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과 ’20대’에 대한 인상비평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청년이슈팀의 [청년연구소]는 청년과 20대를 주제로 한 다양한 분야의 학술 텍스트를 소개하려합니다. 공부합시다!

 

“대학원 가고 싶어? 그러면 아가씨 때 갔어야지.” (SBS 엄마의 전쟁 中) 

 

SBS 스페셜 ‘엄마의 전쟁’을 보면 종합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는 남궁정아 씨는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다. 아이 둘을 두고 3교대 간호사로 근무하는 것도 못마땅한 가족들은 정아 씨의 대학원 진학에 일제히 반대한다. 정아 씨의 이야기는 ‘공부하는 엄마’가 받게 될 비난의 시선을 그대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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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스페셜 ‘엄마의 전쟁’

 

그동안 ‘워킹맘’들에 비해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는 ‘엄마대학원생’들의 고충은 덜 주목받아왔다. 이번 청년연구소는 ‘엄마대학원생의 학업-육아 양립 경험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여성연구 통권 89호, 서정원, 2015)’를 통해 엄마대학원생들이 현재 겪고 있는 그 삶의 무게에 대해 말하려 한다.

 

동료대학원생들과 지도교수의 냉랭한 시선

 

“별 볼 일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게 힘들어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아이에 절대적 시간을 투입하고, 눈에 보이는 (연구) 성과는 없고.”  (연구참여자  A씨)

 

아이를 낳고 나면 연구에 투자할 절대적 시간이 부족해진다. 저조한 학업 성취도는,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대학원생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게 사실이다. 연구참여자들의 상당수는 이런 딜레마에 따른 우울감과 자격지심을 겪었다. 앞으로 개선될 희망이 없는 상황에 정서적 무력감을 느낀다.

 

“교수님이 옛날에는 밭 매다가 애를 낳았는데 뭘 그러느냐고 대놓고 그러세요. 만삭으로 실험을 하는데도 끝까지…” (J씨)

“회사는 임신하면 노동법에 따라 단축근무나 하루 8시간 근무가 있는데, 학교는 교수님이 부르면 가야해요.”(L씨)

 

워킹맘만큼 엄마대학원생을 위한 사회적 제도가 정비돼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에겐 교수의 협조가 중요하다. 그런데 지도교수들은 엄마라는 상황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경우가 많다. “왜 예전만큼 성과를 못 내느냐”, “ 내가 너 생각해서 그런 건데 (아이를 낳고 난 후) 게을러서 안 하느냐” 며 모든 사람과 똑같은 시간을 투자하도록 강요한다.

 

동료 대학생들로부터의 시선도 냉랭하다. 연구참여자 G 씨는 “같은 대학원 동료들은 엄마인 걸 드러내는 것이 프로답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는 말했다. 학내구성원 누구의 이해와 지지도 없었다.

 

이들은 캠퍼스의 이방인이다. 아이를 학교에 데려가도 마땅한 수유실이 없어서 화장실을 찾아야 한다. 기저귀를 갈 곳도 마땅치 않다. 도서관에 자녀를 동반하지도 못하니 연구활동도 제한적이다. 교실에 아이를 동반하면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 눈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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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기혼대학원생 59명 조사결과 ⓒ 경향신문

 

누군가는 휴학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다. 물론 최근 들어서 출산·육아휴학 등이 도입되는 추세다. 이에 연구참여자 L 씨는 이렇게 답한다. “휴학을 해버리면 네트워크가 떨어지고, 교수님이랑 다른 팀원들과 멀어지면 복원하기가 힘든 게 문제에요. 그걸 ‘포기’하는 거잖아요.” 수업뿐 아니라 논문과 연구참여가 중요한 대학원생에게 휴학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자칫하면 학업경력이 단절될 수도 있다. 

 

엄마가 애나 키워야지, 왜 대학원에 다녀

 

나를 이해하고 지지해줄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에게 받는 상처는 더 큰 법이다. 가정도 엄마대학원생을 배려해주는 공간은 아니었다. 이번엔 ‘엄마’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강요받는다.

 

“아이는 엄마가 길러야지”
“애가 불쌍하지도 않니?”

 

가족들의 비난은 그렇게 시작된다. 온갖 종류의 모성 비난이 가족을 비롯한 지인들에게서 날아오면서, ‘나쁜 엄마’라는 굴레가 완성된다. 과연 아빠가 대학원에 간다고 했을 때도 이런 비난이 쏟아졌을까. 이런 발언들은 아이를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성차별적 프레임이 아직 유효함을 보여준다.

 

“시부모님은 네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느냐고. 소득이 있는 직장인이냐? 전문직이냐?” (A 씨)
“남편도 ‘당신이 좋아서 하는 공부인데 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나’라고 생각하더라고요.” (F 씨)
 

워킹맘과는 또 다른 비난이다. 이런 비난에는 대학원생을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차별적 시선이 서려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원생 공부는 개인적 유희로 취급한다. 소득이 없기 때문에 노동으로 인정받기도 어렵다. 워킹맘이 보육시설에 아이를 맡기는 것은 정당하지만, 엄마대학원생은 손가락질당하기 쉬운 이유다.

 

“나는 정말 맞벌이 하는 어떤 여성보다도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도 나의 노력을인정해주지 않아요” (C씨)

 

학교와 가정, 양쪽에서 상호모순적 메시지를 듣는 엄마대학원생들은 지쳐간다. 성차별적 프레임과 대학원생을 향한 편견 사이. 그 어딘가에 몇 명일지 모르는 ‘엄마대학원생’은 존재한다.

 

‘이기적인 엄마’가 아니라 ‘행복한 개인’이 되길

 

SBS스페셜 ‘엄마의 전쟁’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남궁정아 씨는 엄마가 대학원에 가선 안 된다는 시선에 이렇게 답한다. “제가 되게 이기적인 사람인 것 같은데 제가 행복해야지 애들도 행복하지 않을까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그만큼 육아에서 공동체 구성원들의 지지와 협조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은 사회가 설정한 적정 나이에 출산을 해야 하고, 육아를 책임질 것을 강요받는다. 동시에 역설적으로 그 나이대의 여자 대학원생은 엄마가 되지 않기를 강요받는다. 이제  ‘엄마대학원생’에 대한 사회의 모순적인 족쇄를 깨트릴 때다. 엄마대학원생들이 ‘이기적인 엄마’가 아니라 ‘행복한 개인’이 되길 바란다.

 

* ‘스터딩맘’, ‘부모대학원생’ 등 육아와 대학원 학업을 병행하는 여성을 지칭하는 여러 표현이 있지만 논문 고유의 표현에 따라서 ‘엄마대학원생’이라고 표기했습니다.

 

대표이미지. SBS스페셜 ‘엄마의 전쟁’

글. 라켈(glory0812@nate.com)