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한국에 온 건 1980년대쯤이다. 한국인은 돈을 벌기 위해 우리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인은 아르헨티나와 칠레 등에 살던 나와 내 친구를 납치했다. 난 내 고국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보다 힘이 센 이 한국인들을 이길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린 고국을 떠나 낯선 한국땅에 도착했다.

 

우릴 데려온 한국인들의 계획은 실패했다. 그들의 예상과 달리 우리는 인기가 없었다. 더 쉽게 표현하자면, 우린 한국인에게 돈이 안 됐다. 우리를 기르던 농장주는 우리의 사육을 포기했다. 농장주가 사육을 포기한 지 하루가 지났을 땐 우리는 배가 고팠다. 사흘이 지났을 땐 추웠다. 일주일 째, 우린 죽기 싫었다. 농장을 탈출하고 강가로 나갔다. 물을 마음껏 마시고 먹이도 양껏 먹었다. 이곳이 앞으로 우리가 살 곳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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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떠도는 ‘뉴트리아 리즈시절.jpg’ 첨부사진 ⓒ MBC 다큐스페셜

 

아, 아직 우리가 누군지 밝히지 않았다. 우리 이름은 뉴트리아다. 인간은 우리를 ‘괴물쥐’라고도 부른다. 솔직히 우리에게 왜 ‘괴물’이란 딱지가 붙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괴물이라면 한국인은 왜 1980년대에 우릴 이곳에 데려왔는가. 모피가 한참 유행하던 1980년대, 우리의 털과 살가죽을 벗겨 저렴한 모피를 만들 계획을 세웠던 건 당신이다. 겉보기와 달리 우리의 살코기 맛이 괜찮다고 한 것도 당신이다.

 

인간이 아닌 죄

 

우리가 인간들에게 필요 없다고 판단된 순간 우리는 사육의 대상이 아닌 제거와 박멸의 대상이 됐다. 1995년, 같이 물을 마시던 친구는 석궁에 맞아 죽었다. 가까운 해에 다른 친구는 습지에 놓인 덫에 걸려 시름 대다 인간이 찌른 낫에 단말마를 질렀다. 나와 함께 농장을 탈출한 친구는 먹이를 먹던 중 피를 토하며 숨을 멎었다.

 

2년 전 몇몇 지자체에서 우릴 잡는데 총, 도검류, 석궁, 독극물 등을 쓰지 못 하도록 했다. ‘우리에 대한 사냥이 멈추나’하는 희망을 잠깐이나마 품었다. 다음날 내가 낳은 새끼는 인간이 휘두른 골프채를 피하지 못했다.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다. 내가 살기 위해 도망치느라 바빴다. 사냥이 멈추긴커녕 경상남도는 우리를 퇴치하기 위한 예산 2억이 부족하다며 국가에 예산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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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 데일리

 

난 지지리도 운이 없다.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내 친구의 죽음을 보지 않았어도 됐을 것이다. 생사 여부를 모르는 자식의 운명도 점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난 본능이 이끄는 대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새끼를 낳았을 뿐이다. ‘내가 쓸모가 없어서 그런가?’라고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난 쓸모가 있었어도 모피 재료로 죽었을 것이다. 이젠 쓸모도 없어진 나는 그냥 괴물쥐일 뿐이다. 내가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은 죄다. 난 살아있기 때문에 죽어야 한다.

 

‘괴물쥐’에 이은 ‘외래 유해 조수’

 

내게 또 다른 이름이 붙었다. ‘외래 유해 조수.’ 어려운 이름이다. 며칠간 고민해보니 외국에서 들어와 한국의 자연 생태계에 해를 끼친다는 뜻인 것 같다. 인간들 말이 맞을 수도 있다. 셀 수 없이 늘어나는 개체 수와 토종 철새와 물고기를 잡아먹는 우리가 낯선 한국 생태계에 골칫덩이일 수 있다.

 

그런데, 애초에 우리를 데려온 건 누군가? 철새는 되고 왜 우리는 안 되나? 인간은 무슨 자격으로 우리에게 ‘괴물쥐’나 ‘외래 유해 조수’ 따위의 이름을 붙일 수 있나? 언제부터 인간이 이 세계의 균형자 역할을 했나? 세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데 더 큰 공헌을 한 건 우리인가, 인간인가? 혹시 인간이라면, 인간은 왜 ‘유해 조수’ 따위의 이름이 붙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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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다이브

 

오늘은 우릴 잡으라고 독려하는 사람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낙동강 뉴트리아 잡고 용돈 챙기세요.(기사 링크)” 나와 내 친구 한 명을 잡을 때마다 지자체에서는 2만원을 준다. 내가 필사적으로 붙잡고 있는 내 목숨줄의 가치는 겨우 2만원이다. 석궁에 맞아 죽은 내 친구도, 낫에 찔려 죽은 내 친구도, 독극물을 먹고 죽은 내 친구도, 골프채에 맞은 내 자식도 모두 2만원 짜리다. 2만원, 피자 한 판도 안 되는 게 우리 목숨값이다. 공짜가 아니라 그나마 다행인걸까. 아니, 공짜였으면 사람들이 우릴 안 잡지 않았을까. 어떤 선택지를 택해도 난 인간이 아니기에 죽는다. 엄밀히 말해, 죽임 ‘당한다.’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은 내 원죄는 너무나 크다.

 

대표이미지. ⓒ포켓몬스터

글. 콘파냐(gomgman3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