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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조이] ‘여성 상위 시대’가 어디냐, 나도 좀 가보자

KILLJOY. 흥을 깨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여성혐오와 반성평등적 컨텐츠는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그 흥을 깨지 않으면 계속해서 번식할 것이다. 페미니즘은 KILLJOY여야 한다. 우리 모두가 단 한 번도 성평등한 세상을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아이템은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킬-조이] 연재를 통해 마음껏 고함20이 느낀 불편함을 말하고 설치며 흥을 깰 예정이다.

 

‘여성 상위 시대’라는 말이 있더라. 여성 대통령이 나와서, 여성 인구가 늘어서, 여학생이 명문대에 더 많이 가서, 여자들이 이혼 요구를 많이 해서‧‧‧. 이유도 가지가지다. 어쨌든 이제 여자들의 세상이라고 한다.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차별이나 억압은 옛말이고, 오히려 남성이 받는 역차별에 주목한다. 얼마 전 헤럴드경제가 기획 3부작으로 낸 [한국男 심리적 거세](기사링크)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다. 기사의 내용은 이렇다.

 

바야흐로 여성 상위 시대, 한국 남성들은 기를 못 펴고 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 이후 남녀 경쟁 구도가 심화되면서, 과거 ‘아버지’와 ‘오빠’로 불리던 남성들의 굳건한 지위가 하락하고 남성들이 심리적 ‘거세’를 느끼고 있다. 심리적 거세의 징후로 제시된 건 다음과 같다.

 

# 남자만 여자 때리는 거 아니다. 여자들도 남자 때리더라.

 

기사는 ‘폭력 당하는 남성’을 조명하면서, 이를 초등학생에 한정한다. 남녀의 물리적 힘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은 경우에만 여성이 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가해자로서의 여성을 옹호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폭력은 어떤 경우에서도 옳지 않다. 학교는 ‘남자아이를 때리는 여자아이’와 ‘여자아이를 때리는 남자아이’ 모두에게 적절한 교육을 해야 한다. 남자아이를 때리는 남자아이나 여자아이를 때리는 여자아이에게도 마찬가지다. 학교에는 다양한 폭력이 존재할 것이다. 그중 한 단면만을 떼서 “여자도 남자 때리잖아!”라고 말한 의도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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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WOMEN

당장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대부분의 남학생은 여학생의 힘을 압도한다. 그 후로 여성은 남성에 의한 폭력에 더불어 성폭력을 평생 걱정하며 산다. 그럼에도 기사는 의도적으로 ‘덩치 큰 女초등생에 맞는 남자 초등학생’에만 주목한다. 여성 상위라는 프레임을 위해서다.

 

# 요즘은 여자들이 더 공부도 잘하고 시험도 잘 보던데?

 

여성들의 수능 평균 점수가 더 높다.
2015 행정고시 여성 합격자 비율은 48.2%다.
제57회 사법시험 최종합격자, 한국은행 신입 공채에서도 10명 중 4명은 여성이 차지했다.

 

그동안 무시당해왔던 여성들의 능력이 사회 곳곳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시험 점수에 기반을 두어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지는 영역에서 변화의 속도가 더 빠르다. 남성 중심적 가치관이 뿌리 깊게 박힌 사회는 그것이 못마땅할 것이다. 여전히 합격자의 10명 중 5명 이상이 남성인 사회에서, 여성 합격자의 수가 늘었다고 ‘여성 상위’를 말한다. 여성 상위 시대가 아니려면, 행정고시 여성 합격자가 2~30%에 그쳐야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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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리천장 지수는 몇 년째 OECD 국가 중 꼴찌임에도, ‘여성 상위 시대’ 소리가 나온다 ⓒ 동아닷컴

 

 

기사는 “여성 공직자의 증가는 남성들의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빼앗긴 남성의 자리를 되찾아 와야 한다는 욕구가 불탄다”고 표현했다. 취업난 문제에 남녀의 프레임을 들이댄 것이다. 만약 어떤 남성이 취업을 못 했거나 시험에 떨어졌다면, 그건 상대적으로 그보다 잘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지 ‘여성’ 때문이 아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애초에 뽑는 인원이 매우 적다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늘, 잘못된 건 여자 탓이다.

 

# 집에서 아빠들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한국 남성의 전화’에 부인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도움을 요청한 사례는 2013년 813건에서 지난해 1,394건으로, 2년 새 71.5% 급증했다.

 

‘한국 여성의 전화’의 지난해 상담 건수는 35,000건이 넘는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가정폭력의 가해자는 남성이 82.4%, 여성이 17.2%였다. (10년 전과 비교해 여성 가해자의 비율이 늘었다는 이유로 헤럴드경제는 ‘맞고 사는 여성? 이제 옛말’이란 제목의 기사를 낸 적이 있다) 여전히 절대다수의 남성이 폭력의 가해자임에도 기사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역시나 의도적인 배제다.

 

또한, 기사는 은퇴한 아버지들이 집에서 ‘찬밥 신세’가 되어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무력감에 빠진다고 지적한다. 흔한 이야기다.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했다던가, 가족들은 나를 ‘돈 버는 기계’로만 여겼다던가.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헤럴드경제의 기사에서도 한탄만 있다. 왜 찬밥 신세가 되었는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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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은 간호사인 아내가 일을 그만두길 바란다 ⓒ sbs <엄마의 전쟁>

 

맞벌이 가정의 경우에도 여성의 일이 남성의 일보다 덜 가치 있게 여겨지는 경우가 허다한데(그래서 <미생>의 선영 차장은 “그냥 당신이 일 그만두고 애 보면 안 돼?”란 소리를 듣는다), 일하는 남편-전업주부 아내의 구도에선 말할 것 없다. 평생 가족들을 위해 헌신한 건 돈 벌어온 남편도, 가사 노동을 한 아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일하는 남편의 다수는 ‘밖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안에서 일하는’ 아내에게 집안의 모든 일을 떠넘긴다. 거기에는 자녀들과의 감정적인 교류도 포함된다. 가정에서 정신적 노동을 게을리한 대가가 은퇴 후 ‘찬밥 신세’란 이름으로 찾아온 것이다.

 

‘여성 상위 시대’ 프레임이 외면하는 것

 

여성 상위 시대를 논하는 기사조차, 설득력 있는 근거나 수치를 제시하지 못한다. 기사는 남성들의 심리적 거세를 걱정하지만, 거세된 건 가부장제의 남성성일 뿐이다. 그리고 이는 거세되어야 할 대상이 맞다.

3부에 가서야 기사는 솔직히 고백한다. 한국 남성의 심리적 거세는 거세지는 개인 간 경쟁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약자인 여성에게 투영한 것일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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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ㅍㅍㅅㅅ (트위터리안 @yoonminwow)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여전히 여성은 약자다. 인문학을 전공한 나의 동기 중 일부는 상경계를 복전해서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일부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전자는 남자 동기가 많고, 후자는 여자 동기가 많다. 여자 동기들이 공무원이나 전문직을 원하는 건, 그나마 성차별이 덜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취준을 하면서도 유리 천장과 성차별, 직장 내 성희롱을 고려한다. 우리는 아직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은 (취업률에 도움되는) 남학생을 많이 뽑으라고 지시했고, 남양 기업은 정규직 여직원이 임신하자 퇴사를 종용했다. 알려지지 않은 성차별은 얼마든지 더 있을 것이다. “여성이 약자란 건 개소리”라는 말이야말로 개소리다.

 

당신 눈에 우리 사회가 여성 상위 시대 같다면, 당신의 시선이 일부에만 닿아있기 때문이다. 저 여잔 나보다 잘났는데, 왜 여성이 차별받는다고 해? 내가 더 약잔데? 당신의 눈은 소수의 상층 여성만을 향한다. 상층 남성은 당연하게 시선에서 지워버린다. 당신과 비슷한, 혹은 더 열악한 처지의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단지 여성이란 이유로 겪는 차별이 눈에 들어올 리 없다.

 

여성 상위 시대라는 말을 들었을 때 문득 상상했다. 그곳에선 국회의원 200명 정도가 여성이고, 가정폭력의 80%가 여성 가해자에 의한 것이며, 남자 입사 동기들이 퇴직할 때 나 홀로 살아남아 승진하고, 애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생겨도 맞벌이 남편이 가는 게 당연한 일이겠지? 그땐 누군가 “머스마들은 뽑지 마라”, “솔직히 여자들이 호빠 가는 거 이해 못 하면 사회생활하지 말라는 거 아니냐?”고 말해서 욕먹을지도 모른다. 그쯤 돼야 여성 상위 시대다.

 

솔직해지자. 같은 값이면 여전히 남성인 게 세상 살기 편하다.

 

 

글. 달래(sunmin5320@naver.com).

달래

피곤하게 살겠다

3 Comments
  1. ㅋㅋㅋㅋㅋ

    2016년 2월 3일 05:01

    진짜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이다네

  2. 1212

    2016년 2월 5일 20:21

    진심 남자가 역차별 받는 시대라느니 개소리 씨부리는거 보면 주먹이 쥐어짐

  3. […] 여성 합격자가 48%나 된다고 한다, 여성 상위시대에 역차별이 우려된다! ‘여성 상위 시대’가 어디냐, 나도 좀 가보자 – 고함20 2016년 2월 1일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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