우리 자리를 뺏는다’고 여기는 당원들이 많다는 것이 드러난 사례다.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을 변경한 이후 자격 연령은 만39세로 다시 소폭 조정되었지만,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이 청년 정치의 영역을 확보할 능력이 있는 정당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의심스럽다.

 

청년비례대표의 도입은 당에 ‘진짜 청년’을 넣어서 청년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청년의 목소리를 내보자는 취지였다. 물론 청년이란 말에 나이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허나 청년비례대표 나이 제한을 올린 것은 ‘35세부터 39세 사이에 낀’ 기존 국회의원의 자리를 하나 마련해 줄 수 있는 묘안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당명 변경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청년과 더불어민주당’을 구호 중의 하나로 사용하고 있다. 게임사 대표 출신의 김병관(43세), 산업디자이너 김빈(34세), 부산청년 오창석(30세) 등이 ‘인재 영입 러시’ 속에서 당에 합류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청년 정치인들을 발굴하고 육성하겠다는 의지, 혹은 청년의 이미지를 선거에서 잘 이용해보려는 노력으로 읽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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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오창석 씨와 문재인 당 대표 ⓒ 포커스뉴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정말 ‘청년 정치인과 더불어’ 총선을 치를 수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청년비례대표 자격 연령을 만35세 이상 당원들의 반발에 의해 높인 전례로 보아, 청년 정치인들을 지역구에 전략공천이라도 할 경우 공천을 둘러싼 심각한 당내 논란이 예견된다.

 

나이가 적은 청년 인재를 영입하는 전략은 더불어민주당 내의 청년 당원들에게 상실감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언급할 필요가 있다. 비상대책위원 이후 정치 활동이나 새누리당 활동을 특별히 하지 않던, <더지니어스>나 <썰전> 같은 TV프로그램에 출연하던 이준석은 안철수와 노회찬의 대항마로 나타난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당과 전혀 관련이 없던 인사들이 ‘인재 영입’이라는 명목으로 갑자기 입당한다는 사실을 기사로 확인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이 대학생위원회, 청년위원회 등을 통해 청년 정치의 이상을 실현해 보거나, 당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지난 수년 간 해 온 노력은 당내에서도, 당 바깥에서도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 2014년 기준으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청년 조직(대학생위원회, 전국청년위원회)에 고정적으로 편성된 예산은 0원이었다.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은 노원 병 출마선언 전후로 페이스북에서 직접 노원구 청년들과 소통하겠다며 당 국회의원들과의 친구관계를 끊고 그 자리를 노원구의 청년들로 채우겠다고 공언했다. 직접 노원구 청년들의 말을 듣겠다며 자신의 타임라인에서 소통을 시작하기도 했다. 전형적인 국회의원 후보자의 선거 행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이준석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청년이 아직은 없다. 이준석 정도의 능력이 있는 청년이 없어서가 아니다. 그런 기회를 당내에서 부여받은 청년이 아무도 없을 뿐이다. 당 차원에서 청년 정치인을 ‘띄울’, 혹은 지원하려는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에서부터 차이가 시작된다. 더불어민주당에게 묻는다. ‘청년과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말은 말로만인가?

 

대표이미지. ⓒ 연합뉴스

글. 페르마타(fermata@goham20.com), 감언이설(gchhg200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